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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함께 한 백 일

[독자기고] 이제 백 일? 앞으로 5년 어떻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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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살 난 딸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다. 대학 시절 선배들을 따라 데모에 몇 번 나가보긴 했지만, 뉴스는 가끔 시간 날 때만 보고 인터넷 뉴스도 헤드라인만 죽 보다 재밌어 보이는 기사만 몇 개 골라보는, 정치에 큰 관심도 없는. 컴퓨터를 켜면 뉴스보다는 육아 까페에 들어가 한글공부 어떻게 시킬지, 영어는 언제부터 접해주나, 좋은 책이 있나, 이런 글을 주로 본다.

하지만 요즘 까페에는 ‘오늘 집회는 어디서 몇 시에 시작한답니다’, ‘현수막 공동구매 합시다’, ‘오늘 유모차 끌고 시청 앞까지 갔다 왔어요’ 이런 글들이 주를 이룬다. 좋은 엄마 되기 참 힘들다. 집안 일과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이명박이 주부들도 집에 있지 못하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당선되었을 때, 뽑지는 않았지만 그냥 돈 버리고 환경 버리는 대운하만 하지 말기를 바랬다. 그러다 의료보험 민영화 이야기가 들린다. 유학생 남편 따라 미국 간 동생 내외가 일 년에 의료보험료를 백만 원 냈단다. 치과, 안과는 제외란다. 미국이 자연분만률이 높은 이유는 제왕절개 수술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란다. 수술하게 되면 몇 십 년 상환으로 나눠 갚는단다. 태어난 아기는 30일까지만 엄마 보험으로, 그 이후는 아기 보험 따로 들어야한단다. 아! 의료보험민영화. 이건 돈 없는 사람은 그냥 죽음을 기다리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이제는 쇠고기 수입. 총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직전, 007작전을 방불케 하며 모든 중간 절차를 생략하고 초스피드로 타결되었단다. 정말 괴롭다. 그런데도 본인이 기득권도 아니면서 뭘 기대하시는지 한나라당을 열심히 지지하시는 우리 부모님은 미국산 쇠고기 무엇이 문제냐 하신다. 광우병 무서워 쇠고기 못 먹으면 농약 무서워 어떻게 채소 먹고 환경호르몬 무서워 어떻게 인스턴트 식품 먹느냐 하신다. 돈 없어 실컷 못 먹어본 쇠고기 맘껏 드시겠다고. 걸려도 잠복기 2,30년이니 운 나쁘면 먹고 그냥 죽으면 된다 하신다.

“좋아요, 저와 아빠는 그렇다 치고 그럼 우리 딸은요?” 손녀딸 얘기가 나오자 아무 말 않으시더니 먹이지 말지 뭐, 하신다. 자식에겐 보여준 적이 없는 끔찍한 사랑을 손녀딸에게 주시는 울 아빠, 그래도 손녀딸은 걱정되시긴 하나보다. 그런 아빠도 요즘은 TV 보며 ‘소고기 협상 그래도 좀 성급하긴 했어.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물 민영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거 왜 저렇게 밀어붙이나, 경제 살리라고 뽑아 줬더니 서민 경제 다 말아 먹는구만...’ 몇 십년간 짝사랑만 해온 울 부모님도 이명박이 바꿔놓는구나 싶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러고도 다음 총선때 또 한나라당 찍으실까 두렵다.

노무현 탄핵 반대 시위 때는 남편과 참가하기도 했다. 아이가 있는 지금, 마음은 굴뚝 같은데 나서기가 쉽지 않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다칠까...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이가 어른이 된 후 ‘2008년 봄에 엄마는 뭐했어?’라고 물을까 두렵다. 그리고 참 미안하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는 나의 이기심이...

취임 이제 백 일 지났단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살까나...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 되는 것조차 나에겐 버겁다.
  • 힘든엄마

    정말 제 속마음을 그대로 옮겨 적은거 같아 후련하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오늘도 길거리가 한산하기만 하고 장사는 IMF때보다도 더 어렵고 애들은 커가고 참 깝깝하니 택할길은 죽음밖에 없나하는 생각도 드네요ㅠ.ㅠ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 시민

    잘 읽었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진솔한 내용이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겪어야 할지 끔찍합니다.

  • 글쎄요

    민영화에다 대운하. 소고기 협상......
    우리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접근하기 힘든 분야죠.
    그런데, 우리가 무슨 할말이 있을까요?
    쇠고기 전문가가 광우병 없다고 하고
    경제 전문화가 민영화 문제 없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너무 나서는 것 아닐까요?
    대체 우리가 아는게 뭐가 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 취임 겨우 100일 지났는데.
    어떻게 앞으로 해 나갈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