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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제동 걸린 의료민영화, 부활 기미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9) 병원 영리화 촉진하는 의료민영화 법안들 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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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촛불의 가장 큰 성과라면 이명박 정부 등장과 함께 폭주해온 의료민영화가 상당히 제동 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 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등을 촛불의 힘을 빌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게 되면 의료기관들이 집단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탈퇴하여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기반이 허물어지게 된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건강보험을 이리저리 쪼개어 보험회사에게 팔아넘기려는 경우로 건강보험을 보험회사의 이윤확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영리병원이 허용이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온다. 위 세가지중 어느 한 가지만 허용이 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촛불이 이 세 가지를 모두 적절히 방어한 성과에 대해서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는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촛불이 희미해져 가면 다시 꺼내들지도 모른다. 공기업 민영화나 한반도 대운하가 다시 재론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의료민영화의 큰 축 중 하나인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영리병원도 단계적 방식으로 추진 중에 있다.

자, 의료민영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자. 의료민영화란 다른 여타의 민영화와 마찬가지로 ‘건강의 문제를 사회 공공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의료를 상품으로 취급하여 기업(병원, 보험회사)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만드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민영화의 핵심 정책은 건강보험제도를 대체 혹은 경쟁할 수 있는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 두 가지로 모아진다.

여기서 민영의료보험이란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을 지칭한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건강보험이 현재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부담)을 보장해주는 민영의료보험을 말한다.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은 무려 연 20조 정도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민영의료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하는 것이다. 암보험과 같은 기존 정액형 의료보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새로운 활로를 터주려는 것이다.

의료기관 이용시 40%에 달하는 본인부담은 사실 건강보험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 적어도 건강보험이 전체 의료비의 80%이상은 해결해 주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공적 보험의 보장성은 90%를 넘는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장성 강화를 퍼주기 정책이라 비난한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유일한 정부일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을 국민들이 능력껏 알아서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서 해결하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연대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건강보험에 비해 민영의료보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민영의료보험회사는 건강한 사람만 골라 받으려 하고, 고위험군(노인, 유질환자 등)은 가입을 배제하거나 매우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에 따라 정률제로 내는 건강보험료에 비해 민영의료보험은 저소득층이든 고소득층이든 동일한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한편 건강보험의 영역에 민영의료보험이 발을 들여오게 되면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건강보험은 갈수록 위축되고 민영의료보험이 확대되어 갈 것이다. 그리되면 우리는 더 이상 건강보험증만으로 병원에 갈 수 없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을 주저하고 금융위원회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빼내오려는 보험업법 개정은 사실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관제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의 현명한 판단으로 인해 다행히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적당한 시점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김태환 도지사의 끝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병원의 영리화를 추구하려는 시도는 결코 멈추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낮은 단계의 영리병원의 성격을 도입하려는 의료채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자유인알선, 병원 인수합병, 영리목적의 부대사업 허용 등 다수 의료민영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병원의 영리화를 촉진하는 대표적 의료민영화 법안들이다.

의료민영화에 근본적 제동을 걸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많은 국민들이 보험료는 비싸고 혜택은 적은 민영의료보험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것도 사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모두 해결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해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민영화 반대운동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 논의는 조만간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덧붙이는 말

<공공부문 사유화저지 공동행동> 연속기고 “팔려가는 공공부문”으로 세금, 복지, 방송, 교육, 금융, 에너지, 물, 비정규직 등 영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사유화(민영화) 시장화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습니다. “팔려가는 공공부문” 연재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다음에는 사유화, 시장화를 넘어선 사회적 대안을 찾아 독자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