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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서울과 지역의 온도차는 늦가을 기온차보다 컸다

- 민중총궐기, 중앙 지도부의 소심함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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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가 시작되었다. 서울과 경기는 물론 대전, 충청,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70만이 참여하는 민중총궐기가 시작되었다. 11월 22일 시작된 민중총궐기는 11월 29일 2차 총궐기, 12월 6일 3차 총궐기로 이어져 한미FTA 저지와 사회양극화 해소 그리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 민중의 투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날 전국 각지의 도청과 시청은 노동자 농민, 빈민과 시민들의 분노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충남과 경남, 강원 그리고 전남 도청과 광주시청은 분노로 일어선 노동자와 농민에 의해서 ‘접수’ 되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도청과 시청은 하루 종일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이들이 보여준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삶의 기초를 허무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그것은 개방농정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삶을 파탄내게 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이며, 노동 기본권을 박탈하고 사회양극화를 가중시키는 FTA에 대한 분노가 모아져 나온 것이다. 배추 한포기 사갈 사람 없다는 농민들의 피끓는 절규, 과연 미친소를 누가 먹을 것인가 하는 개탄, 지금도 어려운 의료복지를 더 악화시켜 나갈 미래에 대한 절망적 외침이었다.

그러나 11월 22일 1차 민중총궐기는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이를 넘어서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만은 아니다. 전국 각지의 수십만의 민중이 투쟁했던 것과는 달리 서울은 그 어느때보다도 조용하게 총궐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벌써부터 교통체증을 우려한 정부와 언론의 무차별적인 선동이 있어왔다. 마치 서울시내 교통이 집회와 시위 때문에 막히는 것마냥 악무한적인 선동을 해왔고 이것은 집회에 참여한 대중과 시민들을 대립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점이었는데, 대회를 주최한 범국본과 민주노총은 지배자들의 논리에 맞서지 못하고 이에 굴복해 조용히 민중총궐기 행사를 진행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에서의 민중총궐기는 교통체증을 우려한 ‘조용한 총궐기’라는 형용모순을 낳고 말았다. 그 결과 서울 도심의 교통속도는 같은 요일 평시보다 소통속도가 더 빨랐다고 하니, 시민들과 집회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이루어 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질서있고 평화롭게 행진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도로를 점거할 것인가 하는 투쟁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민중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배자들이 요구하는 형식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자했던 본래의 의도를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주류의 담론에 포섭된 논리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열망이 그대로 표현될 때, 지배자의 논리는 무너지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그렇게 격렬한 투쟁이 있었음에도 극심한 교통정체라는 단어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민중총궐기의 의미를 살리고 대중이 어떻게 하나가 될 것인가,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열망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었다. 이 점에서 민중총궐기의 투쟁 지도부는 지극히 소심한 행동으로, 집회 참가대중의 열망마저 꺾는 행동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짧은 행진 과정에서도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키고 민중총궐기의 의미를 살려 나가자는 인권활동가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절규가 이어졌으나, 총궐기의 지도부는 이조차 외면하고 말았다. 이것은 범국본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망각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 9일 열린 민주노총 투쟁본부 대표자회의에서는 노동자대회의 상과 전술이 논의되었고 ‘투쟁하는’ 노동자대회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으고 구체적인 전술은 전술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술회의는 소집되지 않았으며 임원회의를 통해 집회만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임원회의에서 대표자회의의 결정사항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총파업과 관련한 민주노총 결정사항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총파업과 민중총궐기의 포문을 열어갈 지난 11월12일 노동자 대회도 ‘조합원들의 투쟁의 피로도’를 고려하여 기조를 수정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범국본으로까지 이어졌고 민주노총을 따라가는 투쟁기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대다수 지역에서는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범국본이 과연 지금 현재 노동자 민중의 분노, 현실을 바꿔보고자 하는 민중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민중총궐기가 그만큼 절박한 현실 인식 속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투쟁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과는 달리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현실은 늦가을 밤과 낮의 기온차 만큼이나 커다란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 전국 각지의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분노하고 있는 이 현실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 서울과 중앙 지도부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지경에 도달했다.

광주에서는 순간적으로 2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속칭 ‘레이저 총’을 시위대에 쏴서 몇몇이 다쳤다고 한다. 교통체증을 무기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말살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번 늪에 빠져들면 빠져나올 수 없고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제 민중총궐기는 시작되었다. 오류가 있으면 빨리 고쳐야 하고 잘못은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그럴 의지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있다. 민중총궐기가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이라면 동시에 노동자 민중 스스로도 바꿔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민중총궐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이다.
  • 민중

    서울집회는 분노를 모른다.
    분노해야한다 제발!!

  • 기자

    100% 공감. 어제 1차선으로 행진하는데 인간적으로 정말 너무 좁더라. 그래서 경찰한테 짜증 좀 냈다가 된통 욕 먹었다. 어느 노조 간부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말을 하더군. "너 대체 어디 소속이야? 오늘 싸우지 말랬잖아!"

    언제까지 말로만 박살내자 분쇄하자 외칠 것인지?

  • 대구

    주둥이로 떠드는 '투쟁'은 어제부로 전국의 투쟁하는 민중들에 의해 폐기되었다.
    서울,울산,부산의 지도부동지들은 대오각성하라! 교통혼잡의 잡소리에 갖혀서 허우적대는 동안 전국에서는 과감한 투쟁으로 경찰력을 밀어내고 도청으로 진입했다.
    행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이 후에도 소극적인 켐페인정도로 머물면서 주둥이로만 총궐기를 떠든다면
    투쟁하는 대중들이 먼저 그대들부터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감방에서 겨울을 날 각오를 하고 정신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