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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에 덧씌운 공갈죄…누가 진짜 공갈을 치고 있나

[기획연재②] 윤석열 정부 건설노조 탄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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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은 건설노동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건설노조에 폭력 집단 프레임을 씌우고, 불법행위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건설노조에 대해 '분양가 상승의 주범',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노조'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건설노조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 건폭 검거 실적 올리기에 한창이다. 지난 1월부터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수백 명의 조합원이 채용 강요 등의 혐의로 조사받고 있고, 이 중 일부는 구속까지 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경찰은 건폭 잡은 경찰관을 특진 임용해, 건폭 잡기 경쟁을 부추긴다.

전방위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노동자 중 건설기계장비를 소유하고 직접 운전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탄압하는 데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원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인데, 건설노조에 대해서는 ‘담합 행위’를 이유로 수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30대 건설사 CEO들은 한자리에 모여 “수십 년간 ‘건폭’에 시달렸다”며 우는소리를 해 댄다. “지금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의 건폭 때려잡기 행보를 부추긴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하나로 뭉쳐 노동자 집단을 공격하고 있고, 이들의 일방적 주장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실린다. 건설현장에서 천문학적 이익을 쌓아 올린 건설 자본이 수십 년째 피해를 보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의 전말을 알기 위해 연재를 시작한다. 정부와 건설사는 왜 건설노조를 때려잡고자 할까. 건설노동자들이 바꾼 건설현장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권력이 찍어 누르고 있는 반대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려 한다.


13차례의 압수수색, 630여 명에 달하는 소환조사, 12명 구속, 채용절차법 위반에 따라 부과된 과태료 1억 3천 5백만 원,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건설기계지부 노조활동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부과한 과징금 2억 6천만 원….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토목건축(형틀목수, 철근공, 타설공 등), 타워크레인 운전, 건설기계 운전(굴삭기, 덤프 등) 노동자들은 모두 단기간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렇게 고용과 실업을 오가는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실업과 단기간의 취업을 반복하는 직종의 특성상 이와 같은 고용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것은 건설노조의 활동(목적, 역할, 주요한 요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에 관한 단체교섭이 그것이다. 일반 사업장으로 보자면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노조가 무슨 다른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고용요구 교섭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수사기관은 고용요구 교섭 자체를 불법시하고, 이를 요구하면서 노조가 집회를 열거나, 교섭 석상에서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산안법 위반)를 지적하는 것을 협박이라고 하면서 강요죄, 공갈죄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불법적인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문제

건설노조가 고용요구 교섭을 하게 된 중요한 배경에는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구조가 있다. 발주처에서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자가 원도급자, 그러니까 이름만 들으면 아는 재벌 대기업 건설사들이 이들이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이들은 각 전문분야별로 전문건설업체에 한 번 더 하도급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전문건설업체는 건설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다시 재하도급을 주면 여기서부터는 불법이 된다. 그런데 전문건설업체들은 품떼기 방식으로 팀장(오야지)에게 불법 하도급을 주거나, 다른 소규모 건설업체에 다시 불법 하도급을 준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고 한번 검색을 해보면 많은 건설현장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간에 떼어먹는 자들이 늘어나니, 공사비가 부족해진다. 공사비가 부족하니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런 안전설비를 설치하고 안전규칙을 지켜가면서 작업을 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 그만큼 공기가 늘어나면 일당이 더 나가야 한다. 법이 있으나,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안전규칙도 지키지 않고 빨리빨리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미숙련 노동자들을 투입한다. 팀장이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받은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이다 보니, 임금을 체불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명절 때마다 ‘건설현장 임금체불 몇 천억’ 기사가 나오는 이유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조사한 2022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경로에서 74.9%가 팀장, 반장 등 인맥을 통한 고용이다. 공공 형태인 무료직업소개소나, 노조를 통한 고용은 2.4%에 불과하다. 인맥을 통한 고용이 대체로 팀장 등을 통한 하도급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고용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고용을 위해 건설업체 현장 관리자 등에게 상납이나 접대가 이루어진다.

건설노조의 고용요구는 현장 상황에 맞는 정당한 요구

노조의 고용에 관한 단체교섭은 지역별로 노조로 조직된 비율 정도는 조합원 고용(조합원 차별 없는 고용요구)을 해달라는 것이고,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 적용(노동시간, 휴게시간 준수, 주휴수당 지급, 연차휴가 보장 등), 전문건설업체의 직접 근로계약 체결, 적정한 임금 지급을 내용으로 한다. 이 단체교섭을 체결하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중간착취와 임금체불도 예방하고 건설현장의 비리를 근절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불법 하도급을 통해서 작업을 빨리빨리 진행하려는 건설업체들의 이해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조가 현장에 들어오면 산업안전 관련 감시활동으로 이를 무시한 작업이 어려워진다. 모두 공기를 최대한 단축해서 비용을 줄이려는 건설회사의 이해와는 배치된다.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을 준수해야 하니 휴게시간, 유급휴일, 유급 연차휴가 등을 보장해야 한다. 비용이 늘어나고 무리한 공기단축도 어려워져서 건설회사가 가져가는 이윤이 줄어든다.

