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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22) - 단식농성 43일차, 기륭전자분회 교섭 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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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타결이 되면 내일 아침 최동렬 회장 집 일인시위 안 가도 되니까 늦잠 좀 실컷 잘 수 있으려나...”

7월 23일 밤 10시, 교섭 시작을 얼마 남겨두고 은미가 중얼거린다.
오늘 밤, 타결이 된다면 은미는 늦잠을 잘 수 있고, 인섭 오빠는 주말에 있을 꽃다지 콘서트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43일차 단식을 하고 있는 4명의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단식을 풀고, 외딴섬 같은 옥상에서 내려와 병원에 가서 포도당 주사를 맞고, 한 달 보름 만에 샤워를 하고, 이미 미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혀에 따뜻한 미음 몇 방울이라도 묻혀볼 수 있을 것이다. 투쟁이 끝나고 가장 먼저 생기는 삶의 변화는 무척이나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섭 장소인 관악지청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나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다. 지난 3년간 기록해 온 기륭투쟁을 어떻게 정리를 해서 세상 사람들과 만나게 할 것인가가 주요 화두였고, 그동안 절반이라도 초고라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기도 했고, 투쟁이 끝나면 조합원들 만나기도 힘들 텐데 부족한 인터뷰는 어떻게 하나 하는 자잘한 걱정들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조합원들은 별 기대가 없다. 그동안 부푼 꿈을 안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륭전자는 6월 교섭 자리에서 “조합원들을 결코 배신하지 않을 테니 나의 진실성을 믿어 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직접 얘기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뒤통수를 치기도 했었다.

  7월 23일 교섭 시작 장면

그렇다고 일말의 희망마저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아무 희망이 없다면 이 고통스런 투쟁을 할 수가 없다. 오늘, 조합원들의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은 30% 정도다. 오늘 자리는 오후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최동렬 회장을 불러다가 야단을 쳐서 사측이 노조에 요청을 해서 급하게 밤 10시에 마련된 자리다. 교섭을 해봐야 알겠지만, 단식자들의 건강문제 때문에 조합원 모두 하루라도 빨리 타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영훈 대표이사가 바이어를 만나고 늦게 오는 바람에 20분 정도 늦게 시작한 교섭은 2번 정회를 포함하여 1시간 30분 만에 끝나버렸다. 회사가 한나라당, 노동부와 협의하여 들고 나온 안은 5개월 직업훈련 후에 기륭전자와 무관한 제3자가 설립한 신설회사에 직업훈련 상황을 확인한 후에 근무를 하다가 2009년 12월에 기륭전자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하여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었다. 사측은 여전히 직원들 반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협안을 갖고 나왔다고 둘러댔다. 교섭 자리에 배석했던 장의성 서울지방노동청장과 사측은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의 교섭은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이 안을 받으라고 했단다. 결국 노조 측 내부 고민 후에 다시 교섭 일정을 잡기로 한다.

최소 기륭전자가 직접 설립한 자회사에 근무 후 정규직화를 최소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조합원들에게는 받아들일 수도 없고, 당장이라도 벅벅 찢어버리고 싶은 안이었지만, 조합원들은 참는다. 단식자들 때문에 교섭 틀을 깰 수 없어 고민하는 것 같았다.

  교섭이 끝나고 조합원들과 밖으로 나오는 배영훈 대표이사

1층 현관으로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배영훈 대표이사와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운전기사가 들고 있는 우산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차를 타고 사라진다.

“장난해? 우리가 당신들처럼 그렇게 시간이 많아서 여기 온 줄 알아?”
배영훈 대표이사도, 서울지방노동청장도 다 떠나버리고, 관악지청 직원들과 금속노조 사람들만 남아있는데, 행난 언니가 절규한다. 단식자들 때문에 참았던 울분이 터져 나온 거다.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도 우산을 펴들고 터벅터벅 전철역을 향해 걷는다. 일찍 끝나 전철을 타고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택시를 타고 가다 내렸는지 문이 열린 택시 앞에 쪼그리고 앉아 구역질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도, 어깨동무를 하고 비 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여자들의 모습도 서글프다.


기륭 투쟁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쭉 ‘구로디지털단지역’이었던 역 이름이 오늘은 낯설다.
“우리가 여기서 포기하면 구로공단의 모든 노동자들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집회 때마다 이야기하던 단식 43일차 김소연 분회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륭 투쟁은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이름이 바뀐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시작된 투쟁이다.


은미는 내일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껑충하게 올라간 우비를 입고 최동렬 회장집 앞으로 일인시위를 하러 갈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날 때 쯤, 기륭 동지들의 단식도, 기륭투쟁도 끝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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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a

    참으로 징그러운 모습들이다.


    일반적인 근로자들이고, 피땀흘려 노력해서 월급을 받아가는 노동자들일 뿐이다. 너희들때문에 함께 하던 동료들을 그렇게 많이 떠나보냈는데 그 분들이 너희를 보기를 어떻게 볼거라고 생각하니...?
    너희들....
    한입으로 수없는 거짓말을 쏟아내는 너희들..
    일반 직원들은 다 너희들을 받아줄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히 설치더니 직원들이 반대한다니깐 경영자가 그것도 설득 못하냐고..?

