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헬 M이 경찰에게 당한 후 프랑스 낭테르에서는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 Counterpunch] |
파리 교외에서 경찰이 17세 소년 나헬 M을 조준 사살했다. 이 사건은 최근 프랑스에서 인명을 앗아갔던 치명적인 사건 중 가장 최근 사건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교통 단속 중에 발생한 세 번째 살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13명이라는 기록적인 수가 사망했다. 2주 전 프랑스 남서부 앙굴렘에서도 19세 흑인 남성이 비슷한 상황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했다. 이 사건은 현장을 촬영하는 사람이 없어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못했다.
낭테르에서는 한 행인이 나헬이 살해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영상을 보면 나헬의 행동이 현장에 출동한 두 경찰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다고 강조했던 경찰의 보고서와 모순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찰의 해명은 틀렸다. 나헬은 정지 명령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총격을 받은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순간" 같은 건 없다
프랑스 법은 정차를 거부한다고 해서 경찰에게 살인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헬을 쏜 경찰관은 '자발적 살인죄'로 공식적으로 기소된 것에 상응하는 조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결국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랑스 사법 체계에서 경찰관을 기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즉시 이 살인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선언했다. 국가의 수장이 경찰관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감히 경찰의 사건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비판을 하는 사람도 없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들은 달래기 위한 용도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충격적인 살해 사건이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순간' 같은 건 프랑스에 없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적인 경찰의 폭력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현재의 폭동은 2005년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아랍계 프랑스 청소년인 자이드 베나와 부나 트라오레 두 명은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파리 교외의 변전소로 뛰어들었다가 감전사했다. 24세의 흑인 남성인 아다마 트라오레가 경찰 구금 중 사인 불명으로 사망했던 사건 역시 상징적인 사건으로 유명하다. 독립적인 부검 및 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질식사로 밝혀졌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경찰관은 기소되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을 이 글에서 나열하자면 사건의 목록이 너무 길다.
경찰 폭력이 최근에야 뉴스에 보도된 이유는 무엇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 폭력의 피해자는 교외에 거주하는 인종차별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았고, 우파뿐만 아니라 좌파의 주류 정치인들도 경찰이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공화주의적 집행력"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부정했다. 따라서 기관인 경찰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공권력이 강화된 경찰이 도심의 정치 시위를 관리하기 위해 점점 더 강경한 전술을 사용했다. 이처럼 강화된 공권력은 2018년 이후 노란 조끼 운동과 2022~23년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서 두드러졌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폭력과 자의적 체포의 희생양이 되었다. 일부는 경찰의 '플래시볼(falsh-ball)'에 실명하거나 경찰이 사용한 군중 진압용 수류탄 때문에 손을 잃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백인 중산층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나 경찰로부터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좌파의 상당 부분이 경찰에 대해 더욱 비판적으로 되었고, 이제 언론에서는 '경찰의 폭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나헬은 알제리 출신의 젊은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 총격을 받았다. 나헬의 어머니는 TV 인터뷰에서 아들을 쏜 경찰관이 "아랍인 얼굴, 어린아이를 보았고 목숨을 빼앗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젊은이들이 매일 경찰관에게 괴롭힘과 구타당하는 노동계급 교외 지역에서 이 발언은 분명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끔찍한 상황이 미국 대중에게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유럽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이다.
고질적인 인종 차별
프랑스 경찰에는 인종 차별이 실제로 만연해 있다. 특히 아랍인이나 흑인인 경우 경찰의 폭력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경찰은 조직적인 차별에 해당하는 인종 프로파일링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다. 2021년 파리 항소법원은 드물지만, 중요한 판결을 했다. 법원은 2017년 기차역에서 모로코, 말리, 코모리아 출신 고등학생 3명에 대한 경찰의 신분증 검사의 배경에 차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관행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이러한 부당한 신분증 검사가 인종차별적으로 청소년을 “모욕”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인권 단체의 여러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 나헬 살해 사건 이후 유엔 인권사무소는 다시 한번 프랑스를 지목하며 "법 집행에 있어 인종주의와 차별이라는 깊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경찰의 인종차별이나 조직적 차별에 대한 모든 비난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부인했다. 매우 아이러니하다. 프랑스 엘리트들은 프랑스 공화주의 이념의 핵심인 '컬러 블라인드(colour-blind)' 정책이 제도적 인종주의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이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계급으로 가득 찬 앙시앵 레짐과 결별한 프랑스 혁명의 유산 중 하나다. 따라서 국가는 특정 인구가 차별을 받는지 여부를 평가할 때 민족적 또는 종교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주류 정치의 누구도 이 추상적인 평등 개념에 도전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공화국'과 그 '가치'가 신성시되기 때문에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2017년 한 법안이 도입된 이후 경찰 폭력과 이로 인한 사망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이제 경찰은 운전자나 차량 탑승자가 "경찰관의 생명이나 신체적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에 따라 발포할 수 있다. 경찰 노조는 당시 사회주의 정부에 압력을 가했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 중도 좌파 정부는 경찰의 총기 사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경찰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형법을 다시 썼다.
