“그렇다고는 해도, 며칠 전에 인권위가 촛불집회에 경찰 공권력 투입에 문제 있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인권위는 우리 편 아닌가? 인권위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팔짝 뛰기까지 하는 거야?” 라고 묻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청와대, 국가인권위원회에 김양원 씨를 낙하산으로 앉히다
청와대는 인권위 위원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검증시스템도 없고 청문회도 없으니 맘 놓고 자신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힐 수 있겠죠. 김양원 씨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진 인물입니다. 김양원 씨는 청와대 추천을 받기 일주일전에 한나라당 당원을 사퇴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정당인은 인권위원이 될 수 없습니다. 무언가 뒷공론이 있었을 것이라 의심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김양원 씨가 이사로 있던 사회복지시설이 정부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이 김 씨를 검찰에 고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의 비리 전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결혼을 불임수술 조건으로 허락했고 그 중 불임수술이 풀려 임신을 했는데 낙태를 강요했다고도 합니다. 작년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장애를 가진 태아는 낙태할 수 있고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이 정상’이라고 발언을 했으니, 이런 사고를 가진 이가 인권위에 들어가는 것이 청와대로선 제격이라고 판단을 했겠죠.
▲ 참세상 자료사진 |
국가인권위원회는 김양원의 방패막이?
이런 상황인데도 인권위는 이상한 입장을 취합니다. 청와대가 임명한 것이므로 ‘우리는 상관없다.’고 한 것이지요. 인권과 거리가 먼 인물에 대해, 인권위는 해임권을 요청 할 수 있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죠. 도대체 자기 집에 들어올 사람이 아닌데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니...
게다가 장애, 인권활동가들이 김 씨에겐 인권위원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는데 인권위는 건물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씩이나 했다고 합니다. 공권력의 과도한 사용을 감시해야할 인권위가 장애, 인권 활동가들이 못 올라오도록 과도하게 공권력을 동원한 것이지요.
불과 몇 달 전 일도 기억 못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와 독립된 기관이며, 인권침해,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곳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건수 80%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였고, 법적 보호 장치가 없는 성소수자로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행위가 거의 유일한 피해구제 수단일 수밖에 없기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필요한 곳입니다. 이런 국가인권위원회를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고 할 때, 그 추운 겨울 여러 인권활동가들이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지켜냈었습니다. 그렇게 지켜줬더니 공권력을 동원해 비리가 있는 인권위원을 감싸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러 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싸우고 있습니다. ‘인권 지킴이’가 되길 포기하려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발악하는 MB를 위시한 반인권 보수 세력들이 불과 일 년 만에 이곳저곳을 헤집어 놓는 것이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뭇잎 우수수 떨어지는 이 가을...
저들도 낙엽같이 우수수 떨어지길 바랍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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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발행하는 웹진 <너, 나, 우리 '랑'>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장병권 님은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