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논평] 노조 비리, 도덕성 문제 아니다

비리 척결, 실리·타협·폐쇄·관료화 깨고 계급성, 연대성 강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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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노조, 항운노조, 택시노련, 한국노총, 현대차노조로 노조 비리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부 간부의 비리 연루로 인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대해 국민과 조합원에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수호 위원장은 기아차비리 당시 이미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수호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노조가 권력화 관료화됐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다"며 "권력과 자본에 밀착한 어용노조는 더욱 부패 정도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은 "두 노총 지도부는 말로만 사과할 것이 아니라 내부 범죄의 뿌리를 스스로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전(內戰)을 불사해야 한다"라거나 "이번 양대 노총의 자성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 된다. 대국민 사과문의 다짐대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라거나 "노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신적인 혁신이다. 노조가 전부 나서 그동안의 불법이나 비리, 그릇된 관행에 대해 고백하고 반성하는 도덕재무장 운동에 나서야 한다"라며 물 만난 고기처럼 도덕성 공세를 펴고 있다. 도덕성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찾아볼 수 없는데, 다만 강성 노동운동을 그만 두고 선진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유독 강조한다. 민주노조운동이 도덕성으로 무장하면 곧 선진 노사관계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강조와 함께.

노동조합은 조합원, 즉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과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자주적으로 구성하는 조합조직이다.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임금을 체불하거나 산재에 무방비로 노출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자본의 일상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생존과 노동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으로 조직한다. 나아가 노동조합운동은 자본에 맞서 싸우며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사회구성원의 한 주체로 노동자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한다. 전체 사회 안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이러한 역할과 활동은 그 자체로 정당하며,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에 있어 어떤 명목이나 어떤 규모의 비리도 일어나서는 아니 되며, 비리를 스스로 저지르거나, 비리에 연루, 포섭되거나 할 것 없이 어떤 유형의 비리에도 관용을 베풀면 안 된다. 비리는 노조 자체의 비리도 있지만 대부분 자본과의 포섭이나 결탁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비리가 발생하는 것 자체로 조합원에 대한 배신이자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노동조합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일상적으로 치밀한 노무관리를 펼친다. 검찰의 발표대로 채용비리, 납품비리, 공금유용, 이권개입 비리 등 이미 밝혀진 노조의 비리는 노조 자체의 비리인 동시에 자본의 노무관리와 맞물려 빚어진 비리들이다. 노조 비리의 약한고리를 틀어잡은 자본은 한편으로는 도덕성을 되찾으라며 호통을 치고, 한편으로는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물갈이를 통해 '선진형 노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듯이 자본의 도덕성 무장 타령에 민주노조운동이 주눅들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지금 도덕성은 그 말이 갖는 진정성과 관계없이 우리 사회 가장 부도덕한 세력들이 민주노조운동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하는 호사스런 명분이자 순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은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이러한 정신이 민주노조운동과 사회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보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 노동조합운동에서 벌어지는 비리의 원인은 민주노조운동이 현장에서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의 힘을 키우지 못한 데 연유한다. 작은 개량의 조치에 쉽게 자본과 타협하고, 자본의 치밀한 노무관리에 맞서 연대와 투쟁의 전술을 잘 구사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다 보니 비리가 실리, 타협, 폐쇄, 관료화의 틈을 비집고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운동의 비리 척결이 도덕성의 재무장이나 선진 노사관계의 정착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부당하다. 비리를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 연대성의 강화에 있다. 이 진실은 지금도 현장 곳곳에서 확인된다. 울산플랜트노조, 하이닉스노조의 투쟁, 이에 연대투쟁을 준비하는 지역 사업장, 그리고 수많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현장에 비리는 눈꼽만큼도 발견되지 않는다. 투쟁과 연대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이 펄펄 살아있는 현장이기에 그러하다.

민주노조운동이, 노총의 위원장이 국민 앞에 정말 고개를 숙여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비리 간부와 비리 노조를 대신하는 사과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노선과 지도력에 대한 자기 반성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 여울

    노조가 노동자의 인권, 생존권을 위해 자본과 착취계급에 맞서 열심히 싸워왔고 앞으로도 싸워나가야만 합니다.

    노동자들의 힘을 대변하는 집행부가 이러한 본연의 임무와 노력을 게을리하고 자본계급의 행태를 따르고 있는 것은 처절히 반성해야 자본과 착취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을 가질 수 있습니다.



  • 반성은

    반성은 우리가 하죠. 저들이 그걸 지금 시점에서 왜 자꾸
    터트리는지에 대해서, 글고, 도덕성을 들이미는 거 구려요.

  • 옳은 말 했구만 왜그러시나? 좀 부족해서 그렇지.... 노동조합이 혁명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핵심이 빠져있을 뿐이다. 자본에 대한 혁명적 저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