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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반전평화의 꿈은 언제쯤에나

[기고] 한미FTA 그리고 2.13 합의와 한미군사훈련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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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한미FTA 협상시한이 하루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한국사회가 진실게임과 숨바꼭질로 요동치고 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북미 상호간 약속 확인 작업과 인내심 시험이 진행 중이다. 즉 한쪽에서는 2.13합의 이후 BDA 송금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약속 이행의 의지와 믿음을 확인하는 진실게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독수리(FE) 훈련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하여 3자․4자․6자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등 ‘정상회담 유행의 시대’가 도래될 것처럼 흥분을 하면서, 8월을 중심으로 언제 남북정상회담을 할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게다가 4월 10일쯤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란다.

그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추진력과 돌파력(?)을 고려하면 어느 하나 쉬운 것도 없지만 어느 하나 어려운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한미FTA, 6자회담, 남북정상회담, 개헌, 전시작전통제권 등 모든 이슈들이 서로 맞물고 도는 톱니바퀴처럼 같은 이에서 출발하여 다시 물릴 때까지 수십 수백 번씩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이슈들의 동시다발적 등장과 끊임없는 의혹 그리고 쟁점을 둘러싼 논쟁 등을 여야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상관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결국 2007년 대선의 해를 맞이하여 한미FTA 협상을 중단시키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닌 대안세계화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북한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를 가일층 진전시키는 것이 최고의 화두가 될 것이다. 이들 이슈는 하나로 엮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물론 남북정상회담과 개헌의 경우 그 절실함의 보편적 인식이라는 전제하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1인 천하와 생살여탈권

한미FTA는 반대 주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타결과 결렬의 갈림길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협상 전략과 내용에 대한 비공개 원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 논쟁과 음모론 논쟁으로 일관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졸속협상을 우려하는 일부 의원들의 용기있는(?) 단식농성을 둘러싸고 ‘MT’, ‘쇼쇼쇼’ 등을 언급하면서 격렬하게 생쇼를 하고 있다. 정말 한국사회 정치인들의 무지함과 꼴불견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전여옥 “단식농성? 봄맞이MT 왔냐”, 오마이뉴스, 3월 29일).

반대진영에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를 비롯하여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복수 예측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물론 빅딜과 낮은 수준의 타결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지만 일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결렬을 바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의 마음이 거의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우스운 것은 정부가 ‘쌀’, ‘쇠고기’ 등이 마지노선 또는 마지막 난제라면서 각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반대진영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을 무서워해야 하는 이들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가 자신들의 전유물로 사고한지가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더 이상 이들에게서는 눈곱만큼의 가능성도 엿볼 수가 없다. 이들의 반복적인 퇴행성에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저주를 내리게 해달라고 굿이라도 하고 작두라도 타고픈 심정이다.

결국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고 자임하는 참여정부의 수장인 노무현 대통령 1인의 결단에 의해 노동자 민중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대통령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이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게 된 것이다.

2.13합의와 한미군사훈련의 모순

범진보진영이 한미FTA 협상 중단이라는 최대 과제에 몰두하는 가운데 지난 25일부터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독수리(FE)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이번 훈련은 31일까지 한반도 남측 전역에서 진행되는데, 지난 29일에는 서산 만리포에서 훈련이 시작됨에 따라 반대 투쟁도 가열 차게 전개되었다.

