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전노련] |
"아 씨발 놈(노점상) 진짜 마음에 안 들어"
"구청의 의지를 자꾸 시험하려 들어서, 조져보니까 생계형 노점상들만 한 마디로 개털 되더라"
"어차피 관악구청은 한 판을 붙든 두 판을 붙든 세 판을 붙든 서로 박 터지면서 가는 거야. 누구하나 죽어 나가든, 박터지든, 그것 밖에는 답이 없어. 개판되면서 전노련(전국노점상연합)은 전노련대로 한마디로 씹창 나버리는거야"
"내가 저 실장(관악경찰서 정보과 형사)님처럼 권총 찬 사람이면 오히려 씨발 그냥 니미 직원들 데려다, 쇠고랑 채우면서 (노점상들 총으로) 그냥 한 방 씩만 땅땅땅 쏴버리고 가 버려"
얼핏 보면 갱스터영화의 대사처럼 들리는 위의 발언들은 관악구청에서 노점 단속을 총괄하는 가로정비과 담당자가 노점상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내뱉은 말들이다.
최근 '김밥할머니 동영상'이 알려지면서 폭력적인 노점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구청의 단속공무원이 직접 단속을 빌미로 노점상들을 이처럼 협박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노점상 20여 명은 23일 관악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악구청 가로정비과 담당자와의 면담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들은 "노점상 정비에 혈안이 되어 폭력도 마다 않는 관악구청 단속공무원과 용역단속반원들에 의해 제2, 제3의 김밥할머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장 모 계장 등 가로정비과 공무원들의 문책을 촉구했다.
노점상 "건장한 청년들이 무차별 폭행해"... 관악구청 "지나가던 시민"
'김밥할머니'에 이은 '호떡할머니' 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관악구청은 '디자인서울거리'를 조성한다며, 지난 해 9월부터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대대적인 노점 단속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해 100여 곳에 이르던 서울대입구 주변 노점상들은 이제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노점상 20여 명이 최근까지 남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공동 장사'를 벌여왔으나, 이 마저도 지난 14일 구청 직원과 용역반원들에 의해 모두 철거됐다. 노점상 김성재(가명) 씨는 "용역단속반원들이 투입돼 철거가 이뤄지자, 노점상들이 구청 가로정비과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다"며 "그러자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청년들이 어디선가 몰려와 노점상들을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 지난 5월 14일 한 노점상이 건장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구타당하고 있다 [출처: 전노련] |
▲ 한 노점상의 멱살을 잡고 있는 건장한 '시민' [출처: 전노련] |
관악구청 가로정비과 관계자는 23일 참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건장한 청년'들의 신원과 관련해 "지나가던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공무원들을 하도 닥달하면서 욕을 하니까 지나가던 시민들이 '왜 공무원에게 욕을 하냐'며 항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떡할머니 "단속공무원이 폭행"... 관악구청 "혼자 넘어져서 다친 것"
▲ 이영화 할머니 |
관악구청 가로정비과는 이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단속 과정에서 할머니가 단속을 못하게 하려고, 단속공무원들을 붙잡고 늘어지다 혼자 넘어져서 다친 것"며 "단속 공무원들이 할머니를 폭행할 이유가 없다"고 폭력 행사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영화 할머니는 "내 나이가 75인데, 젊은 단속공무원들에게 덤벼들 수 있겠냐"며 "억울해서 싸우고 싶어도, 싸울 힘이 없어 그냥 (철거를 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다"고 말했다.
이영화 할머니는 이어 "김밥할머니는 용역단속반원에게 욕이라도 한 것 같은데, 장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난 욕 한마디 못해보고, 손도 한번 못 붙들어 보고 앉아서 당한 게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우리도 붕어빵 장사 같은 것 하고 싶지 않다"
▲ 김 란 씨. |
붕어빵 장사를 해 온 김 란 씨는 "1월에 딱 이틀 장사를 했는데, 식품위생법과 도로법 위반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받았고, 단속공무원에 항의 한번 했다고 집시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김 란 씨에게 부과된 과태료와 벌금 등은 총 200여만 원에 달한다.
또 다른 노점상 김연옥 씨 역시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총 520여만 원의 과태료와 변상금을 부과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13개월 된 아이를 업고 참석한 김 란 씨는 "(경제적으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몇백만원 씩 벌금을 물리면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물가는 비싸고, 갈 데는 없는데 죽으라는 얘기지"라며 울먹였다.
그녀는 "우리도 돈 있고, 다른 할 일이 있다면 붕어빵 장사 같은 것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밥할머니 사건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서울시는 지난 19일 "민간용역업체 직원에 의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시민들께서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와 같은 분이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시는 심정을 통감한다"며 "피해를 입은 할머니와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시와 달리 관악구청의 경우, 구청 단속공무원들이 직접 '총으로 쏴버린다'는 식의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향후 관악구청의 대응이 주목된다.
▲ 한 노점상의 변상금 고지서에는 '1,554,470원'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
▲ 2개월 동안 장사를 한 후 받은 벌금 '2,310,08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