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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 돌입

“비정규직이 가장 먼저 해고되고, 가장 먼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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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마감이 3일 남은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1100만비정규직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은 7일 정오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저지른 산재사망 등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이 너무도 절박”하다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에 들어간 이들은 이태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김주환 특수고용 대리운전 노동자다.

단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일하다 다치고 죽어야 하는 현실은 절대다수인 비정규직에게 더욱 가혹”하다며 “진짜 사장인 원청은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자 위험과 죽음을 외주화한다.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치고 죽어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1100만 비정규직은 평생 최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가장 먼저 해고되고, 가장 많이 일하다 죽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문제의 이유는 “살인을 저지르는 기업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숨보다 이윤이 먼저인 기업의 범죄를 정부와 국회가 방조하기 때문”이라며 “강도가 들었는데 문고리만 고친다고 되겠나. 노동자의 목숨을 재물 삼아 돈을 벌어도 된다는 기업의 살인 면허를 끝장내야 한다. 목숨을 빼앗은 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산재를 경험한 비정규직은 38%로, 정규직 21%에 두 배 가까이 된다. 배를 만드는 이성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무려 46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평균 한 달에 한 명이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했다. 올해만 해도 5명의 노동자가 죽었다”고 전했다.


이성호 하청노동자는 원청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작년 9월 18톤의 탱크 기압 헤드를 가우징 작업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밑에 있던 하청노동자가 작업도중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같은 일을 정규직노동자가 했을 때는 표준작업서에 따라, 상부에 크레인을 기압 헤드에 체결하고 하부에 버팀목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작업했다”며 반면 “하청노동자가 작업할 때는 상부에 크레인으로 잡아주지도 않았고, 하부에 버팀목을 설치하지도 않은 채, 작업했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태성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우리는 김용균인 동시에 김용균이여서는 안 된다. 수많은 죽은 이들의 이름을 등에 업고 변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는 국민을 향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은 깃털처럼 가볍지 않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4건의 중대재해 관련 기업처벌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강은미, 박주민, 임이자 의원의 대표발의안을 비롯해 10만 국민동의청원안이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처벌의 대상과 양형 등은 다르다. 그러나 동일한 것은 더 이상 기업이 안전을 방치해서 노동자를 죽게 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0만 국민동의청원안은 재해 입증 책임을 기업에 두고,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양형 절차 특례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법인 내부에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조장·용인·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 가중처벌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처벌 조항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