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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장관 전자여권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방법

[기고/ 전자여권이야기](1) 전자여권에서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유출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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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권의 전자칩에서 개인정보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여권번호, 생년월일, 그리고 여권만료일이 필요하다. 이 정보들의 조합은 일종의 비밀번호로 사용되는데, 이 정보들은 모두 여권에 프린트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손쉽게 전자여권에서 개인정보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외교통상부에서는, 그런 경우라면 이미 여권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거나, 분실 후 습득된 상태이고, 그 시점엔 이미 모든 정보들이 유출된 것과 다름없어서, 디지털 형태의 정보를 다시 읽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는 문제인식의 지평이 다른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그것이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 보다는(나중에 설명될 예정임), 여권이 전달/습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자칩에 저장된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되어, 이를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가 오늘 유출하고자 하는 전자여권은 전자여권 31호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그것이다.

위에서 설명되었듯이, 또 외교통상부가 인정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Doc9303(전자여권 표준) 정의되어 있듯이, 또 지난번에 우리가 시연함으로서 입증되었듯이 전자칩의 정보를 읽기 위해선 여권번호, 생년월일, 여권만료일, 이 세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본인은 위의 세 가지 정보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였는데 우리는 검색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세 가지 정보를 모두 입수할 수 있었다. 각각 D*****031, 1946년 4월 8월, 2013년 3월 **일이다. 유레카! 우리는 이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전자여권을 읽을 수 있는 비밀번호를 획득하였다. 물론, 장관의 전자여권을 우리는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가 전자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동안에, 그의 옆에 가서 약 5초간 머무르는 것이다. 그의 전자여권이 호주머니에 있던지, 가방 속에 있던지 간에, 우리는 성능 좋은 리더기로 전자칩과 통신을 할 것이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전자칩에 내장된 개인정보들을 하드디스크로 옮겨갈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구한 그의 여권번호, 생년월일, 여권만료일을 통해, 전자여권 속에 있던 그의 주민번호, 디지털 사진, 이름 등 을 추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자여권은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을 뿐이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본인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상황은 종료된다. 우리는 5초정도 그의 곁에 머물렀을 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자여권이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한결같이 지적되었던 것은 “공개된 정보로 비밀번호를 구성하는 것은 보안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실행되었는데, 그래서 이제는 “전자여권에는 보안이 없다”고들 얘기한다. 결과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와 같다. 그리고 경우는 일반화된다.

우리가 A의 전자여권에서 개인정보를 읽어내고 싶다고 하자. A의 생년월일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다. 그것은 어디에나 널려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다면, 마케팅용 생일관리를 해드린다면 얻어내도록 하자. 여권만료일? 지금 시점에서 한국 전자여권의 만료일은 40개정도이다. 2018년 8월말에서 10월초 사이. 날짜와 같이 특정형태로 비밀번호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임을 기억하자. 임의의 4자리 숫자로 비밀번호를 구성하는데는 9999개의 가능성이 있지만, 년도를 가지고 비밀번호를 구성하는 경우 기껏해야 2018부터 몇 개의 숫자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 형식을 알면 유추가 쉬워진다. 그래서 신용카드 비밀번호에는 형식이 없지 않은가?

가장 어려운 것은 여권번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처럼 그것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제될 것은 없다. 여권번호는 수시로 제출/기록되는 정보이다. A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목록에도, A가 예매한 항공권구입을 대행한 여행사의 시스템에도, 혹은 갑작스레 A에게 다가와 테러위협이 있어서 심문 중이라면 여권을 요구했던 경찰복장 사내의 머릿속에도, A의 여권번호는 남아있다. 혹은 31번째 발급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여권번호가 31로 끝나고 있는 것은 생각해보면, 전자여권 1호인 이명박 대통령은 여권번호가 1로 끝나지는 않을까하고 우리는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위의 과정에서 여권만료일을 얻지 못했다면, 여권번호와 함께 얻어내도록 하자! 보통의 경우, 여권번호는 만료일과 함께 제출된다. 사전조사가 끝나면, 그의 곁에 5초간 머무는 것으로 모든 유출이 끝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A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전자여권 시대에 우리는 여권의 신원정보면을 열어보지 않고도, 여권에 저장된 디지털 개인정보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전자여권 소지자들은, 여권을 항상 가지고 있었음에도, 개인정보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비밀번호는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거나, 형식이 있게 쉽게 유추될 수 있다.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위험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외교통상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것마저도 별 문제 아니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문제인식은 애초부터 평행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자여권에서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유출하는 방법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우처럼, 사전조사를 진행하여 여권의 개인정보들을 유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국 전자여권의 개인정보들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싶은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다. 한국 전자여권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기 위하여, 베이징의 여행자들 골목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운영해보자. 아니면 그 곳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의 카운터에 컴퓨터와 리더기, 그것도 은폐된 리더기와 함께 한국인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서랍속이든 천 밑이든, 리더기는 어디에나 은폐될 수 있다. 이미 실험했지만 리더기 위에 300페이지 두께의 책을 올려놓아도 전자여권을 읽는데는 문제가 없다. 한국인 여행자가 들어온다. 방에 대한 흥정/계약이 완료 되는대로 그에게 여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숙박대장 기록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정보인 여권번호를 기록, 혹은 입력하면서 여권 신원정보면에서 여권번호와 생년월일, 여권만료일을 컴퓨터에 입력하도록 하자. 잠시 잔돈을 챙기는 사이 은폐된 리더기 위에 여권을 올려놓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모든 게 끝이다. 전자칩에 내장되어 있던 개인정보는 모두 하드디스크로 복사되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여행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30초는 걸렸을까?

장소가 꼭 게스트하우스일 필요는 없다. 불심검문이 횡행하는 길거리 일 수도 있고,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해주는 사설환전소일 수도 있다.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카렌탈 서비스일 수도 있고, 이메일을 전송하기에 잠시 들른 인터넷 카페일 수도 있다.

문제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이런 위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누군가 여권을 가져가기만 하면 간단한 조작으로 모든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한 번도 홍보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마치 보이스피싱이 처음 등장했던 때처럼. 칩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정보가 저장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도 국민들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다. “최첨단의 보안”이라는 수사만이 메아리처럼 반복되었다. 그래서 한국 여행자들에게 이런 위험은 낯설고, 눈 뜬 장님처럼 당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제출된 30초 사이에 상대방이 디지털카메라를 꺼내서 내 여권의 개인정보를 찍어가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제지할 수는 있지만, 은폐된 리더기를 통해 비접촉식으로 디지털 개인정보를 빼가는 것은 경고된 바 없고, 제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전자의 경우 통제권이 있었던 셈이고, 후자의 경우 통제권이 없어진 셈이다.

주민번호와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중국에서는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데, 거기에 JPG 형태로 된 선명한 여권사진까지 추가가 된다면, 그 가격은 얼마나 될까? 한국 전자여권을 노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위와 같은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가동되기 시작할까? 한국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식별번호가 기록/내장된 여권은 한국 전자여권이 유일하다! 이런 위험이 얼마나 실재적인지는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면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여권 삽니다. 수천달러 뒷거래”

그래서 우리는 외교통상부가 누군가 여권을 잠시 가지고 간 상태에서 그것을 스캔하거나 촬영하는 것과 비접촉식으로 디지털화된 개인정보를 읽어가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외교통상부 스스로 위험을 은폐함으로서 위험을 극대화시키지 않았나? 여권이 제출된 30초안에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그것을 스캔하거나 촬영하려고 할 때 당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전자여권의 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읽히고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보면서도 당하는 소매치기이다! 개인정보 통제권의 명백한 차이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