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우리 아이는 오늘 학교가지 않는다

[최인기의 사노라면] 잘못된 일제고사에 맞서 싸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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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제고사를 실시한단다. 이제 우리 가족에게도 떨어진 불똥이 되었다. 반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연히 반대를 해야 하겠지 …….

그러고 보니 우리 학창시절에는 그랬다. 시험이 끝날 때마다 성적을 교실 복도에다 공개하고, 공부 못한 놈 부모들은 학교에 불려 다니기 일쑤고 너 때문에 우리 반 등수가 떨어졌다고 출석부로 얻어터지던 기억들……. 학교에서 하도 공부 못한다고 얻어터지고 자란 사람이라 지금도 나는 전교조에 소속되어 있는 동료들이나, 교수하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주눅이 든다. 무섭고……. 그리고 누가 날 어쩌다 한번 최 선생? 하고 부르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고 지독한 거부감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이 암울한 시절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은 일제고사 반대를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왜냐면 엄마 아빠의 생각이 곧 아이의 생각은 아니기에 말이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로 인해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어떤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그래서 민철이에게 몇 차례 물어봤다.

“8일에 전국 초등학생 3학년들이 다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를 보는데, 엄마 아빠는 이렇게 일제고사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시험을 안 보고 학교 빠지는 것은 어떨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응 난 몰라”

처음에는 민철이는 잘 모르겠단다. 정답이다. 당연히 모르지.

어제는 밤늦게까지 이어서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이번은 좀 비켜가자는 입장이었고, 아내는 이미 학교에 내일 하루 쉬겠다고 가정체험학습 신청 의사를 보냈단다. 지금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우리 아이부터 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민철이는 엄마와 아빠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저녁 12시가 다 되어서야 민철이는 다소 어눌한 표현이지만 일제고사에 대하여 “1등 2등 3등 성적을 매기고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얼마 전 환경보호 그리기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은 것도 반대해야 하는지 헷갈린다”고 자신의 반대 견해를 내왔다.

이제 앞으로 이 녀석이 학급 안에서 감당해야 할 몫은 오로지 녀석의 몫이다. 사실 아빠는 이게 제일 두렵다. 다행히 학급 선생이 전교조라든가 아니면 의식이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그 반대라면 얼마나 따가운 시선을 보내게 될까? ‘별난 부모를 만난 별난 자식이라고…….’

잘 알려져 있듯이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라든가, 국제중 설립추진이라든가, 그리고 영어 몰입식 교육 등등 누가 보더라도 한마디로 ‘공교육 포기정책’들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쏟아져 나온 정책이라는 게 소위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패자부활전도 없는 무한경쟁으로 극소수 상위권만이 존중을 받으며 사는 아수라장이다.

살인적인 경쟁과 시험의 구렁텅이에 내몰리고 있는 현재의 교육환경 속에서도 일제고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성적이라는 것을 통해 서열을 정하고 줄 세우며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인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한 정부의 정책 앞에 수많은 아이들의 영혼은 시달려야 하고 메말라 가는 것이다.

얼마 전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학원관계자로부터 7억 9천여만 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얻어 쓴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러한 사례는 위의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 하고 남지 않는가?

혈전의 사교육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백년지대계를 세울 교육감의 초석이 되었으니, 그가 펼칠 교육정책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무한경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이번 ‘일제고사’ 실시는 민중언론참세상의 다른 기사를 살펴보니 2010년부터 실시하는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각 학교의 일제고사 성적을 사이트에 공개하게 될 것이고 시험의 결과를 4단계로 구분해 공개하여, 지역별 학교별로 성적을 비교하겠고 한다. 결국 성적 공개는 대입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나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입 3불정책 중 하나인 고교 등급제는 있으나마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한다.

잘못된 제도에 맞서 싸운다는 것 그건 신념 못지않게 많은 실천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어른인 아빠가 짊어질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내 아들에게도 이를 주문하고 주장할 때가 온 것이다. 아빠는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가슴이 아프다. 아무튼 오늘 민철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식물원 체험학습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 체험학습을 통해 내 아이가 대신 더 큰 것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