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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논의에서 반영되어야 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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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는 이름부터 틀렸다.

노동시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주 4일제 또는 주 35시간제에 대한 논의가 대선에서 다뤄진 것이 불과 1년 전인데, 지금은 69시간과 60시간이라는 기준없는 숫자들이 제시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조인 반면, 한국 사회는 초과노동이 사회적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제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으면 “수요일은 뻔뻔하게 펀(fun)펀하게 퇴근하는 날”(1) 따위의 홍보문구가 나오겠는가? 약속된 근무 시간이 지나도 사업장에 노동자를 붙잡아둘 수 있다는 그 태도가 더 뻔뻔하다 할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표현이 이러한 관행을 정당화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은 일 8시간/주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는 강제근로 금지에 대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초과근로를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다. 또한,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등을 통해 초과노동에 대한 동의를 미리 받아두는 것은 정부가 문제시하는 포괄임금제의 주원인이 된다. 따라서 용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현실과는 괴리가 있지만) 약속할 수 있는 주 노동시간은 40시간인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니라 ‘초과근로 주 12시간 상한제’라고 불러야 한다.

주 52시간에서 주 60시간으로의 변경은 그 정도가 크지 않아 보이나, 실제로는 주 40시간에서 주 최대 60시간으로 최악의 경우 노동시간이 1.5배 가산되는 것이다. 하루가 36시간이 되는 것도 아닌데(그렇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중대한 논의에서도 배제된 사람들이 있다.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사업주가 감시·단속 승인을 받아 근로시간 규정에서 배제되는 경비 노동자, 사업소득 노동자, 그리고 조금 생소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이다.

노동시간 논의에서 배제된 사람들

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일 10시간, 주 60시간이 기재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계약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출퇴근 기록. 계약한 근무시간은 04시에서 15시까지지만, 실제로는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그럼에도 기본급 이외에는 다른 수당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이 가장 필요한 사업장이 어디일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작은 사업장, 그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하는 것이 우문현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지켜져야 하는 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근로시간 규정이다. 소정근로시간의 제한이나 초과근로 주 12시간 상한제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일주일에 60시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근무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시간보다 늦게 퇴근하더라도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는 ‘공짜노동’에 노출된다. 주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새롭다.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② 감시·단속 노동자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감시·단속 경비 노동자의 근무일지

감시·단속 노동자 역시 주 최대 근로시간 제한 규정과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당수의 경비 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게 되는데, 24시간 교대제의 경우 주 최소 노동시간은 72시간(3일 출근하는 주의 경우), 주 최대 노동시간은 96시간(4일 출근하는 주의 경우)에 달한다.

물론, 근무 시간 사이 사이에 휴게시간을 부여하지만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경비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서라기보단 근무 시간을 감소시켜 최저임금을 준수하기 위함에 가깝고, 제대로 된 휴게환경을 제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9시간을 쉰다고 가정하더라도, 주 최대 근로시간은 60시간(4일 출근하는 주의 경우)에 다다른다. 적용 제외가 익숙한 감시·단속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

초과노동 강제에 내몰린 사람들

① 사업소득 노동자

사업을 통해 발생한 소득에 부과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세법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행 판례 기준에서도 노동자로 인정받기에 넉넉한 노동자 중 많은 사람이 사업자등록증조차 없이 사업소득세를 내고 있고, 자신이 사업소득세를 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아르바이트 노동은 원래 3.3%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업소득을 내며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분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되어 있지 않거나, 근로계약서가 아닌 다양한 계약서(도급·위탁 )를 작성했기 때문에 노동청에 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모 프로축구단의 유소년 코칭스태프의 경우 클럽하우스에서 오전부터 저녁까지 선수들과 생활하며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했지만 노동청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장근로수당은커녕 퇴직금조차 못 받았다. 이렇게 사업소득자로 (오)분류된 사업소득 노동자들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 특히 노동시간에서 빠져 있다.

② 사회복무요원

사회복무요원의 월급은 현역 장병과 같다(2023년 기준 이등병 월 60만 원). 그러나 현역병과 가장 큰 차이는 스스로 주거와 식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주거비는 별도의 지원이 없으며, 식대는 중식만 지급되기 때문에 하루 두 끼, 그리고 주말에는 알아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법원이 인정하는 최저생계비가 1인 기준 124만 6,735원(기준 중위소득 60%, 2023년 기준)인 것과 비교할 때, 사회복무요원이 겸직 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등병 월급에서 겸직을 통해 1인 기준 최저생계비를 벌기 위해서는 월 67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최저임금 9,620원 기준). 이를 주 단위로 나누면 15.5시간이 나오는데, 결국 복무시간인 40시간을 더하면 주 55시간 일하는 것을 강제당하는 셈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 최저임금 201만 580원을 벌기 위해서는 월 122.2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 이를 주 단위로 나누고 복무시간을 더하면 약 주 68시간이 나온다. 사회복무요원이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주 68시간을 일해야만 한다.

노동시간 논의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 시간 주권이다.

정부는 최대 근로시간은 ‘최대’일 뿐이라고 하며, 최악의 가정을 전제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대 근로‘시간’이다. 시간은 내가 판매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절대적인 시간 빈곤에서 살 수밖에 없고, 정부는 그러한 삶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현 정부의 방향으로 노동시간 제도가 변경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지금도 권리를 빼앗긴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시간 주권을 빼앗긴 사람들의 대다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감시·단속 노동자,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 사회복무요원 등이며,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

<각주>
(1)현대엠엔소프트 뻔뻔데이 “수요일엔 뻔뻔하게 칼퇴근 하자”, 파이낸셜뉴스(2014.08.31) https://www.fnnews.com/news/20140831170750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