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문제로 실망만 안겨주고 걱정을 끼치더니 이제는 외교문제에 있어서까지 국민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정부 출범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시작으로,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망사건,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 아세안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수정파문, 미국 지명위원회(BGN) 독도 분쟁지역 표기까지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글로벌 외교’를 내세우며 “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 하고 교류할 것”이라던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은 좁은 시야, 소극적이고 소심한 자세, 절대적인 대미 의존적 자세로 인하여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소홀히 해 ‘뒤통수’ 맞고 이를 만회하려다 꼭 ‘뒷북’치는 ‘자뻑’ 모드로 전환하면서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만신창이 된 MB외교의 현주소
MB의 지고지순한 미국에 대한 외사랑은 쇠고기 졸속 협상으로 양국 간 신뢰 균열과 MB의 존재감 상실로 이어졌으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미국 측이 MB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한미 공조의 약속을 어기며 MB의 ‘뒤통수’를 때렸다. 게다가 미국의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미확정(undesignated sovereignty) 상태로 수정함으로써 MB 외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미 의회 도서관이 지난 7월 17일 도서관 분류를 위한 주제어 표기를 ‘독도’ 대신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바꾸려 하다가 주미 한국대사관의 반발로 보류했던 가운데 이뤄진 일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또 한미동맹을 제1의적인 외교정책으로 꼽아온 MB에게 사전 공지 없이 이뤄진 처사였기 때문에 연속으로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연타를 허용하고 정신없이 허둥대는 꼴이 물에 빠진 생쥐 같았다.
일본과의 관계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삼각동맹 협의체’를 복원하고자 과거사 등을 언급하지 않겠다며 ‘유연한’ 대일 접근을 시도하여 취임초기에는 순탄하게 보였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 뒤 일본 측이 양국관계의 아킬레스건에 해당되는 독도 문제를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수록하기로 전격 결정함으로써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독도문제를 둘러싼 외교정책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연속 얻어맞고 무시당한 외교적 완패였다. 이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독도 문제에서 고름이 터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고 자화자찬 했던 한중 관계는 MB의 방중 기간 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성명을 통해 “한미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는 비아냥거리는 훈수를 들었다. 역동적으로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와 행태에 대한 뼈아픈 충고였던 셈이다. 한중관계의 격상은 한미동맹과 모순된다는 상식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남북관계다. 남북관계를 민족적 특수성의 관점이나 국가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거부하고 종속적인 관계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이 남북관계를 현저히 경색되게 만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모르지만 6.15남북공동선언이나 10.4남북정상선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기본합의서만 고집하고 있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표면적으로는 7.4남북공동성명, 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9.19공동성명, 10.4정상선언이 모두 중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10.4선언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7.4공동성명, 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9.19공동성명, 10.4정상선언이 모두 다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MB와 핵심 측근들은 마치 6.15공동선언 및 10.4정상선언이 기본합의서의 이행과 무관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북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발언과 행태에 대해서 북측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초기부터 예고케 하였다. 더욱이 금강산 피격 사망사건의 해법을 모색하지 못한 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의 수정 파동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 이는 북을 대등한 관계가 아닌 하위의 대상으로 삼아 타자화한 결과이다.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남북 외교대결의 부활이라는 냉전의 망령을 되살리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 놈이 그 놈
현재의 총체적인 외교적 난맥상을 둘러싸고 ‘설거지론’ 대 ‘자기책임론’이 지저분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독도 문제 등은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이 원인제공을 했고 이명박 정부가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유탄을 맞았다는 것이 ‘설거지론’의 핵심이다. 반면에 김대중-노무현 측은 이전 정권의 정책적 방향 및 입장과는 무관하게 현 정부의 정책이 원칙과 철학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사실상 양측의 입장은 모두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노무현 정권 시기 한미FTA 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당시 한나라당 역시 이를 찬성했던 신자유주의 동종세력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무현 측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수입소의 월령과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문제 삼아 반대하고 있으니 정말 철면피와 다름없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런 일들이 생겼다고 파상공세를 펼치는 이명박 정부 역시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으니 정말 인면수심에 다름 아니다. 실제 이들은 동종교배를 통해 엄청난 양의 신자유주의 폐해를 생산하고 있다.
