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통신자료제공’ 부분의 증가치는 충격적이다. 이용자의 실명 등 신상정보를 조회하는 '통신자료제공'이 전년도 대비 0.7% 증가한 가운데 인터넷 부문은 무려 28.1%나 증가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에 의거하여 요청되고 있는 '통신자료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를 구하도록 한 다른 자료 제공과 달리 수사기관의 요청만 있으면 제공되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무엇보다 최근 자료 요청이 폭증한 것은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법원에 최소한의 범죄사실을 소명할 필요도 없이 공문 한장이면, 아니 바쁘면 그도 없이, 평소에 실명정보를 수집해 두었던 포털 등 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일자, 전화번호, ID를 척척 제공받을 수 있으니 수사기관은 얼마나 편하겠는가. 인터넷 실명제의 '악플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를 찾아볼 수 없지만 수사편의는 확실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터넷 감청과 자료 제공이 모두 합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명제로 수집된 이용자의 신상정보가 최소한의 사법적 통제 없이 마구잡이로 제공되고 있을 뿐더러, 인터넷 감청 역시 광범위한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통신비밀과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명백히 제한하는 정책입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한술 더뜨는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25일 법무부는 '인터넷 유해단속'이라는 명분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도메인 등록 실명제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 실명제를 현재 37개 사이트에서 128개 사이트로 확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이다.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 75%를 포괄하는 규모이니 수사기관의 편의는 얼마나 더 확대될 것인가.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24일 청와대가 '필수입법과제'라며 한나라당에 전달한 44개 법안에는 아직 법안도 공개되지 않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논란 끝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바 아닌가.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대한 감청 설비를 의무화하고 통신기록을 의무적으로 보관하였다가 수사기관에 제공토록 하는 내용이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내용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된다면 이는 ‘선진화’가 아니라 '인권후진국' 오명을 자처하는 것이다.
통신 감시는 이처럼 이명박 정부 들어 증가하였고 더욱 큰 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집권 초기에 촛불시위로 큰 국민적 저항을 경험했던 정부는 "광우병 괴담을 처벌하겠다"면서 인터넷, 휴대전화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권을 동원해왔다. 인터넷 정보 제공의 수치가 증가한 것은 네티즌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공안정국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지난 24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촛불집회의 진앙이었던 ‘아고라’가 운영되는 ‘다음’의 경우 다른 통신사업자에 비해 감청이 50배 이상 월등히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카페와 블로그, 전자우편에 대하여 총 445번 감청에 3만607개의 아이디가 조회되었다고 하니 경악할 수치이다. 더 경악할 일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제발 빗나가면 좋겠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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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경 논설위원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