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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전두환 기념관으로 둔갑한 대구공고 역사관

대구공고총동문회 “자랑스런 동문”...대구교육청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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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대구공고에 위치한 전두환 자료실

대구공고에 '자랑스런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자료실)'이 개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예산 20억을 지원 받아 세운 건물에 자료실이 마련되어 있어, 교육청이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51년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자료실은 교육청 예산을 받아 건립한 3층짜리 취업지원센터에, 대구공고총동문회가 4,5층을 증축한 뒤 5층에 만들었다. 지난 달 30일에는 개관식도 가졌다. 개관식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와 더불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자료실 개관식에 참석한 전두환 내외와 우동기 교육감(붉은 테두리) [출처: 전교조 대구지부]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반란 등의 죄명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 받았고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에 대한 책임으로 2006년 서훈이 모두 취소됐다. 전재산이 29만원 뿐이라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해서도 납부할 수 없다고 밝혀 많은 이들에게 질타를 받아왔다. 이를 두고 한 초등학생이 쓴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란수괴, 쿠데타 주범, 전두환 자료실 폐쇄하라"


21일 오전, 자료실 개관소식을 들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는 대구공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료실 폐쇄를 촉구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무시한 전두환 기념관을 세운다면 학생들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치겠냐"며 "대구공고 관계자와 교육자들은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자료실을 폐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진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도 "하나회라는 군부조직을 만들어 12.12쿠데타를 일으키고 80년 민주화의 봄을 짓밟은 이를 자랑스런 동문이라고 할 수 있냐"며 동문회가 나서서 자료실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전두환 자료실 개관 사건은 MB 정부 이후 몰아치고 있는 역사왜곡, 역사후퇴 현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독재와 냉전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3공세력, 5공세력의 부활을 꿈꾸는 기도의 일환임이 명백하다"며 "지역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전두환 자료실 폐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자료실, 흉상과 군복까지...

  동문회 사무실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외부적으로는 대구공고 역사관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자료실이 마련된 건물 외관에는 '대구공고 역사관'이라고 적혀 있지만 자료실 내부를 살펴보면 실상은 '전두환 자료실'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료실 입구에서부터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방문자들은 맞이한다. 그 옆에는 전두환의 흉상이 놓여져 있다. 실내에는 전두환 씨가 사용했던 군복, 군모, 지휘도, 생활기록부 등이 전시돼 있고 소규모의 대통령 집무실도 마련되어 있다. "전두환 대통령만의 자료실이 아닌 학교 역사 자료실"이라던 총동문회의 설명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처음 자료실을 찾았을 때 5층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총동문회 측에서는 "항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동문들을 위해 개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실 확인을 위해 방문한 백현국 대표가 "내란죄를 저지른 역사의 죄인의 자료실을 만들어 학교에 개방할 수 있냐"고 총동문회에 물었다.

이에 김진해 총동문회장은 "역사적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동문들 중에서도 전두환 좋아하는 놈, 싫어하는 놈이 있다. 동문 중에 전직 대통령이 있고 자료를 기증했기에 전시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문제를 지적하자 "광주사태는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조선 왕들의 역사도 다 기록하지 않나. 역사적 시각에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동문 차원에서 개관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백현국 대경진보연대 대표와 김진해 대구공고 총동문회장

자료실 방문을 위해 참석한 시민단체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총동문회 관계자는 "우리집에 뭘 짓든지 뭔 상관이냐. 여기는 대구공고 역사관"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은 방문을 요청했으나 기자를 포함한 5명만 자료실을 '관람'을 허락받았다.

대구교육청...전두환 자료실 방치?

자료실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교육청이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실이 대구시교육청 예산 지원으로 건립한 3층짜리 취업지원센터에 총동문회가 7억여원을 들여 증축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업은 시교육청이나 학교가 아니라 동문회 차원에서 진행했고 20년 후 기부채납 조건으로 증축을 허가했다”고 밝힌바 있다.

전형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공동실습실로 만든 취업지원센터에 2009년 동문회가 사무실을 넣어 달라고 하더니 대구공고 역사관을 짓는다고 증축했다. 그 역사관이 내란수괴 전두환 기념관이었다"며 "교육청과 우동기 교육감은 이번 일이 교육청의 교육방침에 적합한지 밝히고 정당한 감독규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지부장은 "대구공고에도 조합원이 16명 있다. 기념관 개관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하더라. (총동문회가)얼마나 부끄러웠으면 학교 주체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겠냐"고 꼬집었다. (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