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3월 21일부터 31일까지는 전면 중단, 4월 1일부터 20일까지는 50%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월까지 약 800여 명의 노동자가 자연 휴무 상태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자해 협박
▲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발송한 해고(예고) 통보 문자 [출처: 금속노동자] |
사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은 자금난보다는 노조 압박 성격이 강하다. 이달 말이 채권단과 양해각서 체결 시한인데,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은 노조가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으면, 사측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무언의 협박인 셈이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종료 기한이 4월 5일로 다가온 가운데,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자구계획서와 노조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편,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노조의 항복을 얻어내기 위해 공장 가동 중지라는 협박까지 일삼고 있지만, 채권단에 대해서는 온갖 아양을 떨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얼마 전 산업은행 전 간부를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 1인당 보수한도액은 상향 조정하는 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출하였다.
사측의 구조조정안은 필수불가결한 안인가?
금호타이어 사측이 공장 가동 중지까지 해가며 관철하려 하는 구조조정안은 기본급 20%, 상여금 200% 삭감, 1,199명 해고 및 비정규직화이다. 4,100여 명 생산직의 30% 가까운 인력 구조조정안이자, 임금을 30% 가까이 삭감하는 안이다. 사측의 안이 관철된다면 2008년 기준으로 약 천억 원 정도 연 노무비가 감소하고, 노무비가 크게 준 2009년에 비해서도 약 200억 이상이 감소한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인수 이후부터 매년 천억 원 이상의 영업외 손실을 기록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급한 이자비용만 2천4백억 원이 넘고, 외환운용 실수 탓에 같은 기간 1천5백억 원 이상의 외환손실을 기록했다. 무리한 국외공장, 국외판매법인 건설 탓인 지분법 손실도 3천3백억 원에 이른다. 지난 3년간 영업외손실 총액은 8천4백억 원에 이르는데, 이 모든 손실은 노동자의 생산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말미암은 것들이다.
액수로만 놓고 보아도 금호타이어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노무비보다는 각종 금융 비용과 국외 공장 및 판매 법인에 대한 조정이다. 해고는 살인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 현실에서 노동자 살육을 통한 기업 정상화가 아니라, 재벌 일가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고, 재벌 일가의 투기적 행태에 동참한 채권단 역시 책임을 지는 기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지금까지 재벌 일가와 채권단이 짊어진 희생은 거의 없다는 점도 더욱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도록 한다. 계열사 간 상호 출자를 통해 유지되던 금호그룹에서 박씨 일가가 잃은 주식은 금호산업 주식 일부가 전부다. 재벌 일가의 손실만 놓고 보자면 200억가량의 금호산업 주식이 전부다. 그리고 박씨 일가는 여전히 금호석유화학 주식과 금호석유화학이 가진 금호타이어 주식을 유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에 매년 수천억의 돈을 대준 여러 은행들도 채무 상환을 당장 하지 못하는 불편함 정도를 제외하면 손해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사측의 구조조정안은 기업정상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박삼구 일가의 소유권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안이라 할 수 있다. 현 경영진이 도모하는 것은 채권단과 재벌 일가의 큰 희생 없이 금호타이어를 적당히 그럭저럭 유지하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삼구 회장의 주식은 모두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데, 채권단은 현 경영진이 얼마나 채무 상환에 열과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채권단과 재벌 일가의 희생을 통한 재무적 정상화보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이자 비용과 채무 상환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이들 모두의 유일한 관심사다.
노동자 친화적, 지역 경제 친화적 기업정상화가 필요하다
재벌 일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당하는 것은 비단 금호타이어 노동자만은 아니다. 이들의 비용 절감은 부품 납품 업체, 하청 업체 등 금호타이어와 관련된 모든 기업들에게 파급될 것이다. 재벌 일가와 채권단의 ‘부’는 거의 줄지 않지만, 지역 사회의 ‘부’는 여러 점에서 크게 준다.
▲ 3월10일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어 매주 토요일마다 대규모 지역집회를 개최하고, 다음달 1일 지역연대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
금호타이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다. 2005년 8천억 원에 달하던 설비자산은 투자 방치 속에 2009년 6천억 원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가 천억 원 이상 설비투자를 한 것에 비하면 매우 큰 감소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대한 투자에만 열을 올렸고, 국내 설비는 감가상각만큼도 투자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광주전남 시민들은 노조 파업에 대한 비난보다는 인력 감축, 투자 축소, 자본 철수라는 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어야 한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모든 노동자들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꿔내야 할 현실이지, 바닥을 향한 경주가 이뤄져야 할 현실은 아니다.
노동자와 지역에 모두 도움이 되는 기업 정상화가 필요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금호타이어 노동자와 지역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조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동자와 지역 경제에 손실만 끼친 금호 재벌 일가의 주식을 무상출연하여 금호타이어 자본 확충에 사용하고, 무분별한 국외공장 건설 대신 건전한 국내 설비 투자에 집중하여 지역 내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다. 채권단에 일정한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희생을 요구하여 채무상환과 재무 구조 악화라는 악순환 대신 생산과 일자리 확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박씨 일가와 채권단이 현재와 같은 노동 배제적, 지역사회 수탈적 구조조정을 포기할 때 가능하다. 공장 가동까지 중단시키며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를 협박하는 작태 앞에서 대안은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와 지역사회 시민들이 함께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2009년 프랑스 클래로이 지방에서는 컨티넨탈이라는 독일계 타이어 회사가 공장 폐쇄를 결정했을 때 전체 지역 시민의 33% 넘는 사람들이 공장으로 몰려가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 투쟁을 진행했고, 공장 폐쇄를 유보시킨 예가 있다.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노동자, 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투쟁이 불가능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