    회사가 망해야 된다고 매일 난리치고 꾕과리 치듯 떠들면서 너희들을 직원으로 받아달라...?

    악덕 기업주가 운영하는 더러운 회사라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회사라고 떠들면서 그 악덕기업주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산라인 외국으로 다 옮겼다니까 외국에서 다시 갖다가 너희들을 위해서 가동하라고...?
    너희가 뭔데...?

    용역업체 직원으로 회사에 들어와서 잠깐 하는척 하다가 생산라인 점령하고 두달을 생산도 못하게 하고, 대문을 가로막고 온갖 쑈를 하면서 방해하는 바람에 회사는 바이어로부터 개망신 당해서 매출은 급감했고, 결국 너희들보다 수십배를 회사에 몸바쳐 일한 직원들도 떠나가게 했는데 그게 너희들 탓이었냐고...?

    지금 남아있는 직원들은 너희들 그 더럽고 야비한, 약자인 척, 힘없는 척하고 뒤로 웃는 그 웃음에 치를 떤단다.

    너희들은 법대로 해 달라고 하지..?
    그래서 법대로 했단다.. 대법원까지 간 그 긴여정을 거쳐 너희들이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누가 이겼니...?
    너희가 법을 지키라고 해서 법을 지켰다..

    벌금도 내라 해서 벌금도 냈고...

    그럼 너희들도 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니...?
    밤낮없이 회사 정문을 틀어막고, 운동가나 불러대고..
    툭하면 그 잘난 금속노조 애들 데려다가 남의 문이나 떼려 부수고...( 금속노조가 너희들 하수인이냐..? )

    걸핏하면 어디 기어올라가서 쑈하다가, 요즘은 어디 찾아가는게 너희들 방법이니..?

    남의 집 옥상에 기어올라가 당당하게 텐트치고 굶어 뒈지겠다고 협박하면서 온갖 쑈를 다하고...( 솔직해져라.. 너희들이 45일을 굶었으면 내가 니 자식이다..., 괜히 굶는다고 쌩쑈를 떨다가 직원들한테 먹다가 걸린게 어디 한두번이냐...? 너무 쪽팔려서들 얼굴도 못들고 숨었다며...? )
    오즉이나 먹고 싶었겠니...? 그럼 헛소리나 말던지...

    그렇게 하는게 법을 잘 지키라고 떠드는 너희들의 모습이야..
    남한테는 그렇게 지키라고 떠들더니 너희들은 법이 필요 없다고..? 무슨 법이 필요하냐고...?
    그럼 법은 너희들이 만드는게 법이냐..?
    순 떼거리법밖에 모르는 것들이 더러운 입으로 함부로 놀리는게 법이 아니다...

    김소연 아줌니..?

    앞으로 4년을 버텨야 하는데 요즘 돌아가는게 불안불안 하죠..?
    4년후에 다가올 금뺏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뭔가 분위기는 영 시원챦고...

    당신의 그 더럽고 추잡한 욕망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그 추한 웃음은 짓지 맙시다.
    당신의 그 꼬릿내 나는 웃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곤해하고, 짜증나고, 기가 막히거든요
    아줌마... 집에 가서 애들 밥이나 좀 해 주시던지...

    그 3년동안 당신들이 진정으로 정규직의 직장이 필요했다면 교육이라도 받고, 열심히 다른데 가서 일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마 지금이면 다들 정규직 되고도 남았을거고...
    그 긴시간 앰프시설, 수많은 장비들 빌려서 그 짓거리 자금으로 집에 애들 삼겹살이라도 한번 더 사줬겠다..
    하기사 그 짓거리라도 해야 금속노조에서 지원이라도 받고,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우리나라의 불치병... 폭력노조들...
    결국 너희들 손으로 저런 아줌마들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아두렴...

    아이야...
    오늘도 수고 혀라...
    굶는 아줌마는 잘 드시고....



  • 연대의힘으로

    aaa/ 보세요. 존대하기도 어려운 그대,
    알고 그런다고 하기엔 너무나 유치해서...
    모르고 그러려니 하죠.
    당신같은 사람들을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참 많은 과제를 느끼네요.
    하지만 꼭 하고 싶은 한마디,
    당신도 노동자라는 것.
    그 의미를 꼭 찾길 바래요~

    그리고 인신공격적 글은
    인격적으로 삼가해주세요~

  • 조합원

    aaa 너 소액주주라고 설치다가 아이피 추적당해서
    기륭전자 사내에서 작성된걸로 밝혀졌는데 쪽팔리지도
    않니? 또 그짓을 하게. 쯧쯧쯧 이런 악플 달고 있음
    기륭에서 월급 더주니? 참 한심하다. 이런 쓰레기같은
    댓글 달면서 일하고 월급받고 싶니?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