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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님 보십시오...이것이 도대체 왜 불법입니까?”

[기고] 원희룡 장관에게 보내는 건설노동자 최명숙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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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님 보십시오.

저는 장관님의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공갈·협박범’이 되어 인천 구치소에 갇혀있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명숙이라는 사람입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구속 행렬이 현재까지 20여 명을 넘어서고 있고, 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단일조직으로 굉장한 인원이지요.

그런데 장관님.
지금 실질적인 공갈·협박범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경찰입니다. 작년 말부터 전국의 경찰들이 건설노조를 캐기 시작했고, 조사받으면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됐죠. 인천 광수대 수사관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장관님의 지시가 떨어지자 자기가 인천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들 천여 명한테 전화를 돌렸답니다. 건설노조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알아내고자 했었고, 결국 한 곳의 업체만 제보를 했다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장관님이 방문했던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업체 관계자도 후에 같이 일했던 조합원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경찰이 계속 추궁해서 어쩔 수 없이 제보했다고 미안하다구요.

그리고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또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그러게 대통령을 잘 뽑지 그랬냐’고 하더군요.
이 경찰들 반응을 들으면서 뭐 느껴지는 게 없습니까?
경찰들이 장관님 말 한마디에 2~3년 전에 끝난 현장들을 조사하면서 억지로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경찰들의 현재 모습입니다.
이렇듯 실질적으로 건설업체들을 공갈·협박하고 있는 것은 경찰인 것입니다.

원희룡 장관님.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하셨죠?
그럼 제일먼저 현장의 만악의 근원인 불법 다단계를 없애는 일이었어야 합니다. 현장은 2008년부터 시공참여자 제도가 폐지되어 하청까지만 합법적인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도급의 온상입니다.
건설노조가 일자리 교섭하는 게 공갈·협박이라고 하셨나요? 그런데 장관님. 노조가 일자리 교섭하는 게 바로 이 불법 도급을 막고 있다는 거 아십니까?
업체가 인력을 공급할 땐 평소 업체를 따라다니는 도급팀을 투입하게 됩니다. 그 도급팀은 업체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도 안 되는 노동강도와 낮은 도급 금액으로 일하게 됩니다. 이러한 도급팀 투입 자체가 건설현장 불법의 온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다릅니다.
타워는 20년 전부터, 골조 직종은 7년 전부터 전국적 중앙교섭을 통해 모든 업체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임금 및 노동조건은 체결한 대로 조합원들이 적용받게 됩니다. 당연히 법에 근거한 직접 고용의 형태이고, 그 과정에서 누구 한 명 차별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건설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또한, 단체협약 내용 중 타워는 ‘17조에 업체는 조합원들이 고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와 골조 직종은 ‘11조에 업체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노조는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20년 전부터 노사 교섭을 통해 조합원들이 고용사업을 해왔던 것입니다.

이것이 도대체 왜 불법입니까?
노사가 합의했던 교섭의 형태이고, 한두 해 해온 것도 아니고 무려 20년입니다. 이렇게 자율적인 노사교섭을 정부가 개입해 이 풍지박살을 내는 게 맞는 겁니까?
이건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겁니다.

원희룡 장관님
지난 수십 년간 ‘건설노동자’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회는 우리들을 ‘노가다. 못 배우고 가진 거 없는 자들. 인생의 낙오자들’이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봤죠. 그러나 우리 건설노동자들 없이 이 세상의 도로며, 건물이며, 집들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렇게 자랑스런 일을 하는 우리가 더 이상 그건 취급을 당할 수 없어 노조로 모인 겁니다.
노조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조직이고, 정부는 이 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관님은 더 이상 법을 위반하지 마십시요!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십시요!
진정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면 진짜 법을 어기고 있는 건설사를 바로 잡으십시오.
그리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 충분한 공사기간 보장! 부실공사를 막을 최저낙찰제도 폐지! 터무니 없는 집값을 바로잡기 위한 원가 공개! 국토부는 이런 사업들을 해야 비로소 건설현장이 건전하게 바로 잡힐 것입니다.

장관님.
모쪼록 저의 편지를 받고 깊은 고민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건설노동자 없이 이 세상 그 무엇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십시오.
이만 마치겠습니다.

2023. 6. 12. 인천구치소에서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최명숙

※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의한 명백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국민의 일할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빼앗은 결과입니다.
비통한 열사의 죽음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





덧붙이는 말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최명숙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사무국장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최명숙 사무국장은 같은 편지를 두 통을 작성하여 한 통은 세종시 원희룡 장관의 집무실로, 또 한 통은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로 보냈습니다. 경인지역본부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