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직영급식을 해야 하는 서울시 국공립중학교 교장단과 일선 학교들이 이에 반대하여 위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학부모서명을 받는다고 한다. 어이없다. 학교 급식법은 2010년 1월까지 전국의 모든 학교가 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교장들이 법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급식법이 달래 고쳐진 것이 아니라 지난 2006년 강남만 하더라도 위탁급식을 해오던 진선여중고등학교 등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식중독사고가 발생해 학생들이 너무 심한 고통을 당한데다가 위탁급식에서 식중독 발생률이 직영급식에 비해 세 배나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도 압박을 견디다 못해 직영급식으로 전환하기로 법까지 고쳤는데 불과 2년 만에 교장단이 이를 뒤집기 위해 학부모들을 동원해 반대 움직임을 조직한다는 사실에 직면하니, 교육운동에 참여하는 학부모로서도 그들의 역주행이 놀라울 뿐이다. 16개 시도 중 특히 서울은 위탁률이 높아서 불만이 높은데 시정하기는커녕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교육청과 급식업자 간의 결탁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위탁급식을 하면 업체에 의해 모든 재료가 조리하기 좋게 이미 세척되고 잘게 썰려져 학교에 반입된다. 야채는 물론 고기도 깍두기처럼 썰어져 들어오니 학부모들이 급식 검수를 나가 눈을 부릅떠도, 신선도, 원산지등 국내산과 외국산의 구별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유전자 조작식품에도 무방비이다. 대기업 급식위탁업체인 삼성에버랜드 등도 마찬가지이다. 도리어 그런 회사일수록 더 심하다.
내가 서울 강남 구룡중학교 운영위원이었을 때 영양사 선생님 말이 "학생들이 '생 돼지고기와 냉동돼지고기로 돈가스를 해주면 생고기로 했을 때 훨씬 잘 먹어서 영양사로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좋은 재료 구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밥상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는데, 위탁급식은 이 재료를 누가 먹는지 전혀 상관없고 오직 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급식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들은 산산히 무시되고 날아갈 수 밖에 없고 급식은 부실해진다.
지금 학생들이 0교시다, 야간자율학습이다, 심야학원 수강이다 해서 집에서 밥 먹는일이 하루 한번 꼴이 채 안되는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함께 학교급식과 먹거리에 불안은 심각한 형편이다. 시중에 미국산 쇠고기가 깔렸으니 학교라고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는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선거가 있다. 대부분 교육감 후보들이 촛불집회의 영향을 받아 말로는 안전한 급식을 먹인다 주장하지만 그 후보들 마음속으로는 학교 급식도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중고교 위탁 급식률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서울에서 안전한 급식을 먹일 수 있을까?
말로는 급식 안전을 책임지겠다지만 학생이 상품이고 학교는 공장이고 교육은 부모 돈에 따라 구매할수있다고 '경쟁과 시장'을 외치는 후보들이 리베이트 생기는 위탁 급식사업을 외면할 수 있을 것인가? 부모 세대인 유권자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똑똑히 가려낼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출한 교장단들의 시도에는 학생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의 행정업무를 덜어내려는 이기적인 발상으로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교장단들은 이러한 시도를 당장 중지해야 하며 해당 학교 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직영급식의 완성을 위해 예산을 따오든, 구청의 지원을 얻든 필요한 노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