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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화재로 희생된 장애인 누이 영결식 엄수

“활동보조인만 있었더라도 이 비극은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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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이른 11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파주 장애남매 화재사건 희생자 고 박지우 양 장례식'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오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에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일 숨진 고 박지우 양(13살) 장례식이 9일 이른 11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화재 발생 당시 발달장애가 있는 고 박지우 양은 뇌병변 1급 중복장애가 있는 남동생(11살)과 함께 집에 있었다. 화재는 20분 만에 진화가 되었으나 남매는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한 채 발견돼 병원에 실려 갔다. 사고 이후 남매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남동생은 지난 2일 뇌사판정을 받았으며, 고 박지우 양은 사고 발생 9일 만에 유독가스 중독에 의한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주최로 열린 이날 장례식에서 참석자들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장애아동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정부를 규탄했다.

부모연대 파주지부 송희정 회장은 “뜨거운 불길을 피해 조그맣고 하얀 손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네 동생을 끌어 안방으로 들어왔겠지. 그날 엄마가 조금만 집에 일찍 들어왔었다면 너는 동생을 엄마에게 맡기고 그 뜨거운 불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 엄마가 아니더라도 너희를 돌봐줄 어른이 그날 함께 있었으면 동생을 맡기고 너는 그 지옥을 빠져나왔을까? 아니, 그랬다면 그날 너희 집에 그 불은 나지 않았겠지”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부모연대 경기지부 김재형 회장이 추모 발언 중에 나오는 눈물을 참고 있다.

부모연대 경기지부 김재형 회장은 “13살짜리가 중증장애가 있는 11살짜리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면서 “장애인 부모들이 수차례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과 활동보조서비스 확대를 요구했지만, 장애아동 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절대량이 부족하고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학생 입장에서 써봐야 월 70시간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부모 단위에서는 ‘부모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고 했는데 고 박지우 양처럼 자녀가 죽어가는 현실에서 장애인 부모운동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라면서 “지우야, 미안하다. 부모들이 못 났다. 미안하다.”라며 애통해했다.

경기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2006년에도 수원에서 장애아동을 집 안에 두고 부모가 일터에 나갔다가 장애아동이 화재로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2012년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라면서 “6년 전과 똑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바꾸지 못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번에도 바뀌지 못하면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라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 학교에서 돌아온 남매가 활동보조인이 함께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라면서 “더는 말로만 바꾸자고 하지 말고, 물러서지 말고 24시간 활동보조를 쟁취하자”라고 강조했다.

한자협 이원교 회장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강바닥에 쏟아 부은 이명박 정부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복지의 ‘복’자도 모르는 복지부 임채민 장관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죽음이 또다시 잊히는 것이 두렵다”라면서 “우리가 왜 더 뜨겁게 투쟁하지 못했는가, 왜 우리 동지들의 힘으로 불평등한 현실을 바뀌어내지 못했는가가 후회되고 참담하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고 박지우 양의 남동생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게 하려고 주민센터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공무원이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아 장애등급이 떨어지면 지금 받고 있는 것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해서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다”라면서 “그럼에도 경기도는 ‘무한 돌봄’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복지부는 ‘힘이 되는 평생 친구’라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돈 때문에, 탐욕 때문에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그들의 논리, 그들의 이야기를 죽이고 싶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는 게 아니냐?”라면서 “더 이상 죽지 말고,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지금 바로 해결해야만 이렇게 죽어간 지우에게 ‘미안하다’라고 한마디 이야기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이 "장애인 부모들의 소원이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나보다 오래오래 사는 것'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몇 년 전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장애아동 돌봄서비스와 (일반)아동 돌봄서비스가 시범사업으로 함께 시작됐는데, 현재 아동 돌봄서비스는 대상 가구가 수만 가구에 이르고 시간도 월 120시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장애아동 돌봄서비스는 2500가구, 월 27시간에 불과하다”라면서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 1급으로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만 6세 이하는 지원조차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장애인 부모 중 한 번이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잠시나마 언론도, 정치인들도 귀를 여는데 복지부는 일부 운동권 장애인 부모의 요구로 치부하며 귀를 닫는다”라고 질타했다.

윤 회장은 “몇백억 원만 투입하면 장애아가 있는 전국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하지 않느냐?”라면서 “더 이상 장애인 부모들의 소원이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나보다 오래오래 사는 것’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춤꾼 이삼헌 씨의 진혼굿으로 시작한 이날 장례식은 참석자들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노동가수 박준 씨가 ‘장애해방가’, 지민주 씨가 ‘섬 집 아기’, ‘민들레처럼’을 부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복지부 장례식을 마친 고 박지우 양의 시신은 늦은 3시께 백제 화장터에서 화장했으며 이천납골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고 박지우 양의 영정.

  고 박지우 양의 영정이 장례식이 열리는 복지부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춤꾼 이삼헌 씨의 진혼굿.

  추모발언 중인 부모연대 파주지부 송희정 회장.

  슬픔에 잠긴 장애인 부모들.

  추모곡으로 '장애해방가'를 부르는 노동가수 박준 씨.

  추모 발언 중인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추모곡으로 '섬 집 아기', '민들레처럼'을 부르는 문화활동가 지민주 씨.

  헌화하는 장애인활동가.

  이어지는 헌화.

  오열하는 장애인 활동가.

  헌화하는 장애인 부모들.

  복지부 장례식이 끝난 뒤 벽제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 차량.
  • camomile

    고통으로 쓰러지는 십자가의 죽음을 보고도 방관하는 개신교는 각성하라!!
    장애인 죽음앞에서 침묵하는 하나님의 목자들은 물러가라!!!

  • camomile

    이명박독재자를 국민의 적으로 키워낸 개신교 교회권력은 각성하라!!!

  • camomile

    용산학살 방관으로 개발폭력주의 면죄하는 기독교-예수교 교회권력은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