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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워크샵]'홈리스?홈있수?'.. 소수자들의 주거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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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한 집은 어떤 집인가. 우리들은 혹시 홈리스가 아닌가. 8월 31일에 열릴 주거권운동 워크샵 <살만한 집을 구하는 홈리스들을 위한 복덕방>을 앞두고 워크샵 기획단이 징검다리워크샵을 열었다. 20일 있었던 <철거민운동, 너에게 나를 묻는다>에 이어 22일에는 <홈리스? 홈있수? -‘시설’과 ‘가족’을 통해 본 주거권운동의 과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며>라는 제목의 워크샵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이날 워크샵에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문화연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빈곤사회연대,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들이 모여 주거권운동과 다양한 소수자운동이 만날 수 있는 지점들을 구체화하고 각 영역에서의 주거권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살만한 집은 이런 것, 끄덕끄덕

참가자들은 ‘살만한 집 빙고게임’을 통해 살만한 집의 요건들을 쏟아냈다. ‘돈’, 즉 부담할 만한 주거비용은 누구나 적은 ‘뻔한’ 요건이었고 최근의 개발 광풍 탓인지 개발예정지역인지를 모두 얘기했다. 넓은 창으로 햇빛과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쾌적한 환경, 공공시설의 이용, 레즈비언 바와 같은 문화적이 커뮤니티에 대한 고려, 사생활의 보장, 아웃팅과 낙인으로부터의 보호 등 각자의 삶에서 출발한 요구들이 어디에선가 만나면서, 살만한 집에 살 권리가 보편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필요한 주거권의 의미를 이번에는 사람에서 출발해 살펴보았다. 아래와 같은 다양한 사례를 ‘홈리스’와 ‘홈있수’로 구분해보았다.

<성폭력피해여성 쉼터에 살고 있는 여성 /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33세 비혼 여성 /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45세 여성 / 고시원에 사는 청소년 /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레즈비언 애인과 몰래(관리자가 모르게) 동거하는 29세 여성 / 사회복지시설에 5년째 살고 있는 뇌병변 장애인>

사면의 벽과 지붕의 구조물만을 ‘홈’이라 할 수 있다면 이들은 모두 집이 있는 ‘홈 있수’일 테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이 고른 가상인물이 홈리스라고 입을 모았다.

안정적인 자립을 위한 기간도 되지 못하는 쉼터의 짧은 거주기간, 결국 다시 불안정한 주거지로 내몰리는 상황, 사생활의 보장은커녕 집에서 오히려 병을 얻게 되는 상황,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값싸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데다가 최소한의 공간만을 점유하며 사는 것, 혈연중심의 가족제도에서 배제되고 뿌리 깊은 호모포비아로 인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 법에 명시된 수급권자의 권리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설명 받지 못한 채 위계화된 시설 안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것, 이처럼 ‘홈’을 둘러싸고 그 안에 감추어진 모든 권력구조와 폭력을 감내하며 사는 불안정한 주거상태의 이들이 ‘홈리스’임을 발견하게 된다.

‘시설’과 ‘가족’을 통해 주거권운동의 과제를 살펴보자

‘시설’은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듯했고, ‘가족’은 주거의 기본적인 단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시설’과 ‘가족’이 주거권 실현이 아닌, 박탈의 원인이라면 주거권운동은 어떻게 펼쳐져야 할까. 참가자들은 문화연대 호연 활동가의 발제를 들은 후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시설’을 통해본 주거권에서는 장애인, 노숙인, 청소년, 성매매여성, 성폭력피해여성, 가정폭력 피해여성 등이 머무는 시설이 이용자만 다를 뿐 사회복지시설 및 쉼터의 문제가 한결같음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쏟아내며 ‘우리 쪽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설은 다 똑같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정주할 수 있는 권리’는 체류기간이 정해진 시설에서는 애초 불가능했고 결국 대책 없이 내몰리고 나면 다른 생활시설을 전전하게 되기도 한다. 시설 안에서는 외부와 소통할 수가 없을뿐더러 개인적인 공간은 제공되지 않으며 자원봉사자, 후원인등에 의해 수시로 침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설 생활자들은 세대주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의 공공주택정책에서 아예 배제된다. 그렇다 보니 능력이 없으면 시설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드러나는 문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쉼터에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피해자화해야만 한다는 점, 시설이 대상을 범주화하며 오히려 낙인을 심화시키는 점, 위계화 된 시설구조로 인한 각종 인권침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있었다. 특히, 레즈비언청소년은 쉼터 입소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고 들어갔다가 아웃팅으로 인해 폭력과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설이 기본적 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 복지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권력이 주어져서 생활자들의 주거권은 고려되지 않는 것까지 시설을 통해 본 주거권의 문제는 손에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신가구용 주택확보와 다중주택(단신자가 살 수 있는 원룸형태의 주택), 대안공동체 형성 지원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해결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한국만큼 가족이데올로기가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곳이 있을까 싶다. 혈연중심의 ‘정상가족’과 가구원수가 많은 가족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친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대를 기본으로 하고 사실혼만을 보호범위로 좁게 설정하고 있다. 1인가구나 비혈연중심의 가족은 주택정책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위에 언급한 대로 시설 생활자의 경우 세대주가 될 수 없어 12평 이상의 국민주택 청약저축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족구성권’은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거권’과 아주 밀접한 권리이다. 예를 들어 지적, 신체 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장애인공동체가 지자체에 의해 '미인가 시설'로 분류돼 인가시설로 강제로 전환해야 했으며, 심지어 장애종별로 여러 개의 시설로 나눠서 신고를 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었다.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 안에서는 공공주택에서의 차별과 주거비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소수자들이 고스란히 겪게 된다. 레즈비언가족은 한 집에 살아도 파트너와 별도세대주가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자동차보험료 등의 세금과 공과금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고 혈연과 가구원수에 비중을 두는 정책은 1인 가구, 청소년, 비혼여성, 장애인, 공동체, 성소수자들의 주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다르게 뻗어가는 선들에도 접점은 있다

장애인운동에서는 개인의 존엄성이 주거를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탈시설화를 통한 자립생활을 고민한다. 그러나 레즈비언운동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정에서의 물리적, 정서적 폭력을 피해 집을 뛰쳐나왔을 때 당장 머물 곳, 정말 살만한 쉼터를 만드는 것이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신가구를 위한 주택정책의 필요성과 ‘정상가족’을 넘어서는 대안공동체 주거권의 실현이라는 접점에서 함께 나눌 고민들이 더욱 많다는 점에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 접점에서 더욱 구체적인 고민들이 펼쳐질 수 있는 워크샵을 기약하며 징검다리워크샵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