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많이 배워서 슬픈 사람들”은 지금은 폐지된 EBS ‘생방송 시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2005년 12월 13일에 방영된 내용의 제목입니다. 그 당시 내용을 되돌아보면 앞부분은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력기득권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취직을 준비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사무직 취업을 포기하고 전공과 상관없는 편집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직업전문학교에서 재입학하여 자동차정비와 3D업종의 대명사인 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는 대졸생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뒷부분에는 그들 보다 먼저 용접기술을 배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전형과 실력테스트를 통과하여 일하던 노동자가 “입사시 학력미기재”를 이유로 억울하게 해고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한쪽에서는 취업을 위해 학력파괴와 하향지원으로 기술을 배우고 있고, 이를 장려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대졸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해야만 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청년실업(일할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일)이 100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뉴스가 어렵지 않게 들리고 있고,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야단인 상황에서 동희오토에 다니던 동지들이 '학력미기재‘를 이유로 또다시 해고당했다는 소식에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행정법원, ‘학력미기재는 징계해고 사유가 안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이승렬 사무국장에 대해 행정법원에서 ‘학력미기재를 이유로 징계해고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① 대학입학정원의 증가·대학교의 증가·독학사 제도의 도입·평생교육제도의 강화 등으로 인한 고등교육의 대중화로 노동시장에서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의 비중이 현저하게 증가한 점, ② IMF 이후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국가간·기업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속화되고 취업률이 감소하고 있는 점, ③ 이에 따라 종전에 대학졸업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분야의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대학졸업자들의 비율이 줄어들어(청년실업률의 증가 등) 종래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직장에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면서
“(이번 해고 사건은) 고학력자는 불성실하거나 상급자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학력만으로 고졸 이하의 근로자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가정에 기초한 것인 점,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고학력자를 채용하지 아니한 것은 학력에 의한 차별로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근기법 제6조 참조), 헌법에 보장된 근로 3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위법한 행위 또는 바람직하지 아니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고, 위와 같은 사용자의 태도는 인간의 존엄성·근로권의 보장에 반하는 불합리한 것으로서 타파되어야 하는 점, 참가인은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생산직 근로자로 채용된 것이어서 최종 학력 자체는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점”을 들어 학력사칭(학력미기재)은 징계해고를 해서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학력미기재를 이유로 4명의 노동자가 정든 일터에서 쫓겨났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정규직철폐와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흔들림 없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동희오토 부당해고 사건이나, 지금까지 수없이 학력을 이유로 한 해고사건은 모두가 노동조합 활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 또한 표면적으로 학력미기재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 본질은 임단협 과정이나 생산성 향상(UPH상승)에 따른 인원충원 문제 등을 제기해왔고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민주노조가 건설될까봐 징계해고한 사건일 뿐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와 눈물로, 최저임금 정도 수준의 저임금과 무한착취로 대박이 난 ‘모닝’의 뒤엔 악랄한 노무관리와 어용노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오로지 일하는 기계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적 인간만을 바라고 있기에, 이에 맞서 당당한 자기 주장을 하는 동지들이 눈에 가시처럼 보였을 겁니다.
투쟁 초기부터 회사 출입을 통제받고, 경비들에게 짓밟히고 병원에 입원하고, 경찰에 잡혀가기도 하는 등 수많은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힘내십시오. 투쟁입니다!”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 너무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동지들의 억울한 해고로 인해 동희오토 안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하나 둘씩 폭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투쟁하지 못했을 텐데, 해고자들의 투쟁이 현장안의 노동자들과 교감하고 공동 대응할 방법을 찾아가면서 함께 투쟁한다면 동지들의 해고가 슬픈 일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들은 동지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면서 현장과 분리시키려 하지만 이것을 뛰어 넘어 현장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발전하는 것은 불의에 맞서 당당히 저항하고 투쟁하여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 잘못된 현실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과 민주노조 건설!”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해방 쟁취!”를 위한 길에 “승리할 때까지 투쟁!” 합시다.
마지막으로, 몸 건강, 정신 건강 잃지 말고, 지치지 맙시다. 동지들의 당찬 투쟁에 함께 하겠습니다. 학력미기재를 이유로 억울하게 해고되어 투쟁하고 있는 동희오토 해고자 여러분 힘냅시다. 그리고 될 때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고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연대투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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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희 님은 현대미포조선 해고자로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