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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본권, 정부와 노동운동만 귀 막는 아이러니

[칼럼] 노동운동이 환경운동의 경험 먼저 배워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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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운동 사유화 저지 투쟁 진정성 가져야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환경과 노동 공히 반사회적·반환경적·반공공적 정책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우병 사태, 대운하 등의 사안이며 이와 더불어 노동운동 진영에게는 사유화 정책이 당면 이슈로 존재한다.

그런데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시작하는 광우병 관련 시민 투쟁, 대운하를 둘러싼 환경운동 진영의 투쟁과 달리 노동운동 진영의 사유화 저지 투쟁은 노동조합 내에 여전히 갇혀 있다.

사유화, 특히 에너지 산업 사유화는 비단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산업 공공성이라는 화두를 갖는다. 즉 에너지 공급 안정성, 에너지의 평등한 자립(반전·평화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친환경·지속가능성의 확립 문제 전반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유권 여하의 문제로 여타의 에너지 공공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공적 소유 여부가 에너지 공공성 확립과 수립, 발전에서 주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환경과 시민사회 제 운동은 사유화 문제에 착목해야 한다.

또한 사유화 저지 투쟁을 해당 노조의 내적 사안으로 국한하는 한 그 어떠한 해결방안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운동은 그 이전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사유화 저지 투쟁과 공공성 쟁취 투쟁의 결합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만 한다.

운수노조 모범적.. 에너지산업 노동조합 노력 게을리하는 것 아닌가

현재 이명박 정부는 전형적인 시장개방·세계화 논리와 전통적인 개발자본 논리로 광우병 문제와 대운하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소위 광우병에 뺨 맞은 화풀이를 공기업 사유화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광우병 문제에 대해 적어도 운수노조는 비단 상징적이라 할지라도 “광우병 소 운송 거부” 투쟁을 벌이면서 노동운동 진영에서 모범적인 대중 투쟁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산업 노동조합운동의 경우 당면한 투쟁에 급급하면서도 대중을 설득하고 접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

현재 정부의 정책적 기조들이 일관된 논리와 일관된 세계관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노동조합운동에서 일관되고 각 사안을 관통하는 자기 논리를 개발하고 정책적 개입을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풍전등화에 놓여 있는 에너지산업 노동조합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고민은 향후 기후변화협약, 탄소세 부과, 고준위 방폐장 문제 등 이미 객관적으로 형성될 정세가 에너지 관련 노조의 진지한 고민과 정책 마련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은 당면한 정세와 일정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좀 더 풍부하고 중장기적 혜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민영화, 가스·발전 등 에너지산업 전반의 ‘안정성’ 침해

최근 가스 산업의 경우 완전 민영화 방식으로 급격히 전화하고 있다. 인천·통영·평택 인수기지별 분화를 통한 기존의 분할 매각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가스 산업의 소매 부문이 기존의 33개 지역 독점, SK와 포스코, GS 간 분점 형태였지만, 새롭게 집단에너지 형태의 열과 전기를 동시 생산하여 가정과 대단위 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소매 부문 간 경쟁체제가 형성되어 있다.

소매 간 경쟁을 통한 기존 독점 사업자의 지역독점 광역화, 열과 전기의 동시 생산에 따른 기존 전력과 가스의 도·소매 생산 공급 시스템의 전변 등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전통적인 가스와 전력의 구획 구분은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발전의 중부와 남동 매각 가능성 역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인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 거점(발전의 경우 영흥화력, 인천 화력, 포스코 파워, 가스의 인천 기지 등), 경남권 거점(가스의 통영 기지, 발전의 삼천포와 하동화력, 포스코와 SK의 인수기지 및 광양 산업단지 등)과 교묘하게 구도가 맞물리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의 하류 부문이 결국 지역 독점, 지역 독점의 광역화를 위한 소위 M&A 확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소매 경쟁을 통한 과점 확대, 소매와 도매를 관통하는 자본의 네트워킹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스공사와 발전의 사유화 정책이 완성될 것이다. 이에 대한 양 노조 및 에너지 연관사들의 공고한 결합과 연대가 요청되는 시기이다. 사기업으로 존재하는 소매 가스의 경우 결국 인수합병의 희생양이 될 지의 여부가 빠른 시일 내에 판단될 것이며 이 과정이 - 특히 지역적 문제와 결합해서는 - 한전의 배전 분할 시나리오와도 깊숙이 연관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과 유지보수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안전 분야는 공기업 통폐합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동반될 것이며 유지 보수 분야는 발전과 가스의 구조조정과 효율화 정책, 비용절감 노력에 의해 정비 단가 인하, 유지보수 시장 개방, 유지보수의 인적·기술적 독립성 훼손 등의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가스와 발전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의 ‘안전성’을 침해하게 된다.

