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유치장 면회실에 또 새 안경을 사갔습니다"

[기고] 인권옹호자들의 자리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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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새 안경을 사갔습니다. 유성 활동가의 안경을 제가 첫 번째로 샀던 것은 아마도 1년 전 이맘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그는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를 내주며 진행된 한미FTA 반대 시위에서의 경찰 폭력을 감시하다 체포조에 의해 느닷없이 끌려갔었지요. 연행 소식을 듣고 달려갔던 경찰서 면회실에는 땅바닥에 나뒹굴었던 흙먼지 자국을 씻어내지도 못한 채 그가 앉아 있더군요. 마이너스 시력이라 안경 없이는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그는 연행과정에서 안경을 분실해 눈을 끔뻑 거리며 유치장 면회실 유리창에 바짝 얼굴을 대고 미소 짓더군요. 원래 마르고 왜소한 그이지만 흙먼지와 피묻은 옷 그리고 상처 난 외관 덕분에 그랬을까요, 왠지 서글픈 마음에 목이 메더군요.

일 년이 지난 오늘 또 저는 그를 경찰서 유치장 면회실에서 봐야 했습니다. 27일 새벽 집회 중인 시민을 치었던 뺑소니 사건 목격자들을 종로경찰서로 안내해야 한다며, 먼저 간다는 저에게 헤어질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총총히 사라진 그였는데, 촛불집회에 나갔던 날이면 밤을 새워도 다시 곧 활동에 참여했던 그였는데, 그리고 민주주의에 눈감지 않는 다수의 시민으로 인해 이번에는 연행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그리 걱정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다시 구타당하곤 경찰서로 끌려갔습니다.

일 년 전 연행 건으로 재판을 받은 몇 달 전, 경찰 측 증인은 재판관을 보며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서하자마자 거짓말을 하더군요. 유성이 폭력을 행사했다고요. 당시 그는 다른 인권활동가들과 경찰폭력을 감시하던 도중 날 선 방패로 시민들을 폭행하던 경찰들을 향해 “거리의 민주주의를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지만, 저희 중 경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가 땅속 거미에게 채여 가듯 연행되었습니다. 폭력을 행사한 것은 바로 그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었고, 유성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임하며 민중을 내리쳤던 경찰들을 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쳤건만 폭도로 몰려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도 경찰은 그가 경찰을 폭행해서 연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찰폭력을 감시하기 위해 기록지와 카메라를 들고 다른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러다 27일 새벽 4시경, 종로에 있던 호송차 앞에서 갑자기 연행된 시민들에게 연행과 구금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응할 방법이 담긴 인권카드를 나눠주려다가 경찰에 의해 뒤에서 목덜미가 잡힌 후 내동댕이쳐지며 구타당하고 연행되었습니다. 인권침해감시단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소용없었고, 그 역시 미란다원칙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성은 어깨 인대가 늘어나고, 손과 팔 등에 부상을 입었으며, 안경도 깨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기록한 기록지도 분실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눈시울을 붉히더군요. 시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고자 인권단체에 참여했고, 경찰 폭력을 감시하기 위해 가능한 한 집회에 참여하며 인권 옹호를 위해 활동한 그였습니다. 연이은 연행으로 인해 경찰폭력이 벌어지는 대치선에 서기를 망설인 때도 있었지만 그는 매번 현장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경찰의 몽둥이와 방패에 폭행당했고 다시 연행됐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은 항상 권력의 탄압에 놓여 있습니다. 경찰 폭력을 감시하기 위해선 경찰 폭력이 행사되는 현장에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경찰과 가장 가깝게 있어야 해 폭행과 연행의 위험이 큰 것입니다. 그래서 매년 인권활동가들은 시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했을 뿐임에도 연행돼 많은 이들의 연행 경험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옹호활동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며 현장에서 경찰에 항의하고, 피해구제활동을 벌이며 이를 고발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인간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촛불집회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도 노란 그리고 초록색 조끼를 입고 활동하는 인권침해감시단의 모습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은 이런 인권옹호활동이 갖는 인권실현과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아무리 민간단체 소속의 인권활동가들이라도 국가가 이를 보장하고,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부는 현재 보호는커녕 심지어 인권활동가들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누명을 씌우며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촛불집회를 탄압하고,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대한 권고를 무시하고, 사법처리를 말했던 경찰 그리고 그런 경찰의 폭력진압은 눈감고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몰아갔던 제성호 교수를 인권대사로 임명한 정부에게 인권옹호자 보호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무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활동을 지킬 수 있는 이는 정부가 아닌 바로 촛불집회에 함께하는 바로 시민 여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압 없이 인권활동가들이 경찰의 잘못과 폭력을 지적할 수 있기 위해, 인간적 권리로서의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의 두터운 연대를 위해, 경찰의 인권활동가 탄압에 함께 항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 때문에 이날 연행된 42명의 시민과 함께 무사히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가 그의 자리로 곧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인간적 권리가 바로 그 저항의 현장에서도 보장될 수 있도록, 촛불과 함께 마주잡았던 연대의 손을 내밀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인권옹호활동 지지자 정은희 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1)이글은 인권옹호를 위한 인권활동가들의 경찰폭력 감시활동을 보장하고, 27일 새벽 4시에 경찰에 폭력적으로 연행된 문유성 인권활동가와 이날 함께 연행된 42명 시민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한 것입니다. 더불어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해 어려운 길에 나서신 이길준 씨의 양심선언을 지지함을 밝힙니다. 2)이 글은 다음 아고라에 게시한 글입니다.

  • 이힝

    목이 메인다..

  • 정은희

    오늘 저녁 유성 활동가가 석방됐습니다. 이후 결과는 지켜보아야겠지만 인권옹호활동을 지지하고 염려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국인

    북한동포에 대한 인권 운동은 하지도 않으면서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