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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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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그리고 노숙농성 79일째. 추석상머리에 놓인 소원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쟁취’였다. 지명파업, 순환파업기간이지만 명절 농성장은 집행간부들이 돌아가면서 지킨다.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고 농성을 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막상 상을 차리고 보니 음식을 배열하는 것도,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것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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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낯설음은 처음 노조를 만든 2019년부터 시작됐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을 때, 구호를 연습하고 처음 외쳤을 때, 발언을 해야 하는데 앞이 캄캄하고 아무 생각도 안날 때, 지나가는 시민들이 욕을 할 때도, 응원의 함성을 보내 줄때도 낯설음과 어색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노동조합의 일상들처럼 익숙했던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이번 추석의 소망이다. 늦은 저녁 동그란 보름달을 보며 끝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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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농성장에서 보낼 줄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집보다 천막에서 보내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비가 많이 오는 아침, 차례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서툴고 어설펐지만 연대해주신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우리의 소원을 담아 정성껏 차례를 지내고 나니 내리던 비도 그쳐주었다. 왠지 우리의 미래가 빛날 거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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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 추석을 보내는 내가 자연스럽다. 어느새 투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나보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매년 추석에는 집에서 나 홀로 영화를 보고 지냈는데 이번 추석은 달랐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명절은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러 명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기분 좋게 보내는 게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정규직 차별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늘 혼자였던 나는 함께 보내는 명절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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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조차 차례를 안 지내던 기간도 거의 10년인데 직접고용의 소망을 담아 농성장에서 지내게 되면서 정말 예전에 느꼈던 ‘명절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친척들이 오랜만에 삼삼오오모여 조잘조잘하던 안부를 농성장에 연대오신 동지들과 나누는 시간도, 민속놀이를 하며 웃고 떠들던 시간도 모두 즐거웠다.”
낙엽이 노랗게 물들고 잎이 떨어지면 곧 추운 겨울이다. 낯선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의 투쟁이 끝나기를 둥근달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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