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에 있어 발전 회사의 연료는 유연탄, 무연탄, 석유, 우라늄, 천연가스 등이다. 각 에너지원별 발전량 구성 비율을 보면 석탄이 38.6%, 천연가스(LNG)가 19.5%, 원자력이 35.5%, 석유가 4% 등이다. 100%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데 있어 결국 석탄으로 생산하는 전력이 40% 가까이, 천연가스로 생산하는 전력이 20% 가까이 된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산업 전반에 사유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이전, 즉 발전 자회사가 오로지 매각을 위해 한전에서 분할되기 이전에는 한전에서 유연탄을 공동구매하였다. 천연가스의 경우 2004년 포스코와 SK에 직접 도입권을 허용하기 이전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전적으로 도입·도매하여 당시 한전의 발전 부문에 전력 생산의 연료로 공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회사를 분할하고 나니 기존 한전에서 일괄 수행하던 연료 구매 업무가 발전 5개 회사로 이관되어 따로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될 수밖에 없었고 구매 협상력은 떨어지게 되었다. 협상력 저하는 유연탄 구매 단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당연히 전력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동한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고유가 국면, 유연탄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탄 수급 능력조차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2005년 톤당 평균 48달러, 2006년 49달러 등으로 안정적이었던 유연탄 가격은 2008년 1월 90달러로 두 배 이상 급등하였고, 3월에는 125달러까지 올랐다. 유가가 오르자 유연탄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생산 단가 중 유연탄 비중이 높은 시멘트, 철강 등은 계열사 별로 공동 구매를 하는 등 협상력 강화와 도입 단가 낮추기에 비상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유연탄 공동구매로의 회귀, 발전소 분할 매각 정책의 실패 시인
천연가스의 경우 가스공사 분할 사유화가 2004년 이후 일시 중단되었지만, 분할 매각이 아닌 경쟁 도입 형태로 포스코, SK, GS 등에 자가소비용 및 민자 발전용으로 직도입을 허용하였다. 이는 시장 개방 형태로 가스공사 사유화를 재추진하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직도입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발전자회사에게도 복합화력 발전용 연료의 직도입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경쟁 도입을 위해 추진한 직도입은 2004년 포스코 55만 톤, SK 60만 톤 직도입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유연탄 분할 구매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다만 포스코와 SK는 2004-5년까지 일시적으로 존재했던 국제 천연가스 시장의 특혜를 충분히 누렸다. 이후 190만 톤 직도입을 허용받은 GS는 천연가스 도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에 물량을 의존하기로 결정하였다. 최근 포스코도 자체 소유한 인천 서구의 포스코 파워 복합화력 발전 5-6호기 100만 톤 물량을 다시 가스공사에 의존하게 되었다. 발전 자회사 직도입도 성사된 바 없어 5개 발전회사는 여전히 가스공사에 도매 물량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연가스 직도입 정책을 정부가 추진했어도 결국 구매협상력 문제, 유가 상승에 연동된 천연가스 가격 인상 등 국제 에너지 정세로 인해 직도입 정책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 심각히 의심받고 있었던 것이 최근까지의 정세였다.
그런데 10일 발표한 3차 선진화 방안에서 유연탄은 다시 전략적 공동구매로, 천연가스는 2010년 물량부터 신규사업자 진입 및 발전용 물량부터 우선 경쟁이라는 모순된 정책을 쏟아내었다. 유연탄 공동구매로의 회귀는 발전소 분할 매각 정책의 실패를 엄연히 시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실효성 없이 표류되었던 직도입 확장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 역시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안하무인격 태도라 볼 수 있다. 전력산업의 통합적 재편, 전력과 가스 간 상호보완 및 에너지 수급 조절 역할의 강화가 지금과 같은 고유가와 에너지 위기 시대의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는 에너지 산업 후진화를 부추기는 선진화 방안을 철회하고 전력과 가스의 수급 조절 역할을 회복해나가야 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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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나 님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