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MB는 머리가 나쁘다"는 형사처벌될 정도의 악플인가?

[칼럼]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판 '국왕모독죄'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너무도 파렴치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 최진실씨 죽음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 최진실씨 때문에 나온 정책이 아니다. 촛불에 뜨겁게 덴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던거다. 더구나 고 최진실씨 죽음과 소위 '최진실법'은 논리적인 연관성이 별로 없다. 자신의 정략적 이해를 위해 고인을 이용하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태다.

홍준표 원대대표가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악플에 따른 폐해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했단다. 여봐요 아저씨,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에 '이미'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어 있는 것 모르셨어요? (하긴 홍준표씨가 인터넷을 쓰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미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악플들이 지금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사이트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악플로부터의 청정지대인가보죠? 도대체 정책을 만들겠다는 사람이면 그 정책의 필요성, 적절성,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근거라도 좀 갖고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마녀사냥이 악플보다 나은게 뭔가!

정부는 이미 지난 9월 초에 현행 37개인 인터넷 실명제 의무 대상 사이트를 1일 접속자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 178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국회 논의도 필요없이 정부에서 결정하면 그냥 통과다. 물론 시행령을 개정하여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해야 하는 논리적인 근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아무런 근거없이 자기 하고싶은대로 다 추진해놓고, 이제와서 고 최진실씨를 끌어들인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든, 안되든.

사이버 모욕죄도 이미 지난 7월 김경한 법무장관이 도입 필요성을 밝힌 이래 한나라당 선수들이 끊임없이 던져온 얘기다. 워낙 황당한 발상이기에 정부 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놓고 갈등이 있었던 듯 하다. 마침 터진 고 최진실씨 자살 사건이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그렇게 반가웠던가? 사이버 모욕죄의 요지는, 반의사불벌죄로 하여 당사자의 고소없이도 수사 및 (당사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처벌 수위도 일반 모욕죄보다 높인다는 것이다.

이미 형법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고, 정보통신망법에서도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알아서 인터넷 상의 게시글이나 덧글에 대해 모욕 여부를 판단하겠다니!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한 당사자가 일일이 고소, 고발하는 것도 번거로왔던 것일까? 혹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 고발이나 하는게 민망하게 느껴졌을까?

홍 원내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 악성댓글은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며 "이는 절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고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는 자유'에 불과하며, 헌법상·법률상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이는 국가가 자신의 검열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랜동안 해오던 얘기가 아니던가. 악플이 나쁘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악플로 판단하느냐이다. "쥐박이는 무뇌아다"는 형사처벌될 정도의 악플인가? "MB는 머리가 나쁘다"는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은 머리가 나쁘신 것 같아요"는?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말이 '국민에 대한 모욕'이고,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며, '사회 전반에 명백히 해악을 끼치는' 악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객관적인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는 명예훼손과 달리 주관적인 명예감 또는 체면만을 보호하는 모욕죄는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본래 '모욕'이라는 죄목이 '국왕모욕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2MB''쥐박이'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열에 받쳤을까. 감히 대통령에게 말이다. 그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큰 문제다. 지금 집권하고 있는 자들은 국민들에게 정말 '바른말, 고운말' 쓰라고 충분히, 진심으로, 윽박지를 사람들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말

오병일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입니다.

  • 사랑운동공동체

    이름도 이명박 정부라고라!
    벌거벗은 대통령

  • 나그네

    사이버 모독죄 관련 설문 조사중입니다.
    http://www.mypoll.co.kr/pollvoteFrm.asp?qid=3309&cid=1

  • BBK원금회수

    사기꾼을 사기꾼이라고 하는건, 뭐지?
    쥐쎄끼가 대답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