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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물어본 적 있나요? <‘을’들의 국민투표>

[기고] 정규직에게만 나쁜 노동개혁? 비정규직은 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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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용자는 노동개혁이라고 부르고 노동자들은 노동개악이라 부르는 일이 일어났다. 그를 반영하듯 추석휴가 이틀전 탄 ktx 기차에는 내려갈 땐 노동개악을 규탄하는 선전물이 있었고 올라올 땐 정부의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책자가 놓여있었다.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아버지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 광고가 연일 나온다. 단정한 옷을 입은 청년이 한명은 ‘차별없는 일자리를 갖고 싶다’ 라고 하고 한 명은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싶다’ 라고 하며 마치 일자리가 없고 정규직이 안 되는 것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묻는다. 부모세대와 청년세대를 교묘히 갈라놓으며 광고는 진행된다. 또 여성과 남성도 교묘히 가르고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 한다면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고용노동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 이란 것을 보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극을 줄이는 획기적인 내용이 있는지 궁금했다. 비정규직과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건지 궁금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3일만에 나온 새누리당의 노동법 개정안까지 보고는 ‘혹시’ 하던 기대가 ‘역시’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아니 실망 정도가 아니라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여성노동자들을 맘대로 해고하고 싶은 건가요?”

우선 ‘공정한 해고’라고 이름붙인 일반해고가 그 시작이다. 정규직이라도 성과가 없으면 해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계약만료’라는 이름의 해고에 전전긍긍하던 비정규직의 희망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다. 그러나 정규직이라도 언제나 성과가 적으면 인사고과가 낮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그 기준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은 그동안 바로 그 저성과자와 낮은 인사고과의 희생이 되어 승진에서 늘 누락되어 왔던 당사자들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에다 잦은 술자리문화에 불참하면 낮은 인사고과를 받고 그것이 해고로 직결될 것임이 너무 빤히 보여서 서글프다. 성과를 매기는 것이 ‘공정’하리라는 기대는 어느 직장인도 하지 않는다. 몇 년전에 어느 대기업에서 사무직여사원을 파견직에서 직접 고용하는 기준이 인사고과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내용을 보면 ‘성실한가’, ‘예의바른가’ 등 전혀 변별력 없는 것이었고 결국 해고된 이들은 그 직장을 오래 다닌 나이 든 여성노동자였다. 또 무기계약직이 유사시에는 해고1순위가 될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기간제에서 이제 막 무기계약직이 되어 그나마 고용불안에서 해방되었나 싶었지만 다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기간제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는 내용도 기막히다. 35세 이상의 노동자가 ‘본인이 원하면’ 연장한다는데 여성노동자의 고용주기를 보면 이것도 여성노동자를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하는 나이는 대부분 35세 이상이다. 비정규직의 일자리에 취업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2년을 참고 견디면 무기계약이 되리라는 희망으로 저임금의 힘든 직장생활을 견뎌냈는데 이제는 4년을 견뎌야 하고 그나마 사용자가 원하면 이직수당이라는 이름의 돈 몇 푼으로 무기계약의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공공부문에서 지켜지고 있던 2년 후 무기계약이라는 희망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취약계층의 보호라더니...

보호방안 중에 공공보육시설을 30%까지 단계적으로 늘린다고 한다. 수년 동안 여성계가 주장하던 것이라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궁금했다. 정부 예산이 아니라 근로복지진흥기금에서 그 재원을 마련한단다. 찾아보았다. 근로복지진흥기금은 바로 근로복지복권을 판 이익금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은 서민들이다. 정부는 돈 한푼 안들이고 서민들의 돈을 모아 복권 팔아 공공보육시설을 늘린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돈 안들이고 하겠다는 일이 하나 있다. 실업급여를 개편한다고 한다. 기간을 늘려주겠다고 해놓고는 내용을 보니 270일 이상 일해야 주고 상한액은 올리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저임금 비정규직에게 이제 실업급여 주는 것도 아깝다는 발상이다. 이중구조 해소라면서 위를 높이고 아래를 깎는 건 무슨 궤변인가.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는 이런 걸 합의한 적이 없다”

노사정 합의라지만 여성노동자는 소외되었다. 비정규직노동자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줄이겠다면 이중구조로 인해 고통받는 저임금의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이런 노동개혁을 원한 적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노동개혁을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한다. 아쉬운 대로 우리 스스로 전국 곳곳에 투표대를 설치하여 우리의 의사를 밝히는 <‘을’들의 국민투표>를 시작한다. 전국 1만 개의 투표소를 목표로 한다. 참고로 지난 대선 당시 투표소 수는 13,542개소였다. 비정규직과 여성에게 좋은 노동개혁은 1%의 그 누군가를 뺀 모든 국민에게 좋은 것이다. 함께 거리로 나와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위한 토론과 의사 표시를 하자. 박근혜표 노동개악을 막고 우리들의 노동개혁을 위해서.

  제주시청 앞에서도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청운동 동사무소 앞. 청와대 앞 1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