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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를 진압하라?

[칼럼] 인터넷처럼 쉽게 통제되지 않는 미디어를 두려워하는 권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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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맘대로 삭제하다

22일 포털사이트 <다음>이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 관련 일부 게시물들을 동아일보의 요청으로 임시조치하였다. 임시조치란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며, 누군가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면 포털이 최대 30일까지 임시적으로 삭제하는 제도이다. 오는 25일 발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법으로 판단되면 이 글들은 영구삭제된다.

조중동 불매운동과 광고중단 촉구는 정당한 소비자 주권행사의 일환으로, 이것이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상식 밖이다. 더 큰 문제는 게시물을 삭제할 것이냐의 여부가 ‘포털’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인터넷 등 방송통신융합 미디어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는 이 기구(위원장 박명진)는 지난달 28일 출범하자마자 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게시글에 대해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를 내렸다. 국민이 대통령을 ‘2MB’, ‘간사한 사람’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격을 폄하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명목상 독립적인 이 기구는 첫 출발부터 정권 눈치보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그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

불법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곳은 법원이다. 법원이 아닌 포털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성 여부를 가리는 것은 자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이 과정에서 글을 올린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진술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있다.

이와 같은 인터넷 심의 제도는 정치적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지금의 임시조치 제도가 도입된 후 이랜드 등 거대 기업들이 자사의 노동정책이나 소비자 불만 게시물에 대해 삭제 혹은 폐쇄를 요구하고 포털이 이를 따르면서 논란이 그치지 않아 왔다. 한쪽의 주장만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다니, 자신에 대한 비판글을 사라지게 하고 싶은 기업이나 정치인들에게 편리하기 짝이 없다. 아무런 항변 기회 없이 하루아침에 자기 글을 잃어버린 이용자 입장에선 부당하기 짝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임시조치가 소위 ‘악플’ 즉, 명예훼손 등 인터넷으로 인한 개인의 인권 침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는 하지만, 그 운영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휘둘려서는 참으로 곤란하다.


촛불시위 동안 본격화한 이명박의 인터넷 통제

정치적인 인터넷 통제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위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인터넷을 지목하고 네티즌을 추적하는 등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조중동 불매와 광고중단 운동 관련한 임시조치는 정부가 요청한 것이 아니지만,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비판 게시물에 대하여 진작에 임시조치를 요구했던바 있다. 인터넷을 부정적 여론의 진원지로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 청와대는 인터넷 전담비서관을 신설했고, 경찰은 ‘인터넷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한나라당은 사이드카 제도(여론 민감도 체크 프로그램)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모두 인터넷 여론을 초기부터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의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은 독"이라고 말한 후에, 18일 이에 화답하듯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후보시절부터 현재의 인터넷 실명제로는 부족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을 이용해 현재 37개인 실명제 대상 사이트를 210개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인터넷 실명제 연구반을 운영해 왔다.

별명을 사용하건, 아이핀을 이용하건, 인터넷 실명제의 핵심은 하나이다. 정권과 경찰이 원할 때 언제든 네티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 확인을 하지 않으면 국민이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박탈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이지만,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이용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 불법성 여부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회의적이었지만 검찰과 경찰은 무리하게 ‘광우병 괴담’을 수사한다며 이용자를 추적하였고, 이번에는 또다시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을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수사기관의 이러한 행태는 거의 아무런 법률적 제한 없이 통신서비스업체에 이용자의 실명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 때문이며(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통신서비스업체는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실명 정보를 평상시 수집하고 있다.(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 제44조의5) 이러한 인터넷 실명제는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IP 주소 등 통신내역을 요구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감시와 추적이 결국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협이라는 점이다. 네티즌에 대한 엄포나 다름없는 이런 수사를 통해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 역시 네티즌 위축일 것이다.

나도 고발하라!

임시조치처럼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인터넷 심의 제도에 대해서는 단단히 손을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위헌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이를 위해 노력할지는 상당히 의문이다. 권력의 윗선에 있는 사람일수록 인터넷처럼 손쉽게 통제되지 않는 미디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법제도가 이처럼 무력할 때 국민은 직접행동의 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미 수천 명의 네티즌이 나도 광고 불매 운동을 했다며 검찰에 자수(?)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행동이다. 촛불처럼.

더 많이 외치자. 더 많이 글을 올리자. 우리의 직접행동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이다. 우리뿐 아니라 최근 전 지구의 시민들이 직접행동에 나서고 있다. 쇠고기 문제처럼 세계화가 심화하면서 어딘지 모르는 먼 곳에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일이 벌어지게 될 때, 사람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한계를 느끼고 그 결정과정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짬짬이 거리에 나오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절치부심할 것이다. ‘아이핀’을 이용해 실명제를 확대하려는 잔머리들을 보라.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저항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계속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강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니들 맘대로는 안될걸!
덧붙이는 말

장여경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입니다.

  • 노동자

    위 글 옮겨 가겠습니다. 다음 아고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