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그나마 좋아하거나 즐겼던 일이 뭐가 있었을까? 좋아하는 교사를 뵙거나, 몇 안 되는 좋아하는 과목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이랑 노는 것, 혹은 이래저래 여러 학교의 지금은 차마 입에 담기도 거북한 규율들을 교묘히 어겨준달지, 정말 싫어하는 교사 등의 사람이나 혹은 그 사람의 무언가에 좀 심한 장난을 치는 것들...
딱 보면, 아무리 기억해 내보려고 애써도,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좋은 기억은 애써 하나 말해보자면 몇 안 되는 좋아하는 과목 수업을 듣는 것 뿐이었다. 체벌 따위는 아무 일도 아니고 정말 엄청난 꼰대에 대화 자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교사들, 중간/기말고사에 모의고사에 사설모의고사에... 학교 바깥으로 나가면 청소년이란 이유로 받는 또 다른 차별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고서야 이런 일상들이 어떻게 좋을 수 있을까 싶다.
노무현 정부 때의 내가 받았던 교육을 포함하여, 적어도 현대에 들어서 조금이라도 좋다고 인정해줄 수 있는 교육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계급재생산을 위한 도구(부자들만을 위한 도구)임과 동시에 어떠한 것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국가가 알려주는 대로 주입받아야 하는, 그 주입 받는 것을 가지고 무한자유경쟁을 하는 게 지금의 교육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시스템이 올해 들어서, 이명박이 되고 난 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이 당선되고 나서 교육관련 일만 해도 웃지 못할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건 어륀지(이 위대하신 발음을 어떻게 문자로 담아낼 수 있을지-_-;)-영어몰입식 교육, 4·15 공교육 포기조치-학교자율화 추진계획, (공정택이 밀어붙이고 이명박이 지지해준)국제중 설립. 그리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일제고사’...
2010년부터 시행하는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각 학교의 일제고사 성적을 사이트에 공개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당연히 학교들은 ‘똥통 학교’로 찍히지 않기 위해서 학생들을 정말 엄청나게 압박하게 된다. 거기에다가 고교선택제 같은 정책까지 더한다면 학생/학교/지역사이의 경쟁은 정말 ‘대전쟁’이 될 테고, 그 때에도 역시 학교를 포함한 사회는 학생들을 미친 듯이 잡아 댈 거다. 이명박 정부 전의 현실이 ‘피를 튀기는 교육’이였다면 앞으론 정말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교육’이 되는 거다. 그 피는 당연히도 가난한 집의 청소년들이 많이 흘릴 테고(물론 부잣집의 청소년들도 힘든 건 상대적으로만 좀 덜할 뿐 거의 비슷하다). 중간/기말고사 등의 시험으로 인해 이미 많이 잃어버린 청소년들의 소중한 것들을 한 번 더 제대로 빼앗아주시는 거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난 교육이란 게 정확히 어때야 한다는 확고한 상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획일화되고 청소년들의 인권이란 건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오늘의 불행을 쌓으면 내일은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거짓에 속은 채 서로를 계속해서 짓밟고 올라가게 만드는 건 절대 진정한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교육의 반대말은 경쟁’이란 말도 있지 않나. 소통과 다양함, 즐거움과 행복이 없는 교육 역시 절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당연히도 일제고사를 비롯한 많은 무한자유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폐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는게 맞을 텐데도, 진정한 행복을 원하는 청소년들의 외침은 무시한 채, 뷁스런 일제고사를 이명박 씨께서는 계획하셨던 데로 이번 10월(8일-초3, 14,15일-초6, 중1, 고1)에 강행하시겠단다. 반대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급하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초3은 4일)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현재 '무한경쟁 일제고사 Say No!' 라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에서는 이런 일제고사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선언’에 동참할 사람과 더불어 일제고사거부투쟁에 함께할 청소년들을 모으기 위해 서울의 여러 지역의 학교들을 등/하교시간에 찾아가서 홍보하고 있다(궁금하시면 http://cafe.daum.net/say-no <-요기로ㅋㅋ 동참 환영!). 이런 상황일수록 청소년들의 직접 행동이 중요한 때라는 거다. 많은 청소년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