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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외신보도, 피해자 책임전가와 인종주의

[기고] 유교문화의 강조와 신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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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이 3주가 지났음에도 그 충격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인재였던 것만큼, 미국 언론 역시 사고 직후 특파원을 파견하여 사고 원인 분석부터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반응, 시민 반응, 정부의 대응까지 다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외신의 반응은 한국 언론에 의해 발 빠르게 번역되어 보도되고 있다.

세월호 관련 외신 보도, 그리고 문화

CNN, Reuters, LA Times 등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의 주류 언론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의 고등학생 사망자가 많은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독특한 유교문화를 지적했다.

CNN: “한국의 문화가 어린이들과 청소년에게 강조하는 것은 복종이다. 따라서 이들은 어른이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하면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다.”
Reuters: “위계적인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듯 많은 학생들이 한국의 어른들에게 어떠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이 학생들은 그들의 목숨으로 복종의 댓가를 치렀다.”
LA Times : 대다수의 희생자인 고등학생들은 고분고분하게 객실에 남아 있었다. 이는 잘못된 재난구조 상황에서조차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한국 유교문화의 가차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Dallas Morning News는 논설을 통해 “이 사고가 미국 학생들에게 일어났다면 그들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페리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규정 준수는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국 정부의 사후 대처에 시종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해온 르몽드지는 “유교 전통에서 비롯된 복종이 깊이 뿌리내렸다”고 지적한 바있다. 외신에 늘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격을 운운하는 한국의 언론과 여론이지만, 한국의 문화를 강조하는 외신의 보도 행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서구 중심적 문화 분석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언론의 참사와 재난을 보도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보도는 대중이 사고를 이해하는 방향과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00명에 가까운 엄청난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처럼 심각한 사건의 경우, 사고의 원인을 논함에 있어 언론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관리 시스템의 결함과 경제구조의 모순 등 새로운 원인들이 매일같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간과한 채 피해자가 속한 문화의 탓으로 돌릴 경우 실제적인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

문화적 분석, 신인종주의 혹은 피해자 책임전가

사고의 원인으로 문화를 지적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특정 국가의 독특한 문화를 강조하는 분석의 근저에는 서구 주류 언론의 인종주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비서구의 문화는 서구의 문화보다 열등하다는 인종주의적인 가정에서 시작한다. 1950년대 이후 생물학적 차이를 기반으로 인종적 우월성을 확인하던 구시대의 인종주의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인종주의는 새로운 형태로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적 차이를 강조하는 신인종주의이다. 서구의 미디어가 문화적 특성을 강조하며 타인종, 타민족, 타문화를 타자화시키는 과정은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신인종주의 이데올로기는 보수주의 정치인, 정책가, 학자에 의해 적극적으로 구성되어 왔고,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다.

서구사회는 아시아 문화(특히 동아시아와 중동아시아)를 고정되고, 기이한, 퇴보된 문화라고 정형화하고 동시에 이는 역동적이지 않고, 근대적이지 않으며, 유동적이지 않다는 관념을 지속적으로 생산했다.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지나친 문화적 분석은 미국의 주류 언론에 의해서 재생산되었다. 이는 비슷한 두 사건을 분석하는 미디어의 시각에서 명확하게 보여진다. 2007년 한국계인 조승희에 의해 32명이 사망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당시 다수의 미디어에서 한국 문화를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2012년 애덤 란자에 의해 28명(그 중 20명은 어린이)의 사망자를 야기한 샌디 훅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 미디어를 이를 백인 문화(white culture)라고 분석하지 않았다.