프랑스 NGO 인권 연맹(The French NGO Human Rights League)은 이 법이 총격과 살인에 대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찰이 총기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법이 개정된 이후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람들(대부분 인종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7년에는 27명, 2020년에는 40명, 2021년에는 52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경찰과 극우
나헬이 살해당한 사건을 통해 프랑스 경찰의 현주소와 역대 정부에서 경찰을 개혁하지 못하고 점점 더 극우화되는 노조를 길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경찰 노조는 프랑스 공산당과 가까웠다. 1980년대에는 사회주의 정부를 지지했다. 이제 경찰 노조는 법질서에 대해서 극우적 의제를 공유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대다수 경찰관은 마린 르펜에게 투표했다.
1995년 개혁을 통해 정부는 경찰 노조에 광범위한 공동 관리 권한을 부여했다. 그 이후로 노조는 역대 우파 및 좌파 내무부 장관과 거래를 해왔다. 노조는 직원들의 충성심을 보장하는 강력하고 정치적인 조직이 되었다. 노조는 경찰 개혁을 시도하는 모든 내무부 장관의 권위를 약화할 수 있었다. 2020년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장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는 당시 논란이 되고 있었던 체포 시 ‘목 조르기’ 사용 금지, 동료 경찰을 평가하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경찰총국 감사관실(IGPN) 개혁, 경찰 내 인종 차별에 대한 무관용 정책 등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노조는 격렬하게 항의했고 카스타네르는 즉시 우파 강경파인 제랄드 다르마닌으로 교체되었는데, 그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마린 르펜에게 "이슬람에 대해 너무 부드럽다"는 악명을 떨친 인물이었다.
요컨대, 정부는 프랑스의 법질서를 자기 입맛대로 관리하려는 극우 성향의 경찰 노조를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마크롱의 경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경찰이 획득한 엄청난 자율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 경찰에 2023년 7월 1일 나헬 M을 살해한 사건으로 촉발된 폭동에서 프랑스 베상송 플라노아즈 지역에서 한 남성이 최루탄 연기 사이를 걷고 있다 [출처: Toufik-de-Planoise / Wikimedia Commons] |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톰슨(Edward P. Thompson)이 말했듯이 "폭동은 지배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재앙"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여론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공공건물(경찰서뿐만 아니라 학교, 도서관, 시청, 버스 등)을 파괴하고 상점을 약탈하거나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자동차를 불태우는 장면은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동정을 얻지 못하게 할 것이다. 교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젊은이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박탈당한 지역에 사는 노동 계급 출신의 사람들이 파괴의 희생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학교를 불태우는 것이 나헬을 추모하거나 그의 기억을 기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행동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마크롱이 대중의 자유를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또 다른 억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구실을 제공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마린 르펜과 에릭 젬무르는 "극우파는 프랑스를 존중하지 않고", "통합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이미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전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들은 "프랑스의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는 정치 계급과 경찰이 ‘프랑스가 다문화 국가다’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인종적으로 긴장된 지금, 이 말은 사실이다. 장 뤽 멜랑숑의 포퓰리즘 운동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가 이끄는 좌파는 너무 약해 소외된 지역의 노동계급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폭동보다 현재 폭동이 정치적인 의식이 약하다는 점도 실망스럽다.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화를 내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으며 정치적 기준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와중에 누가 프랑스 소수민족을 경찰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번역 : 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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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리에르(PHILIPPE MARLIÈRE)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프랑스 및 유럽 정치학 교수다. 글의 원문은 https://www.counterpunch.org/2023/07/03/who-will-protect-frances-ethnic-minorities-from-the-police/ 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