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의 과거와 현재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전진의 출범 배경과 그간의 경과 및 현재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조금도 미화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설명할 것이다.
전진은 2004년에 사회주의 정치조직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그 시기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각각 우파가 장악한 직후의 시점이다. 중앙 집행구조에서 밀려난 민주노총의 이른바 중앙파와 민노당 구당권파(범좌파)가 결합하여 전국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출범 배경으로 인하여, 비록 사회주의 정치조직을 표방했지만 민주노총과 민노당 내에서 주류세력에 대항하는 반정립적 성격을 동시에 가졌던 것이다.
또한 각각의 영역에서 집행구조 중심으로 활동하며 형성된 집단의 결합이기 때문에 주요 구성원들은 집행구조 중심의 활동에 익숙했으며, 집행구조를 상실한 상태에서의 활동에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전진의 과거 활동은 집행구조에 대한 개입과 집행력 장악을 위한 노력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태생적 요인 및 주요 구성원들의 활동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분포와 활동방식은 전진에 대한 이러저러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 되었다.
민노당 분당을 계기로 전진 내에서는 조직의 진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전진이 가진 이중적 성격 중에서 당내 반정립적 성격은 분당으로 인하여 그 역할을 마감했다. 여기에 방점을 찍었던 주요 구성원들은 전진 해산을 주장하며 대거 탈퇴했다. 사회주의 정치조직으로서의 임무에 방점을 찍은 회원들이 남아서 조직을 재정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조직의 존재이유에 관한 문제와 함께 민노당 분당에 관한 의견도 쟁점을 이뤘다. 탈퇴자들 대부분은 전진이 분당을 주도한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탈퇴한 회원과 남아있는 회원들의 의견분포를 획일적으로 재단할 순 없지만, 주된 대립지점은 위의 두 가지다.
지금은 사회주의 정치조직의 전면적 재구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임성규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임성규 위원장의 의장직 사퇴와 탈퇴 과정
임성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사실상 전진은 창립 초기 주도한 사람들은 거의 탈퇴하고 없고, 정파 기능을 못 할 정도로 남아 있다.”고 발언했다. 정파 기능에 관한 문제는 주관적 판단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창립 초기 주도한 사람들이 “거의” 탈퇴한 것은 아니지만, 그중 많은 사람들이 탈퇴한 것은 사실이다. 그 배경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초기 주도 멤버 중에서 탈퇴자들은 대부분 사회주의 정치조직에 대해 의지가 없거나 민노당 분당 주도에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또한 그중 일부는 기존 전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에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며,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 전진이란 조직이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의장직 사퇴 및 탈퇴의 시점과 이유에 대해 뒤섞어서 말했다. 이는 시점에서든 이유에서든 명백한 왜곡이다.
우선 시점에 대해 말해보자. 임성규 위원장이 의장직을 사퇴한 것은 2005년 12월 임시총회 자리에서다. 그는 마치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퇴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가 사퇴한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전진 회원들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장황한 사퇴 선언이 도무지 맥락을 파악할 길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대로 “그 자리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 받았”는데, 사퇴 선언의 앞뒤 맥락과 그 이유가 황당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분위기는 그 자리에 있었던 회원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임성규 위원장은 의장직 사퇴와 탈퇴가 일관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의장직을 사퇴한 후 전진을 떠난 것은 3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08년 9월의 일이다. 의장 사퇴 후에도 그는 전진 상임위원과 노동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그가 노동위원장을 맡는 동안에 전진 노동위원회가 어떤 몰골로 굴러갔는지는 굳이 여기서 평가하지 않겠다.
조직의 결정사항을 위배한 축출대상
임성규 위원장은 탈퇴하는 시점까지도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 2008년 민노당의 2월 3일 당대회에서 혁신안이 부결되고 분당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전진은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민노당 분리를 공식 결의한바 있다. 그러나 임성규 위원장은 조직의 방침을 위배하고 민노당 당적을 유지했다. 총회 결정사항을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다. 만일 그가 끝내 자진 탈퇴하지 않았다면 조직의 초대 의장을 제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조직의 정치방침을 위배하여 축출대상이 된 사람이 마치 무슨 대의를 위해 탈퇴한 것처럼 발언하고 있는 것이다.
전진에 오명을 씌운 당사자
임성규 위원장은 전진을 탈퇴한 후 “정파를 했던 사람들로부터 공격적인 비난도 더러 받기도 하고 익명으로 저를 비판하는 사람 중에 글의 투로 보면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탈퇴했다 해서 전진의 어느 누가 공격적인 비난을 가했는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전진에 온갖 비난을 가한 사람은 임성규 위원장 자신이다. 우리는 솔직히 그의 비난이 처음에는 싫지만은 않았다. 그의 비난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전진이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진에 오명을 씌웠던 당사자들 대다수가 탈퇴했지만, 밖에서는 그들을 지금도 전진 구성원으로 본다.
예컨대, 일전에 좌파조직들의 연대체인 공투본 회의에서 어느 활동가가 임성규 위원장의 임금삭감 관련 발언에 대해 전진에 해명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그는 임성규 위원장이 여전히 전진 회원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한 오해에 대해 일일이 쫓아다니며 해명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본인이 자기 입으로 전진과 관련 없음을 선포하고 다니니 우리로선 다행인 셈이다. 그럼에도 거듭되는 왜곡에 대해 진실만은 알려야한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임성규 집행부와 전진의 관계
말이 나왔으니 이 지면을 빌어서 거듭 확인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 민주노총의 임성규 집행부와 전진은 아무런 관계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현 집행부 출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전진은 노동운동에서 연대연합의 원칙으로서 우파와는 연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바 있다. 지난 3월에 임성규 위원장이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신분으로서 전진 집행부와의 면담을 제안한 일이 있었다. 집행부 구성에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였다. 이 제안에 대해 전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면담 요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연대연합에 관한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 당시 임성규 집행부 구성에 관여했던 모 회원은 조직 방침 위배에 따른 탈퇴권고 조치에 의해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이때의 일이 임성규 위원장을 화나게 했는지는 아는바 없다. 공개적인 지면에서 추측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이 기회를 통해 사실을 알리고자할 따름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자중하시길
전진의 과거 활동이 아름답지만은 못했다는데 대해 우리 자신도 겸허히 인정한다. 그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있다. 전진의 오명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거듭 독설을 내뱉는데 대해서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다. 그 자신이 혁신 대상이면서, 마치 혁신을 위해 분투하다가 비장하게 탈퇴한 것처럼 위장하며, 몸담았던 조직에 침을 뱉고 있으니 적반하장인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중책에 있고 그 정도의 연배를 드셨다면 이제 부끄러움을 알 때도 되었다. 더는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자중하시길 바란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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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구 님은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전진)집행위원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