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추가협상이라는 이름의 편지를 거부한다

[손미아의 칼럼] 차라리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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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새로 고시한단 말인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도중 두 차례나 귀국하겠다면서 배수진을 쳤다 (중앙일보 6월23일자 제 1면)”는 그 추가협상의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아도 이명박정부가 무엇을 더 고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 4월 18일 협상내용과 원칙에서 벗어남이 없다. 한국대표는 미국에 가서 또 한번 “추가협상”이라는 명목하의 편지 한장을 받기위해서 며칠간 구걸한 것이 아닌가? 국민의 자존심을 몇 번씩 갖다가 바쳤는가? 또한 조중동 언론이 간략하게 소위 “추가협상내용”이라고 소개한 내용들은 실제 미국에서 보낸 편지전문과는 전혀 다르다. 계속해서 이명박정부와 조중동 언론의 거짓과 사기극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미 무역대표 및 미 농업부 장관서한을 그대로 조목조목 들여다 보자.

어느 국가도 편지글을 통해서 국가간의 협의를 했던 적은 없다

“30개월 미만의 소만 교역하겠다는 것을 한국 수입자와 미국 수출자들의 자율결의하겠다는 것이며 이러한 민간부문의 조치는 한국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경과조치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협의내용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느 국가도 편지글을 통해서 국가간의 협의를 했던 적은 없다. 또한 “월령 30개월”은 광우병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30개월”이라는 것은 1996년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되자 그제서 영국정부가 “30개월이상의 소의 전체 소각”을 했던 기록에서 유래할 뿐, 그 이후에 오히려 더 어린 소에서 광우병발생이 많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30개월보다는 광우병위험물질 (SRM)이 결정적인 광우병발생요인이라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30개월 민간협약을 맺었다고 좋아하는 정부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거나 이제 국제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을 위해서 과연 어떤 품질평가프로그램을 준비할까?

"한국을 위한 30개월미만 연령검증 품질체계평가(QSA)프로그램의 도입”하겠다고 한다. 여태까지 미국 자체에서도 광우병 위험에 대비하기위한 품질체계평가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러므로 “한국을 위한”이라는 단서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 스스로도 준비가 없는 데, “한국을 위해서” 과연 어떤 품질평가프로그램을 준비할까? 30개월이상 여부를 줄기차게 검증하겠다는 것인가? 광우병의 발생기전을 양측정부가 다 알텐데도 “30개월 연령검증”을 품질평가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일단 피한 것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예방을 위해 진정한 평가를 하려면, 우선 미국에서 지금도 사용하는 “동물성사료”를 즉각 중단해야하며, 모든 광우병위험물질을 취급금지해야하며,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조기검진(BSE screening test)”을 즉각 실시해야한다.

내장, 갈비뼈 등 대부분의 광우병위험물질이 그대로 수입된다

“30개월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와 척수는 과거에 교역된적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광우병위험물질 (SRM)은 뇌, 눈, 머리뼈, 척수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광우병위험물질로 알려진 것들은 다음과 같다. 즉, 턱뼈를 제외하고 뇌, 눈을 포함한 두개골, 꼬리뼈, 경추 흉추 요추의 극돌기와 수평돌기, 천추의 날개를 제외한 척추체, 12개월 이상된 소의 척수, 임파선, 모든 연령대의 소의 십이지장에서 직장까지의 내장, 12개월 이상된 포유동물의 척수와 임파선과 뇌, 눈을 포함한 두개골, 모든 연령대의 포유동물의 비장 등이다 (Seitz et al, 2007).

미국과 한국의 “상업적 관행”이 과연 지켜질 것인가부터 문제이지만, 일단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내장, 갈비뼈 등 대부분의 광우병위험물질이 그대로 수입된다는 것이다. 광우병위험물질인 소의 프리온이 주로 분포하는 곳이 소화기관과 신경 그리고 뼈 등 인데, 그 중 일부의 머리뼈와 척수만 수입을 제한한다고 해서 내장, 갈비뼈 등 다른 위험물질에 들어있는 프리온이 갑자기 사라지는가? 한국내에 광우병발생의 위험은 2008년 4월 17일 첫 협상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존재한다. 광우병위험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무엇이 추가협상된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답을 해야한다. 아니면 재협상이라고 이름 붙인 이 편지를 차라리 불태워버려라.

광우병위험을 막을 수 있는 본질적인 조치없는 형식적인 편지

“제 24조에 규정되어 있듯이 일반검사에서 2회 이상 식품안전위해가 발견되면 한국은 미 식품안전검사국에 해당 작업장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수입위생조건 제 24조의 일반검사는 광우병검사가 아니다.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실제 광우병위험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검역을 실시해야 한다.

