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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주년 여성의 날…민주노총 “여성노동 가치 인정 투쟁 시작”

청소·콜센터·병원…고강도 노동, 저임금, 해고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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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과 투쟁 중인 여성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고용불안, 성차별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여성 노동정책을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여성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3월 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산재승인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속한 직업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콜센터 상담원이 가장 많았다”며 “모두 여성들이 밀집된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1월 여성고용률이 50.6%에서 47.7%로 하락했다. 무려 59만7천 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을 전환의 시기로 만들 것”이라며 “더 이상 여성 노동으로 유지해온 K방역과 안전한 사회는 없다. 돌봄과 대면 서비스, 그린 뉴딜에도 대체되지 않을 노동, 그 노동을 이제 필수노동이라 부른다. 이제야 드러난 여성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113주년 ‘여성의 날’, 해고되고 저임금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28일 자로 해고돼 대학 본관 농성에 들어간 지 14일 차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이 어려워질 예정이라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다. 앞서 신라대는 지난 2014년에도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40여 명의 청소노동자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노동자들은 79일간 농성투쟁과 45일간의 고공농성으로 맞섰다.

정현실 민주일반연맹 부산지역일반노조 신라대학교지회장은 2014년 투쟁으로 “학교가 정년을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7년 만에 신라대는 그 약속을 깨고 51명의 청소노동자에 대해 집단해고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라대가 내놓고 있는 논리대로라면 부산지역의 많은 대학이 재정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이 때문에 대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해고돼 83일째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남성 관리자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 왔다.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 분회장은 “용역업체는 우리 여성 노동자들을 마음에 들면 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일회용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반찬값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라며 “용역업체 중간관리자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군대식으로 여성 노동자를 지시하고 부렸다. 그들은 폭언, 욕설하면서도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직영화를 요구하며 24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현장 투쟁으로 전환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대화에 나설 것과 고객센터 직영화 관련 공단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부는 고객센터 직영화에 대한 공단 측의 진지한 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며 8일 또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오늘(8일) 본부지회를 시작으로 10일에는 서울, 경인, 대전, 광주, 부산지회가 파업을 이어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95%가 여성인 사업장이다. 김숙영 지부장은 “2009년 입사 당시 나는 고객센터가 단순한 업무를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수많은 전산 자료와 법령을 공부하고, 한 달 내내 시험을 보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몇 번을 고민했다. 그러나 상담을 할수록 국민에게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기, 공단은 가림막 설치도 4월에 시작해 9월에 마무리했다. 마스크는 5개 외에 지급한 적 없다. 우리는 공단의 직원이 아니니 요구하지 말라는 태도”였다고 비판하며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단의 책임을 강조했다.

구미 반도체 중견기업인 KEC 노동자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 사업장 내 성차별 문제를 알렸다. 2019년 12월 국가인권위는 KEC에 남녀차별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황미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장은 “저는 공고를 졸업해 J1(가장 낮은 등급)으로 입사했다. 저보다 반년 늦게 들어온 남성 노동자는 J2로 입사해 3년 만에 S등급이 됐다. 출발선부터 다른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등급 차이가 결국 임금 격차로 월평균 50~80만 원이다. J등급에서 S등급으로 가지 못하면 30년 일해도 최저시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문제제기를 한 KEC지회 조합원이 아닌 말 잘 듣는 노조의 여성조합원 4명을 S등급으로 올렸다. 노조를 차별하고 갈등을 만들어 우리끼리 싸우게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으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 노동자들도 참여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를 알렸다. 감염병전담병원 노동자들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력 보강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농성을 벌인지도 35일 차가 됐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병원 현장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근무시간 내에 밥을 못 먹는 일은 허다했고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물 한잔도 제대로 못 먹는 일이 많아 위장병, 방광염을 달고 산다. 이것은 간호사면 누구나 겪게 되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공공병원이 전체 병상 중 10%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공공병원의 90%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병상을 확보한 만큼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 없이 파견이나 신규인력으로 대체한 결과, 남아 있는 경력자들의 소진과 탈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직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 문제가 이슈화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책 마련이 없다면 시기적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는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는 여성에게 저임금과 고용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민주노총은 여성의 날을 맞아 △공적 돌봄 확대, 돌봄 사회로 전면 전환 △여성만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던 일자리 고용 관행 중단, 정규직화 실시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대책 마련,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청년 여성에게 안전한 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