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권활동가들이 '기지국 수사'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잇따른 제보 때문이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나 2011년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후 경찰로부터 소환되었는데, 자신처럼 평범한(특히 평소에 다른 집회에 참석하였거나 경찰서에 간 일이 없는) 사람들을 경찰이 어떻게 알고 추적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 비밀 중 하나는 2010년 드러났다.
2010년 4월 2일 정부는 "기지국 수사"라는 것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반기별로 통신사업자가 정보 수사기관에 제공한 정보 현황에 대해 발표한다. 그런데 반기 전에는 총 446,900건이 제공되었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이 때 16,082,957건이 제공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려 35배가 증가했다. 이 증가분에 대해 해명해야만 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결국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전화번호 제공건수가 급증한 것은, 일부 법원이 기지국 단위 통신사실확인을 위해 종전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던 것을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허가서’로 대체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휴대전화번호를 제공받는 기지국수사는 기지국당 통상 1만개 내외의 전화번호 수가 통계상으로 집계된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국회와 인권단체가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연쇄적인 범죄수사에 기지국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뿐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제공된 피해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경찰이 제공받은 정보가 많다며 이를 당사자에게 일일이 통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들이 집회시위 참여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기지국수사를 이용한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 진상에 대하여 이때는 더 이상 접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2011년 검찰이 야당인 민주통합당 당 정치행사에 대해 금품수수 혐의를 수사한다며 행사 참가자들 모두에 대해 기지국 수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때 휴대전화번호가 제공된 659명 중에는 인터넷언론 <참세상> 김용욱 기자가 있었다. 김용욱 기자는 인권단체에 대응방법을 문의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수사한다며 모든 참가자를 용의선상에 올려 신원을 쓸어가는 저인망식 수사기법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취재차 참석한 기자들 정보까지 모두 제공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2012년 김용욱 기자가 청구인이 되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에서 대리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김용욱 기자는 그 후에도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 취재를 갔다가 다시 한 번 기지국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채 통지가 되지 않은 얼마나 많은 집회 등에서 기지국 수사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심사 중이다. 기지국정보는 '수사상 필요한 경우'라는 간단한 요건만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된다. 기지국정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위치정보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집회시위의 권리도 위축시킬 수 있다. 그래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기지국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수사기법을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할 것을 권고했다. [관련내용 보기]
헌법재판소가 미적거리는 사이 유엔에서 기지국 수사가 문제가 되었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자유권위원회)가 올해 한국의 자유권 실태를 심사했고 한국 정부는 무려 60가지의 권고를 받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자유권위원회가 기지국 수사를 콕 짚어 개선을 권고했다는 사실이다. 위원회는 "집회 참가자들을 특정하기 위한 소위 '기지국 수사'의 집행 및 이에 대한 불충분한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기지국 수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호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자유권 심사 과정에서 집회 참가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지국 수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자유권위원회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엔의 권고가 있다고 우리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의 태도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미 국가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 무차별 감시로 득보는 이들이 제 목에 방울달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국회가 나서 법제도를 개선하면 그나마 상황이 나아질수도 있을 것이다. 감시가 강화될수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게 돼있다. 지난 4월 사이버사찰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 3천 명이 기지국 수사 대상을 특정 범죄로 최소화하고 법원의 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사이버사찰금지법'을 입법청원했으나 국회는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국회는 감청강화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테러방지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국정원을 위해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에 감청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명분은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와 SNS 감청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검찰, 경찰, 군 수사기관의 감청건수를 다 합쳐봐야 41건에 불과한데 비해, 국정원 혼자 2,791건을 감청하며 전체 감청건수의 98.6%를 독식하고 있다. 감청법은 일반 범죄수사를 하지 않는 국정원을 위한 것이다. 왜 테러방지를 위해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기 일쑤인 국정원의 감청을 강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카카오톡 감청이 재개된 상황에서 어떤 SNS를 엿보지 못한다는 것이며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어떤 휴대전화 엿듣기를 못한다는 것인지 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 통신 감시에 대한 유엔의 우려는 깊다. 자유권위원회의 권고가 두 가지 더 있다. "국정원의 통신수사를 감독할 수 있는 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과 "이용자 정보는 영장이 있을 때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손보려면 유엔의 권고부터 따라야 할 것이다. 기지국수사 제한, 국정원 감독, 이용자 정보 제공에 영장주의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