이 편지 전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달랑 이 편지 한 장으로 국가간에 실효성있는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것인가라는 우려만이 아니다. 더욱 더 우려스러운 것은 광우병위험을 막을 수 있는 본질적인 조치가 다 빠져있고, 형식적인 편지라는 것이다.

미국이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광우병발생예방을 위해 최소한 지켜야할 예의는 (1) 광우병위험물질 (SRM) 전체에 대한 전면 수출금지 (2) 도살장에서 광우병 조기발견검사 및 광우병 위험소의 폐기처분 (3) 동물사료 및 뼈가 포함된 식품의 수출금지 (4) 미국내에서 동물성사료의 금지 및 국외로 수출금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23일 캐나다에서 13번째 광우병소가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96년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된 이래, 영국과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였던 광우병은 2000년대에 와서 광우병은 그 발원지인 영국과 유럽을 떠나, 북아메리카, 동유럽, 아시아 등지로 전파되고 있다. 유럽에서 수출금지된 영국의 동물사료, 뼈가 붙은 쇠고기, 살아있는 소 등이 유럽외의 여러 나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고,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지역은 지금도 그 유행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한국정부는 이번에 미국쇠고기를 수입함으로써 광우병위험지역을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로까지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부시정부와 이명박정부는 닮은꼴

미국대표와 미국 농업부장관이 썼다는 편지글은 이명박정부의 거짓과 사기와 일치한다. 현재까지 미국내에는 어디에도 내놓을만한 “광우병 조기검진 (BSE screening test)도 없을 뿐 아니라, 광우병 소를 색출하여 도살하는 제도도 없다. 하물며, 미국정부는 동물사료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가?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하였을 때, 미국정부의 대응사례를 보면, 미국정부가 얼마나 거짓을 일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6년 11월 현재까지 3명의 인간광우병 사례가 보고되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2006). 첫 번째 환자는 2001년, 두 번째 환자는 2005년, 세 번째 환자는 2006년에 발견되었다. 미국정부는 이들 중 2명이 영국에서 살다가 왔기 때문에 영국에서 걸린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거짓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만약 미국사람들이 영국을 왕래해서 발생된 것이라면, 영국의 광우병/인간광우병 유행시기인 1986-1996년 사이에 발생되어야 했다. 미국에서 2001년 이후에 광우병/인간광우병이 발생하게 된 경로는 바로 유럽에서 1996년 광우병이 최대가 되자 위협을 느낀 유럽연합에서 적극적인 동물사료금지조치를 하게 되자, 영국의 나머지 동물사료나 광우병위험물질 등이 아시아, 동유럽, 북아메리카 등으로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캐나다, 미국등지에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발생경로마저 미국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부인을 하는 것은 미국정부의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에 불과한 것이다 (진보평론 2008년 여름호 참조).

미국정부는 왜 그렇게도 싫다고 하는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려고 하는가? 미국은 왜 그렇게도 집요하게 한국 민중들을 대상으로 광우병위험 쇠고기를 수출함으로써 “쓰레기처리”를 하려고 하는가? 바로 미국의 농업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위한 것이다. 결국, 한미 소고기 협상은 단지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쪽의 시장개방을 위한 하나의 전초전이며, 미국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위한 극단적인 미국의 신자유주의정책의 하나였던 것이다 (진보평론 2008년 여름호 참조).

미국 부시정부와 이명박정부는 어쩌면 이렇게도 닮았는가? 이명박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국외에서까지 우롱당하게 하지마라.

새술을 새부대에 따라라

이미 온 국민은 “민생회복”, “민심회복”을 외치는 이명박정부의 본질을 다 알아버렸다. 이명박 대통령, 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할 때, 그의 음흉한 머릿속에는 또 다른 공기업사유화, 의료사유화, 한미FTA등의 파노라마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아버렸다. 그 자신과 그를 비호하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말과 사기를 쳐서라도 이루겠다는 것이다. 10살도 안되는 아이가 “이명박 물러나라”고 외칠 때, 이를 무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는 그의 오직 자본가계급을 비호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강인함”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바로 스스로 “자본화된 인간으로써의 황폐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새술을 새부대에 따라야 한다. 우리는 거짓으로 일관된 광우병추가협상을 거부한다. 이명박 정부는 문서로 된 재협상을 즉각 실시하라. 그렇지 못할바엔 자신의 능력부족을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서라. 그와 더불어 부르조아정치판의 냄새나는 구태의연한 정치꾼들도 모두 물러나라. 이 정국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기득권을 부여잡으려고 애쓰는 온갖 보수당의 야바위꾼들도 모두 물러나라.

이 뒷감당은 민중이 알아서 할 것이다. 이미 민중들은 한달여 짧은 기간에 “스스로 정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민중들은 이제 새술을 새부대에 담기위해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민중이 새세상을 이룰것이다.
덧붙이는 말

손미아 님은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