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서민증세’로 건강보험 재정 확충하려는가?

[참세상 논평] 국고지원 줄이고 간접세 올려 재정 충당하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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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재정 확충을 위해 건강세를 도입하고, 건강보험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만지고 있다.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 등 직접적 증세방안, 피부양자 제도 폐지 등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해명을 냈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대목은 건강보험재정확충을 위한 방안보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비율을 줄이는 방침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건강보험재정의 14%를 충당하는 국고 지원 비율을 2014~15년에 12%, 2016~17년에 10%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초수급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제도 개편안도 제시했는데, 우선 기초수급자 가운데 근로 능력이 있는 81만 명(입원진료비의 10% 부담)의 진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에서 부담했던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건강보험에 넘기겠다는 것이고, 그 비용은 연평균 3,582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울러 정부가 사립학교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일부를 대신 내주던 것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립학교 교수와 교사는 계속 지원하고 직원에 대해서만 지원을 중단한다는 차별적인 방침까지 검토되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가가 예상 보험료수입의 20%를 국고 부담하도록 명시되어 그동안 일반회계지원 14%, 담배부담금(건강증진기금) 6%로 부담비율을 명시해 왔다. 사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어 대략 16~17%정도만이 지원됐고 2002년부터 9년간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이 5조 원에 육박하여 그 기간의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주요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때문에 국고지원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지적되어 왔다. 현재 보험료 부과소득은 ‘임금’ 등의 보수에 국한되어 있어 이자, 배당, 임대 등을 통해 얻는 소득에는 보험료를 매기지 않는다. 그리고 보험료부과소득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많은 소득을 올리더라도 상한선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매겨지지 않는다. 즉 소득에 따른 보험료부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에 따라 건강보험료는 담배소비세 다음으로 소득역진성이 큰 조세항목으로 비판받는 상황이다. (건강보험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소득 하위 10%가 최상위 10%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실정이다.)

그리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연령, 가족 수, 재산 등을 감안하여 보험료가 매겨지기 때문에 소득이 전혀 없어도 보험료가 매겨지고, 실제 소득이 있음에도 자식이나 부모 등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보험료를 내지 않는 등 보험료부담의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런 제기에 따라 건강보험공단도 ‘소득중심의 단일부과체계방안’마련을 위해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한 바도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현 보험료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해 소득중심으로 보험료부과체계로 개편되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확대에 소요되는 재원의 상당부분을 감당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보장성확대를 위한 재정확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서민증세’ 방안을 검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국가부담마저 회피하는 시도를 접하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적 원리’를 실현하는 보험료부과를 통한 재정확충방안은 도외시하고, 간접세를 통한 재정확충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은 ‘부자증세’가 아닌 ‘서민증세’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위와 같은 국고지원 축소방안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입장제출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국가재정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국민의 건강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다는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다. 이를 줄이겠다는 것은 국가가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