개념상실의 이명박 정부
더욱 가관인 것은 청와대가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공격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안탄압으로 인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숫자가 줄어들면서 쇠고기 국면이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승전보와 독도 문제와 관련한 미국발 낭보가 청와대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MB가 휴가 복귀 후 일성으로 교육감 선거에 대해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규제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 개혁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청와대 참모진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미국식 스탠다드가 발동하면 독도문제가 해결된다는 굳은 신념에 대하여 정말 할 말이 없다. 미국의 얄팍한 입장 변화가 영토 주권을 결정한다는 바보 같은 믿음이 여전히 개념 상실의 정권임을 말해 준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가 총체적으로 난맥상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한미동맹 제일주의’가 절대적인 가치로서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즉 대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MB가 외교안보정책의 이념으로 선택한 실용주의는 전술이지 전략이 아니다. 그는 실용주의와 보편주의를 내세우면서, 힘과 동맹에 기초한 정책을 우선시하려 한다. 이는 담론체계 내부의 모순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우지만 상황에 따른 이익의 변동을 고려하기보다는 선험적으로 설정한 가치(한미동맹)에 기초하여 이익을 계산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적과 미국=친구라는 이항대립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실제 실용주의가 아니라 힘의 우위에 입각하여 정책을 실천하는 현실주의와 유사하다. 힘과 동맹을 절대시하는 태도는 과거 지향적, 임기응변적, 반사적 정책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는 미국과 일본만 있고 북.중.러가 삭제되어 균형 감각이 없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주변 4강의 존재 등 외교의 지정학적 한계에 대한 인식과 동맹외교의 낡은 인식 틀을 벗어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또한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화 관점에서 맹목적으로 정책을 설정하다 보니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다. 맹목적 차별화는 과잉만 앞세우게 되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추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정교해야 한다.
절망적인 이명박 정부에게 부시가 온다
이명박 정부를 보면 한국사회 보편적인 남편들을 생각하게 한다. 안과 밖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소파위에 있는 남의 옷 깔고 뭉겨 앉으면서 자기 옷을 깔고 앉으면 버럭 소리 질러대기, 부인이 앉을 자동차 조수석에 짐 쌓아둔 채 기다리면서 늦게 온다고 투덜대기, 외출할 때 자기는 옷만 입으면서 설거지와 청소 그리고 아이들 챙긴 후 화장 하고 옷을 입는 부인에게는 오래 치장한다고 구박하기, 자기 집에 갈 때는 희색만면하여 부모님께 응석을 부리면서 처갓집에 갈 때는 갖은 핑계로 가지 않으려는 몰상식을 보여주는 것이 한국사회 남편들의 전형이었다.
생각의 주화입마에 빠져 허깨비만 남은 이들을 향해 생각 좀 하며 살라고 외치는 것은 광우병 쇠귀에 경 읽기다. 이들은 아마 우리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라 늘 사소한 생각으로 땅콩만한 뇌를 꽉꽉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개념 없는 짓을 할 때면 “이 사람들이 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나?”, “정말 생각이 없어서 저러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절망적이다.
최근의 총체적인 외교 난맥상을 두고 인책론이 불거졌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다들 꼬랑지를 내렸다. 원칙과 철학이 없는 정부에서 사람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인책론을 제기한다. 핵심은 원칙과 철학이다. 그리고 그에 기초해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전에 정말 필요한 것은 ‘겸손 모드’와 ‘반성 모드’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부시가 온다.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준 선물이라는 민동석 전 정책관의 궤변처럼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줄까. 한미FTA,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아프간 파병 등. 그 어떤 것도 이명박 정부에게는 축복이요 선물이다. 아직도 한국의 독점자본과 지배세력은 한미군사동맹과 한미FTA를 통한 한미경제동맹을 구축하여 미국의 하위파트너로서 국제사회를 지배하리라는 엉뚱한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명심해라. 노동자 민중들을 기만하는 언술과 책동은 그들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다. 폼 잡지마라, 벌써 5달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