그러니 고용된 조합원들이 노조 조합원이라는 것을 공개하고 단체협약 적용을 주장하거나, 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면 건설업체들은 조합원들을 해고한다. 해당 공정의 작업기간은 6개월이 되지만, 언제라도 자를 수 있게 1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합원 고용을 배제하려 하므로 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차별 없는 고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건설노조의 고용에 관한 단체교섭은 건설산업의 고용구조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정당하다. 고용 문제를 가지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집회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과 지적을 한 것이 협박이 되고, 강요죄가 되고 이른바 건폭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노사의 단체교섭 과정은 서로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위협과 위력 행사의 장이다. 200년 전 유럽에서는 한때 이를 협박죄, 강요죄로 처벌했지만, 지금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노조는 물론이고 사용자 측에게도 모두 협박죄, 강요죄, 공갈죄(협박해 재산상 이득을 얻음)를 적용해야 한다. 사용자 측도 교섭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갈 시 손해배상, 가압류를 취할 태세, 노조간부들에 대해 해고 등 징계를 가할 수 있다는 언급이나 그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다. 또 노조가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시 하는 여러 활동에 대해 각종 혐의로 고소·고발을 한다. 그것이 협박죄가 되고 강요죄가 되는 것인가. 사용자 측의 압박에 노조가 후퇴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노조의 요구보다 낮은 단체협약을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사용자 측이 재산상 이득을 취했으므로 사용자에게 공갈죄가 성립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건설현장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임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유급 근로시간면제자(전임비), 복지비를 문제 삼고 있다.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 과정에서 당연히 압박을 위한 집회 등이 따르게 되는데, 이를 협박이라고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취했으니, 공갈죄라는 주장이다.

지금 노조법에 따르면 한 건설현장에 조합원이 99명 이하로 일을 하고 있으면 최대 연간 2,000시간, 그러니까 1명의 풀타임 전임자를 둘 수 있다. 그리고 판례나, 노동부 행정해석에 보더라도 사업장에서 노조 전임활동을 하지 않고 상급단체(산별노조 같으면 본조 지역이나 중앙조직에서 활동하는 것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에 파견을 가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설노조는 각 건설현장마다 1명씩 풀타임 전임자를 두자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조합원의 수가 수시로 변할 수 있고, 고용기간도 몇 개월 등 단기간인 점을 고려해서 1개 건설현장에 6일(6공수) 정도의 타임오프를 정하고 그에 상당하는 전임비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 전임자는 그 건설현장을 관할하는 건설노조 지역지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전임자의 외형적인 모습이 일반 사업장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빌미로 삼는다. 그건 노조법이 일반적인 회사, 공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건설현장 노사는 이를 적절히 현실에 부합하게 노사합의로 타임오프 합의를 한 것일 뿐이다.

복지비나 발전기금 문제는 운영비 원조의 하나인데, 노조법과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한 제한은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었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 한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이라는 방법으로 명시적으로 이를 정하고 있는 점, 금액의 크기가 과도하지 않은 점, 노조의 통장으로 투명하게 지급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노조법상 허용되는 것이다. 이를 요구하기 위한 압박은 노조의 일반적인 교섭 활동이지, 그것이 협박이 될 수는 없다.

월례비가 문제라면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월례비 관행의 경우, 건설노조가 2016년에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로 결의했고, 2018년에는 대한건설협회 측에 불법작업 강요와 월례비 근절에 나서자고 제안한 사안이다. 철근콘크리트건설협회는 아예 월례비 지급 기준을 정해서 건설업체에 내리고 있다.

월례비 관행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과 함께 파견된(위법한 파견 의심) 타워크레인 조종사에 대한 실제 작업지시는 건설현장의 건설업체들이 하는 기형적인 고용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설현장엔 작업지시를 하는 건설업체들이 여럿 있다. 이들이 ‘우리 작업을 먼저 해달라’ ‘추가 연장작업을 해달라’ 등 노동안전규정을 무시한 작업지시를 강요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금원이었다. 그래서 광주고등법원도 임금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장에서 작업지시를 하는 것은 고용계약을 체결한 임대업체가 아니라(이들은 건설현장에 없다), 각 전문건설업체들이니 이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작업지시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이라는 것이다.

이런 고용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임대업체가 고용하고 작업지시를 현장의 원도급사나, 전문건설업체가 하면 불법파견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건설현장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원도급사인 대기업 건설사가 직접 고용하면 된다. 그리고 작업안전기준과 법에 따른 작업만 요구하라.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성실의무 위반 시 조종사 자격(면허)을 정지, 취소하겠다고 하면서 2023. 3. 13. 가이드라인의 세부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은 산업안전 관련 법령과 규칙, 안전기준에 위배되는 작업을 강요할 가능성이 큰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위반 여부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자격정지와 취소가 두려워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의 불법 작업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기괴한 탄압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동원한 탄압은 더 기괴하다. 예를 들어 최근 공정위는 울산건설기계지부 임금교섭 요구에 대해 이를 담합(임금 조건을 담합했다는 것)으로 보고, 5억에서 7억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외형상 사업자이고, 그들을 조직한 노조는 사업자단체이며,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논리대로라면 노조의 임금교섭, 단체협약 교섭은 담합행위가 되고, 단체행동권 행사도 부당공동행위가 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2018년 대법원 판례(학습지 교사 판례)에서 인정받은 바 있는데, 현 정부는 듣도 보도 못한 공정거래법을 들이대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자체를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0년 전 유럽에서 노동조합(union)이 최초로 등장했을 때 국가의 대응은 단결금지법을 만들고,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와 활동을 해악의 고지로 보고 공갈죄(공모죄, 강요죄, 협박죄)로 처벌했다. 지금 고용요구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근거해 받는 전임자 급여와 노조 복지비를 강요죄, 공갈죄로 수사하는 현재 건설노조의 상황은 200여 년 전 유럽에서 노조 자체가 불법단체이던 시기에나 있었던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