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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연임에 사회적 약자들, 또 피눈물 흘릴 것"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침해 당사자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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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임기 동안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가 부결당한 인권침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임을 내정한 현 위원장에게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임기 동안 인권위에 진정했다가 부결당한 인권침해 당사자들이 20일 이른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0일 이른 10시 인권위 앞에서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침해 당사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리반 강제철거 반대 대책위원회(아래 두리반대책위) 유채림 작가는 “지난 2010년 여름 두리반대책위는 인권위에 단전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전기공급을 요구하는 긴급구제 신청을 했지만, 인권위는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조사도, 답변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이에 두리반대책위가 인권위를 직접 찾아 사무총장을 만난 후에야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유 작가는 “하지만 조사관이 나와 현장을 조사한 뒤 일주일이 지나서 우리가 받은 답변은 결국 불법 농성장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라면서 “인권위라면 개발악법이 자행하는 인권침해를 점검해야 함에도 그 법을 인정하고 권력의 눈치만 보니 오히려 사법부보다 못한 기구로 전락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성토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왜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만 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인권위에 진정했다"라면서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재판부에 의견을 표명하는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자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무산시켰다”라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인권위에 진정하는 이유는 약자의 편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면서 "현 위원장은 이 사건을 통해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자신이 이명박 정부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결국 경찰의 진압작전이 불법이고 구속된 철거민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다는 사실 등을 담은 인권위의 의견은 용산 유가족과 용산참사대책위가 정부와 합의를 보고 장례식을 치러 ‘용산참사는 끝났다’라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에야 표명됐다”라면서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한 현 위원장의 연임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당장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애초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서울역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에 발 빠르게 움직여 곧바로 연구용역을 주어 조사한 뒤 9월에 정책권고안을 마련했다”라면서 “하지만 무자격자 현 위원장과 인권위원이 다수를 차지한 상임위원회에서는 ‘노숙인의 심리적 손상은 추상적이므로 피해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 ‘쉼터 입소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니 아직 아무런 일이 없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며 정책권고안을 부결시켰다”라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결국 우리는 지난 1월 31일 자진해서 진정을 철회하고 인권위에 대한 사망선고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라면서 “따라서 현 위원장이 연임한다면, 이미 사망한 인권위는 앞으로 미라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가 서울역 야간노숙행위 금지조치에 대한 정책권고안이 부결된 과정을 설명하며 "현 위원장이 연임한다면, 이미 사망한 인권위는 미라가 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사무차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전락하는 등 특히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다”라면서 “하지만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주요 사안에 대해 방조하거나 방관으로 일관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차장은 “만약 인권위가 제 기능을 했다면 이명박 정부 아래서 할 일이 더 많았을 것이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 철회 등 이전의 성과마저 후퇴시켰다”라면서 “결국 현 위원장의 연임은 세계가 비웃고 국민은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상임활동가는 “인권위원장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고 국회 청문회는 인준 절차가 아니므로 심각한 결함이 있더라도 본인이 버티기만 한다면 연임을 막을 방법이 없다”라면서 “따라서 국회 청문회 전에 청와대가 내정을 철회하거나 현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게끔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이에 가칭 '현병철 연임 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의 첫 회의를 오늘 열고, 앞으로 차기 대선주자와 정당 등에 현 위원장 연임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활동 등을 할 것”이라면서 “또한 더 많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필요하므로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달라”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병철 연임 내정은 우리를 두 번 울리는 것"이라면서 "그는 아무런 가책 없이 행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줌으로써 우리의 인권을, 우리의 존엄을 짓밟았다. 그런 그가 다시 인권위원장이 된다는 것은 우리 외에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또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역사적 과오를 더 지지 않고 최소한의 양심 있는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인권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인권위가 독립성을 회복해 권력의 시녀가 아닌 권력을 비판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권증진을 위해 애쓸 수 있도록 현병철 사퇴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