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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도장 2공장은 외로운 섬이었습니다

[이득재의 줌 인 줌 아웃]외로운 고도(孤島)에서 고도(Godot)를 기다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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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쌍용차 공장 도장 2 공장은 외로운 섬이었습니다. 민주노총도 15만 금속 노조도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3월에 섬에서 추방되었고 협상 기간 동안 아예 목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일회용 크리넥스 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섬 밖에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을 잡으려고 육지에 애써 천막 치고 농성을 벌였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 뿐이었습니다. 육지가 밀어낸 섬에는 국가와 자본이 내친 노동자들만이 소리 없는 그 아우성을 노동자의 목소리로 뿜어내려는 투쟁이 있었습니다.

정리해고 52·무급휴직 48로 자본은 승리를 만끽했고 77일의 투쟁이 허망하게도 자본 앞에, 호시탐탐 노동자들의 굴복만 기다리던 국가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파업이 끝난 바로 다음 날 노동자가 드디어 무릎을 꿇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였고 앞으로 이 기세를 몰아 자동차산업 전체를 구조조정하며 더 많은 노동자를 자르자고 광분하고 있더군요. 노동자를 죽이고 철거민을 죽이는 이 짐승 같은 자들과 언제까지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할 지 갑갑하기만 합니다. 촛불이 꺼지고 용산의 망령들은 아직 갈 길 조차 찾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고 있는데,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까지 적기를 백기로 갈아치워야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증오는 치유될 수 있을지언정 분노는 치유되지 않는 법입니다. 77일 동안 그 처절하도록 외로웠던 섬을 뒤흔들었던 분노가 진정 어디까지 솟구쳤는지요. 분노를 가슴에 삭이면서 계속 투쟁하자고 파업 종결 후 한상균 지부장님은 말씀하셨지요. 님의 얼굴에 가득 흐르던, 님의 마음속을 흘러넘치던 눈물의 진실을 이해합니다. 야속하겠지요. 섬 바깥에서 그 잘난 하나 뱃길 타고 섬으로 들어오지 못하던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의 무능이 한탄스럽기도 했겠지요.

당뇨병 약을 먹지 못해 발은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줄기란 물줄기는 모두 꺼지고 빛줄기마저 차단된 후 시시각각 조여 오는 억압의 검은 그림자들 때문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가슴 속에 돌덩이를 박아 놓았겠지요. 아내의 생일도 지키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장 2 공장을 싸늘하게 짓눌렀겠지요.

외로운 고도孤島에서 고도Godot를 기다리고자 하나, 고도Godot는 찾아오지 않고 적들의 테이저 건, 고무권총, 경찰 헬기, 발암성 최루액, 시퍼렇게 날선 방패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이었겠지요.

자본주의 하에는 눈물겹도록 외로운 섬들로 넘쳐 납니다. 한상균 지부장 님이 말하신 대로 노동자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것이 이토록 힘든 줄 몰랐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자본의 힘은 거대하고 국가의 힘은 공포 그 자체인지 모릅니다. 칠흙 같이 어두운 섬을 덮쳐 오는 그 거대한 국가와 자본의 쓰나미에 시퍼렇게 질려 있었던 그 시시각각의 불안, 공포, 두근거림, 버려진 자로서, 자본에 의해 폐기된 자로서 숱한 밤을 지새웠던 고통을 가슴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원통하고 분한 것은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이 한창이던 때에 전경련과 대통령이 노동의 유연화를 계속 요구하다가 파업 종요를 선언하지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노조를 물어뜯는 광기 어린 자들의 축배의 잔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하에 독감이 걸렸는지 내 살이 내 살이 아닌 듯 붕 떠 있는 섬들 사이에 배가 오고 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섬에서 내려 와 뱃길을 건너면 다시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자본주의 세상인데 자본과 국가의 쓰나미에 섬 전체가 휩쓸려 가버리고 실종되었다는 느낌이 원통하고 분한 것입니다.

물론 압니다. 국가와 자본이라는 쓰나미의 위력을. 애시 당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부터 저 자신이고 시민이고 인권 단체고 교수고 국회의원이고 팽택 시민이고 도장 2공장 안에 들어가 연대했더라면 우리가 승리했을지도 모릅니다.

  "육지가 침강하고 섬들이 불끈 솟아날 때까지, 바라건대 육신과 마음속에 총알처럼 박혀 있을 상처를 치유하시고 다시 고도孤島에서 만납시다. 잘 싸우셨습니다." [출처: 미디어충청]

138년 전 72일 동안 지속된 파리 코뮨의 역사를 보면서 이제는 임금 투쟁만으로는 노동자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는 계급 전쟁을 명명백백하게 선언하고 우리의 노동 운동 전체를 말아먹을 궁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외로운 파업만으로는 거대한 쓰나미를 이길 자신도 피할 자신도 생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들을 뱃길로 연결하는 일이 없이는, 어두워진 섬을 뱃길 너머로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는 대한민국 전체를 물갈이 하면서 정권 연장에 광분하는 이 시대에 노동자의 비수를 꽂을 수는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간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치열하게 싸웠지만 돌아온 것이 300 여명의 고용 보장이라면, 이제는 저마다의 섬을 연결하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섬들을 뱃길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연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없는 아우성만 빗발치는 뱃길을 끊고 자본의 권력이 넘쳐 나는 육지로 진군하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것입니다.

한 상균 지부장 님도 예상하실 수 있듯이, 그리고 굴종의 역사를 감내하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 여러분들이 예감하실 수 있듯이, 배를 타고 뱃길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섬 너머로 촛불만 흔들어서는 이 자본의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파리 코뮨의 죽음을 넘어 선 투쟁이 72일 만에 실패로 끝나고 파리의 코뮈나르들이 대거 처형되었던 것처럼 77일 간의 눈물 나는 투쟁을 파업으로 종료한 후 노동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구속과 해고 이외에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이 세상은 계급 전쟁이 벌어지는 섬들로 넘쳐 납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반복을 거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역사는 나인 든 노인의 말라 버린 피부처럼 쪼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광주를 반성하고 대추리를 반성하며 용산을 반추하고 평택을 되돌아보며 섬들을 연결하고 그 섬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섬이 되고 마침내 그 거대한 섬이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육지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육지가 침강하고 섬들이 불끈 솟아날 때까지, 바라건대 육신과 마음속에 총알처럼 박혀 있을 상처를 치유하시고 다시 고도孤島에서 만납시다. 잘 싸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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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근

    동지와 적도 없었습니다. 방해자 과 방관자만 있었습니다.그러나 알렸습니다.비록 힘들고 지쳤지만 우리힘으로 알렸습니다.저희와 연대해주신 동지여러분 감사합니다...투쟁!

  • 진정민중

    불법과 폭력을 주도한 사람들보고 진정 잘싸웠다고 외치는 당신들은 600명 때문에 20만이 죽어나가던 실정을 알면서 이런글을 씁니까? 진정한 민중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보시오..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아~

  • 씹노총

    물 없다고
    시위 주동 한 놈들....

    물이
    창고에 쌓여져 있더구만...

    사기꾼
    새끼들
    사기도 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