미국 주류 언론이 세월호 사고 원인으로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의 체화된 유교문화를 지목하는 것은 이와 다르지 않다.이번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행태는 동아시아인들과 동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이 얼마나 미국 사회내에서 만연한가를 다시 한번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아시아 계”라는 고정관념은 단순히 인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더 넓은 미국 사회의 인종적 계층 내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백인과 흑인의 중간 계층으로 위치시킴으로써, 아시아인들에게 특정 인종적 역할을 강요해왔다. 더 나아가 이는 다른 인종 및 소수민족을 비난하는 도구로 쓰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흑인들의 빈곤의 원인을 그들의 문화적 특징(나태, 복지의존 등)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아시아계의 문화적 특징을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아, 흑인들의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은폐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예일대 법대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 등 특정 그룹의 문화적 특성이 미국내에서 성공을 좌우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고정관념의 부정적인 측면 역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물론, 많은 수의 아시아인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고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이러한 고정 관념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반면, 어떤 이는 다른 인종을 폄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스스로 재생산한다. 이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에서 역시 한국계 언론인들이 서구중심적 문화적 해석에 동조하고 재생산에 앞장선 것에서 명확하게 보여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시아계 언론인들이 문화중심적 분석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해서, 그 주장의 효용성이 입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에서 문화적 특징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일부 미국주류 언론의 태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인 희생자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서구 중심의 인종주의적인 분석이며,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피해자 책임전가 (victim blaming)의 전형적인 예이다. 재난시 안전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동아시아 문화권만의 일은 아니다. 다수의 재난이나 참사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행경반경으로 인해 개인의 판단을 유보하고 안전지침을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 VS 시스템

세월호 사고는 문화적 접근보다는 한국 사회 시스템의 실패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재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사건 초기의 모든 비난은 사고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선장과 선원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만 환원시키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세월호 사고는 한국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사고 초기 선장과 선원에게 쏟아졌던 비난은 이제 사고후재난관리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해경의 적극적이지 않은 구조 자세, 지속적으로 변경되는실종자 수,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의 존재 등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후 대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분노와 무기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세월호의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선장은 1년 계약직이었고, 전체 승무원 중 절반이 계약직이었다. 페리 운행에 있어 중요부서인 엔진과 갑판부서에서 일하는 선원의 3분의 2 또한 계약직이었다. 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에게 중요한 책임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선원들은 최소한의 안전 교육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우리가 여기서 분석해야 할 것은 “유교”문화가 아닌, 한국의 “안전 및 비상대비절차에 관련한” 문화다.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직책이야말로 정규직으로 보호되어야 하지 않는가.

글을 마치며

많은 한국인들이 3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 비극적인 사고를 통해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동시에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 전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이다. 공허한 개념인 유교문화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거시적인 구조적 원인부터 청해진 해운과 정부, 정치권과의 커넥션 등 사실에 입각한 보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시대에 뒤쳐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 용어 및 보충 설명

-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 아시아계를 둘러싼 개념 중 가장 논쟁적인 개념 중 하나. 이는 특정 소수집단이 전체 인구보다 경제적, 교육적인 성취를 이뤘다고 인지되는 것을 이른다. 특히 1970년대부터 미국 미디어와 학계에서는 아시아 계 미국인들을 가장 성공한 소수민족으로 묘사해왔다. 특이 이들을 아시아계의 성실성, 가족유대감과 교육열 등 문화적 요소를 성공의 요소로 꼽은바 있다.
- 신인종주의 (new racism): 1954년 미국 대법원의 인종간 교육시설 분리에 대한 위헌 판결과1950년대 본격적화된 흑인인권운동을 기점으로 생물학적 특성을 강조하는 구인종주의는 쇠퇴하는 대신 문화적인 차이를 강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종차별이 출현했다.
- 인종적 계층 (racial hierarchy):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인종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신념에 기반한 계층제도
- 에이미 추아 (Amy Chua): 중국계 미국인 예일대 법대 교수로, 2011년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을 출판하면서, 중국식 문화에 기반한 양육방식이 서구의 방식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여 인종주의 논쟁을 가열시켰다. 최근에는“The Triple Package: How Three Unlikely Traits Explain the Rise and Fall of Cultural Groups in America”를 출판, 가장 성공한 8개의 이민자 그룹은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문화적 특징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덧붙이는 말

김진원 님은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있고, 홍석종 님은 미국 사회운동가로 프리랜서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글은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작성되었으며, 영문은 김진원에 의해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