에너지산업 공공성-지속가능성, 한국정부와 노동운동만이 귀 막고 있는 아이러니

그 동안 에너지산업 사유화 문제에서 소위 공급 안정성에 주력해서 고민을 해왔다면 향후 정세는 공급 분야 - 한국사회에서는 98% 자원의 의존이라는 조건에서 불안정하였음에도 - 의 '안정성' 문제만이 아니라 에너지산업의 '안전성' 문제가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소위 공기업 분류의 기준으로 대두되는 시장형인가 준시장형인가의 문제는 매각 등 민영화 정책 시 매입자의 입장에서 ‘상품성’이 존재하느냐의 여부이다. 발전과 가스 등 공급 분야는 소위 시장 상품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형 공기업이다. 그러나 안전과 유지보수 분야는 이윤논리에 의해 구조조정의 대상, 즉 비용절감과 인원감축 대상이기 때문에 준시장형이거나 공공성이 강한 분야로 지목된다. 이는 즉 매각 대상이 아니라도 유지 보수의 경우 시장을 열어 경쟁구도를 확립하여 하청에 하청이 난립하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화를 의미하고 자본의 입장에서는 노동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된다.

안전 분야의 경우 기존의 안전 관련 공사들의 핵심 기능을 통폐합 하고 안전 규제를 완화하여 결과적으로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유인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주요한 자본의 행위자는 보험회사이다. 이제 우리는 에너지 산업에서 소위 ‘공급의 안정성’ - 발전과 가스의 민영화 - 문제만이 아니라 ‘안전한 공급’을 주요한 화두로 제기해야 한다. 전기와 가스가 구매력에 의해 공급되고 단절되는 것도 끔찍한 일이지만 안전한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역시 더욱 끔찍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출범의 주요한 전제이자 목표였던 지속가능성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지 환경운동의 사안이 아니라 향후 올곧은 ‘삶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 실효에 따른 올바른 대응,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노력은 비단 한국 정부와 노동운동만이 오히려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정세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에너지산업 공공성에서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부재하다면 결국 에너지산업 소유권을 국가 소유로 존치하여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받겠다는 논리 그 이상도 아닐 것이며 이에 대해 자본과 권력은 그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공기업 노동자들의 밥그릇 이기주의에 대해 공격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에게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책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립서비스로, 자본은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시장으로 탈바꿈하여 탄소세 거래권 확보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에너지산업 사유화 맞서 에너지 기본권 제기해야

노동운동에서 먼저 환경운동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나서야 한다. 환경운동 역시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결국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통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그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재정과 실효성있는 집행을 책임지는 주체로 에너지산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운동 진영의 적극적 개입을 독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그 동안 노동운동 진영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환경운동의 적극적 개입이 없었다는 점이 아직까지 아쉽다.

에너지 기본권 문제는 이제 현실화시켜 나가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 가스안전관리부담금, 에너지특별회계, 에너지재단 등 현실적으로 다양한 기금 및 세제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기금이 과연 실효성 있는 에너지 기본권 정책 수립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또한 에너지 기본권 확대를 위해 공기업의 이윤과 가스 소매 분야의 초과 이윤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개입해나가야 한다. 물론 각종 기금과 재정 관련하여서는 공급 위주의 정책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진 배치 문제 등도 연결된다.

이렇듯 우리는 에너지산업 사유화라는 공세적인 정세에 놓여 있다. 그러나 에너지라는 화두를 단지 민영화 저지라는 현안에 가두고 노동조합 내에서 사고하는 틀에서 자유로워진다면 공급의 안정성만이 아니라 공급의 안전성, 지속가능성, 에너지 기본권이라는 더 큰 주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시장화와 개방화, 민영화의 잘못된 논리를 깨고 진정한 공공성의 의미를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도 환경운동도 더 충분히 조우하게 될 것이며 사회적인 인정, 대중적인 지지를 충분히 획득하게 된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그 위기를 깨고 나오는 탈출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탈출구를 찾기 위해 올 한해 분주히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송유나 님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 입니다.

  • 녹적연대

    관성적으로 외쳐오던 사회공공성강화 구호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에너지노동사회'가 진정으로 '네트워크'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