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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조인과 쇠고기 협상

[기고] 이명박 정부는 어용노조 대표자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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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서 ‘직권조인’이라는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교섭의 결과를 문서로 작성하고 노동조합대표자가 사용자와 함께 서명·날인하면 단체협약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 때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의 의사(총회, 찬반투표 등)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두고 ‘직권조인’이라고 표현한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규약에 주요한 의사결정은 총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중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합의하더라도 가부에 관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체결하도록 정한 경우 노동조합 대표자가 이미 서명·날인한 단체협약이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 논란이 야기된 경우가 많았다.

사용자 입장에서 ‘한놈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 대표자에 대한 각종 회유, 협박을 통해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노동조합 대표자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등 ‘직권조인’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약화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법적 논란을 사용자적 입장으로 정리하였다. 과거 김영삼정권이 1996.12.26.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노동조합 대표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조합 대표자의 어용화나 배임행위를 견제하며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총회의 인준사항으로 규정한 규약이 도리어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이 법원의 견해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의 기초는 그 구성원인 조합원의 의사에 달려있다.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잠정합의안을 작성하여 서명·날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총회나 찬반투표를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여전히 일반적인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 형태이다.

또한 직권조인의 문제가 발생된 경우 노동조합 대표자에 대한 탄핵, 불신임, 지도부 총사퇴 등 다양한 형태로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대표자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알아서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 또한 직권조인에 의한 단체협약의 효력은 유효하며, 노동조합의 내부적 민주주의 문제는 노동조합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묵살하고 마치 어용노조 대표자처럼 직권조인 한 것과 같다. 또한 미국의 태도는 노동부, 법원이 직권조인에 대해 일관하는 견해처럼 단지 ‘그들’의 내부적 문제라는 태도와 같다. 이런 경우라면 적어도 직권조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자와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조합의 활동은 노조법이라는 법적 테두리에 갇혀 있다. 이 테두리를 더 좁혀 실질적인 노동3권의 행사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프랜들리이며 노동정책의 선진화방안이다. 하지만 쇠고기 협상으로 불거져 촛불집회, 거리시위로 이어지는 민심의 향배는 노동조합과 같이 법적 테두리에 가둘 수 없다. 게다가 국민의 진정한 요구마저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행태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며, 지금의 촛불집회와 거리시위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말

유상철 님은 '노무법인필'에서 노무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