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 지부와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소속 조합원 1천 2백여 명은 10일 오전 8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전 조합원 파업 1일차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투쟁을 선포했다. 현재 파업에 돌입한 3개사는 △생활임금 쟁취 △다단계하도급 금지 △고용보장 △지역방송 공공성 쟁취 등 공동 요구를 내건 상태다.
케이블방송 3사 비정규직 공동파업 돌입
김영수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오늘 3개사 노조 공동파업의 첫 날이다. 안전한 일자리와 정당한 임금,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는 당연하다”며 “또한 가입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부당, 불법 영업에 노출돼 있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원청은 즉각 우리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 3개 노조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씨앤앰지부의 경우 지난 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파업에 나서게 됐다.
김진규 씨앤앰지부 지부장은 “어제 중노위 조정이 결렬되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역시 사측은 투기, 악질자본의 본 모습을 보였다”며 “3개 지부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경고, 순환, 부분별 파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쟁 방법을 구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개 노조는 이날 공동으로 경고파업을 진행하며, 원청의 집중교섭을 촉구하며 파업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응해 노조는 매일 오전 파업 일정 및 계획 지침을 공유하게 된다. 이시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지부장은 “생활임금 보장, 근로조건 개선, 고용안정 보장 등을 목표로 3개 지부가 모였다. 우리는 원청 악질자본에 대응하는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노사 교섭에서 쟁점이 돼 왔던 사안은 임금과 고용안정, 재하도급 문제 등이다. 사측이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 동결 혹은 삭감안을 제시하거나, 불법재하도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을 샀다. (주)씨앤앰의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옥상서 떨어져도 ‘산재’ 안 돼...노동환경 개선 시급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문제다. 전송망, 영업, AS, 통합업무 등을 하는 케이블기사들은 옥상이나 담벼락, 전신주, 사다리 등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감전이나 추락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케이블방송 3사 비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SK브로드밴드, LGU+ 등 서비스기사들 대부분이 이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케이블, 통신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 실태보고 및 증언대회’에서는 케이블, 통신 노동자들의 평소 작업환경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노동자들은 미끄럽고 경사가 가파른 지붕에 어떠한 안전장비 없이 올라가 일을 하거나, 전신주, 아파트 난간 등에 매달려 일을 하기도 한다. 만약 업무 중 사고를 당하더라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치료비도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며, 치료기간 동안의 임금도 지급받지 못한다.
이인수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티앤씨넷지회 정책차장은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10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3개월 정도 일을 하지 못했는데, 사측에서는 기사의 과실이라며 산재는 커녕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어떤 조치도 해 주지 않았다”며 “몇 년 전 한 노동자가 전봇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났었다. 이후 사측은 허리에 거는 안전장치를 지급했으나, 안전장치 비용을 급여에서 차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지난해 노조 결성 이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전봇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한 분은 업무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노조가 산업재해로 처리해 달라고 회사를 압박했다”며 “이후 회사는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고, 원청에서는 6월 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전주지회 하태진 조합원 역시 “작년 초 작업 중 옥상 난간에서 떨어져 노동자 한 분이 사망했다. 전봇대에서 떨어져 장애등급 판정을 받고 회사를 나간 노동자도 2명이 있다”며 “나 역시 업무 중 사고를 당했다. 안전장비도 내 돈으로 사야 했고, 개인사업자라며 산재 처리도 해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고객센터 및 콜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신선정 씨앤앰지부 텔레웍스지회 조직차장은 “고객센터는 고객들이 편하게 AS를 받고 설치 등에 대해 상담원과 상담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영업에 치중돼 있다”며 “각종 부가서비스에 대한 영업뿐 아니라 이제는 하나카드까지 합세 해 카드 영업까지 같이 하고 있다. 영업을 못 했을 경우 퇴근 후에 남아 자신이 했던 콜(통화내역)을 다시 듣고 자아비판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영업을 할 때는 열심히 끼어들던 관리자들이 고객 민원 전화가 오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민원이 심해 팀장에게 연결해 주면 굉장히 화를 낸다”며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면 변비에 많이 걸리는데, 화장실에 있으면 팀장이 직접 쫒아오거나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회사는 상담원들에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한 상담원에게 열 가지를 뽑아낼 수 있을까만 궁리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