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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법사위 법안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영하 16.5도, 체감기온 영하 26도로 올겨울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된 이 날, 유가족들은 한파 속에서 마이크를 잡고 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단식 28일 차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고 이한빛 PD 아버지)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발전소 청년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 어머니)은 법안을 대폭 후퇴시킨 국회를 비판하며, 격한 감정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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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과 일터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일터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년에 500명이 넘는다. 오늘 오전부터 백혜련 법사위원장에게 문자도 하고 전화를 걸어 왜 집단 괴롭힘은 제외했는지, 왜 죽음에도 차별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렇게 외치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 제발 이 억울한 외침을 전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은 다시 한번 단식농성을 시작한다는 결의를 밝히며 한발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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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이사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눈물을 연신 찍어냈다. 김 이사장은 “유족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괴로워하는지 평생 가슴에 한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심정을 국회의원들에게도 똑똑히 겪게 해주고 싶다. 저는 당장 죽어도 괜찮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엉망으로 죽었기 때문에 그 사무치는 한이 폭발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자 그 가족들을 지키고자 저희가 나섰다. 이 법을 막고 있는 자들을 똑똑히 기억해서 다음 선거 때 심판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이용관-김미숙 이사장과 함께 28일 차 단식을 맞고 있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도 수척해진 얼굴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10kg이 넘게 빠졌지만, 유족들과 함께 농성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 재계에서 청년·중소사업장들이 어려워진다, 기업들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하는데 기업보다 어려운 게 노동자들이다. 중소영세사업장을 정작 어렵게 만든 게 누구인가 묻고 싶다.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배를 불린 대기업들 아닌가. 이런 심각한 책임을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과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 정말 파렴치하다”라고 지적했다.
단식 12일 차 김도현(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씨는 “의원님들 가족이 죽어도 산재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라며 “당신 가족의 목숨값이 432만 원이라고 생각해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법사위 법안에서 건설공사 등을 발주한 발주처의 안전, 보건조치 의무의 책임이 삭제된 것을 두고 해당 법안이 “누더기도 아닌 걸레짝이 됐다”라고 규탄했다. 김 씨는 “많은 건설 산재가 발주처 때문에 일어난다. 한익스프레스처럼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요구하고, 건설 비용을 깎아 안전이 지켜지지 않도록 한다. 발주처는 또 위험한 설계와 공법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국회 법안은 태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는 법안으로, 법이라고 부르기도 싫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규탄하며 온전한 법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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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0일 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사위의 결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죽어도 된다는 것이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1,800명쯤 죽는 건 괜찮다는 뜻인가? 노동자의 절반은 죽어도 된다는 뜻인가?”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휴업수당이며 잔업수당, 심야수당도 마찬가지다. 오만 갑질과 해고 위험에 도사린 그들에게 죽음과 안전마저 차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를 살리자고 법안 발의를 했는데, 누구는 죽어도 되고 누구는 살아도 된다면 이건 잘못된 법”이라며 “사업장이 5인 미만이든, 50인 미만이든 또는 100인 미만이든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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