2002년에 통합되어 매해 3월에 실시되고 있는 한미 RSOI/FE 훈련에 F-117 스텔스 전폭기(Night Hawk)가 2006년을 제외하고는 2003년부터 해마다 순환배치 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1월 11일에 1개 대대와 300여 명의 병력이 군산기지로 전개를 완료해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F-117 전폭기는 그동안 대개 하반기에 한반도로 전개됐는데, 이번처럼 RSOI/FE 훈련 기간(3.25-31)과 맞물려 배치되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RSOI/FE 훈련은 작전계획 5027을 숙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여기에 F-117이 참가한다는 것은 작전계획5027과 5026의 결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한반도와 서태평양 지역의 안보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기존의 훈련성과를 집대성하고 대북 전쟁계획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2.13합의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현의 전망이 한층 유망한 이 시점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2.13합의를 역행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2월 13일 북경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위한 초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해 전격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위기와 긴장이 해소되고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시간별로 체계화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북미간 적대관계 해소와 상호 신뢰 조성의 단초를 마련했으며,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실현이라는 구체적인 경로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단지 핵 문제로만 보지 않고, 북한 문제, 한반도 문제, 나아가 동북아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통해 동북아 국제정치의 변환을 기도하게 되었다. 물론 이번 합의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도 커다란 도움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냉전시대가 끝나도 여전히 냉전적 태세로 일관하는 미국이, 끊임없이 새로운 적을 찾아나서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합의서 하나 작성했다고 해서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북미간 문제의 핵심인 상호불신이 60여년 지속되었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계기를 통해서 해소된다는 것이 천지개벽할 일이라면 지나친 과장인가. 미국은 새로운 적을 찾아서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하고 전쟁을 찾아서 자기복제를 한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악의적 무시’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한미군사훈련을 태연하게 실시한 것은 MD구축이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르고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재편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은 아닐까.

동(북)아시아의 근현대가 그 출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은 그 핵심에 미국이 있기 때문이며, 이 땅의 문제 즉 ‘한반도 문제’는 사실 ‘미국 문제’였는데, 이를 은폐했거나 전혀 몰랐기 때문에 고통이 더욱 심했던 것이다. 오로지 자국의 이해를 앞세워 지배하겠다는 게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다. 그런 정책이 지구촌 곳곳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는 재앙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미국인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와 한미동맹을 분리해서 봐서는 안 되며, 묶어서 우리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치는지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2.13합의 이후 북미관계의 급진전, 남북관계의 복원 그리고 남북을 비롯한 국가별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 상반기까지 북미 외교관계 수립이 완료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예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았고 북한의 핵 폐기를 장담할 수 없으며, 대만․일본 등의 핵 보유 욕구 등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한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동아시아 각국의 전력 강화라는 지극히 우려스러운 현실과 6자회담의 성공적 이행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교차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동아시아 핵확산을 중단시키고 동아시아 비핵지대 창설의 교두보가 될 것인지, 동아시아 평화의 결정적인 시금석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6자회담의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핵전력과 핵전략은 유지될 것이며, 동아시아 각국의 핵 프로그램 역시 잠재적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에도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력 확대가 추구되고 있다. 끝으로 세계 각국의 핵무기 보유 시도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미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며, 미국의 일방주의 전략이 지속됨에 따라 동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 역시 높기 때문이다.

2.13합의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북아 평화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한미군사동맹과 전쟁위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그 동안 매향리 미군 국제폭격장 폐지 투쟁, 주둔군지위에관한협정(SOFA) 개정 투쟁,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 투쟁 등을 계기로 대중적인 반전평화운동으로 성장해 왔다.

핵심은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동아시아 반전평화운동 연대를 토대로 동아시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투쟁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핵확산 및 군사주의와 군사동맹 강화에 대하여 동아시아 차원의 공동 인식 틀을 마련하고, 동아시아 차원에서 반전평화운동의 실천적 연대를 지향하며, 안정적인 소통망의 구축과 공동실천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국제적인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13합의를 계기로 평화로운 동아시아 건설을 위한 동아시아 연대를 만들어 나가자.
덧붙이는 말

배상인 님은 한신대 교수로 본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 옳은소리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는 거죠....불과 몇년전까지 아무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 예상을 못했습니다.
    북한접경에 20만이 넘는 중국군이 대기중입니다..
    과연 중국,러시아,일본과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북한과 한국이 버틸수 있을까요..
    동북아 평화, 무장해제, 군축,, 우리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불과 50년전까지도
    이 국토가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북한과 우리 한국은 화해모드가
    진행되지만, 주변국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미국을 몰아낸다고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러시아등에게 기회만 제공할 뿐입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MD나 전시증원계획등은 사실 북한 이면에 중국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도 협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평화가 어렵다면 현실과 타협하면서 힘을 기르는 것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