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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봉쇄된 세계, 전도된 가치 관계

[이슈] 코로나 시대, 다시 만난 세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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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변화된 세계에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텅 빈 거리, 닫힌 가게, 치솟는 사망자 수. 유난히 맑은 하늘 아래 유례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2월에 국경이 봉쇄됐고 3월에는 통행금지와 이동 제한령이 내려져 거리와 광장, 학교 그리고 시장이 봉쇄됐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날카롭고 깊은 경제 위축을 유발했다. ‘세계화’는 역행했고 글로벌 공급체인은 무너졌다. 무역은 급격히 감소했고,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며칠 사이에 수천만 명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고, 수백만 개의 사업체가 직원, 고객, 공급자, 신용한도를 잃었다. GDP 감소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고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정부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도소매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증권, 철도, 항공사, 공항, 관광, 공연예술계, 대학도 파산 위기에 몰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lockdown)로 시장은 멈춰 섰고 교환가치의 형성은 잠시 중단됐다.


교환가치의 휴식 : 전도된 가치 관계

경제에서 외부성(externality), 즉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주체의 경제행위가 시장 기구를 통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의도치 않게 혜택을 준 경우를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 하고, 손해를 끼친 경우를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라고 부른다. 외부경제든, 외부불경제든 시장 가격기구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효과는 모두 시장의 실패로 인식된다. 이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는 외부성이 경제를 지배하도록 만들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가격 시스템에 ‘외부 효과’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갑자기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것이 됐다.

식료품을 사는 구매자와 판매자,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는 구매자와 판매자는 모두 전염의 위험을 갖고 있다. 더 이상 시장을 통한 가격 결정이 아닌, 전염병 상황과 시장통제가 가격과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거나, 확진자가 가게에 들렀다면 시장과 가게는 폐쇄된다. 사람들이 직접 접촉을 피하면서 온라인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됐다. 봉쇄 상황에서는 언택트 경제의 활성화도 외부경제다.

시장에 기반한 교환이 더 이상 가치의 주요 척도가 되지 않으면 세계는 어떻게 보일까. 코로나19 위기에서 시장은 안과 밖이 뒤집힌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치관계도 초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이 위기는 상품과 노동(력)을 화폐로 교환하는 것이 지속적인 사회적 접촉으로 이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상품의 생산과 교환은 상품 자체의 관계가 아닌 사람들간의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이유로 가능한 시장은 제한 또는 봉쇄되거나 디지털화해야 했다. 이제 ‘출근’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했다.

또한 상품(가치)의 성격도 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적재 중 일부가 가치재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스크가 필수방역용품으로 인식되면서 어디서나 부족을 겪었고,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단지 공급이 부족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 순간 누구나 일정 수준은 꼭 필요한 ‘가치재’가 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치재는 시장 기구를 통해 분배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공급과 소비를 결정했다. 마스크가 여전히 사적재화였다면 시장을 통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을 테고, 이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과 소요사태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공공재 vs 사적재 vs 가치재

신고전파 경제학은 상품(재화와 서비스)의 종류를 배제성과 경합성을 기준으로 공공재, 준공공재, 사적재, 가치재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을 배제성이라고 하고, 누군가 해당 상품을 샀을 때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것을 경합성이라고 한다. 공공재는 가로등, 공원, 일반도로와 같이 비경합적(내가 이용해도 다른 사람 역시 이용할 수 있고)이고 비배제적인(사용료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이며, 준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 중 한쪽만 있는 경우를 말한다. 사적재는 시장 기구를 통해 거래되는 일반 상품인데 경합성과 배제성 모두 가진 재화다. 가치재(merit goods)는 교육ㆍ주택ㆍ건강식품 등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 시장 기구에 의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바람직한 상태까지 소비되지 않는 상품이다. 가치재는 정부의 정책 결정, 이 결정을 뒷받침하는 사회 통념에 의해 정해진다. 이 통념은 사회세력 사이에서 부와 재화의 분배를 둘러싼 투쟁에 의해 역사적으로 규정된다.

다른 한편, 사적재보다 공공재의 우위가 나타났다. 봉쇄가 지속되면서 이전에는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공공재의 가치가 부각됐다. 왜냐하면 공공재는 비배제적이고 비경합적이라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지만, 막상 이용이 제한되자 공공재가 사적재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으로 소비되는 클럽보다 공공재인 공원과 광장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더 비극적으로 와 닿는 것이다.

사용가치의 부상 : 슬기로운 집콕 생활

시장 교환이 중단되더라도 사람들은 일하고 먹고 생활하고 살아야 한다. 사회적 교환에 사용될 수 없는 이 모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대안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우선 온라인 스트리밍과 비디오 게임이 많은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이런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시간으로도 공백을 메우기는 부족했다. 때문에 또 다른 일(work)이나 행동을 해야 했고 그것은 종종 생산적인 활동으로 바뀌었다. 실내 자전거나 홈 트레이닝처럼 집안에서 행해지는 개인적인 소비(여가)도 확대됐지만 밥 짓고 빵 굽고 요리하기, 정원 가꾸기 같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활동도 고무됐다. 거리와 학교가 폐쇄되자 거의 모든 가정은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짜증이 난 아이들을 돌보느라 녹초가 되기도 했다.

이제 시장에서 화폐로 교환되고 이윤으로 축적될 수 있는 ‘교환가치’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가치’,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용가치’가 상품의 물신성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이 봉쇄되거나 제한된 ‘교환가치의 휴지기’ 동안 좋은 날씨, 깨끗한 공기는 물론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던 ‘가사와 돌봄 노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위기를 시장가치(교환가치)가 사용가치보다 뒤로 처지는 ‘전시 경제(wartime economy)’에 비유했다. 전쟁시기에는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 가격이 비싼 재화보다 무기와 군수물자의 생산이 우선한다. 적군을 무찔러야 하는 전쟁의 사용가치가 시장의 교환가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방역과 의료 장비는 흡사 군수물자를 생산하듯, 시장이 지원하지 않는 속도로 생산돼야 했다. 미국은 세계 선두권의 의료장비 제조업체 GE 헬스케어를 보유하고도 인공호흡기 품귀를 겪었다. 대당 수백만 원 수준인 인공호흡기가 아닌 수억,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CT·MRI 등의 고가 의료 기기가 주력 상품이었던 까닭이다.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미국, 독일, 프랑스는 고작 의료용 마스크 생산 기술을 보유한 공장이 없어, ‘해적질’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중국에서 생산된 마스크 물량을 빼돌리기까지 했다. 결국 미국은 군수물자법을 동원해 값비싼 자동차를 생산하던 기업(GM과 포드)에서 마스크를 생산해야 했다.

반면, 제임스 미드웨이(james Meadway)는 현재의 문제가 전시경제와는 정반대라고 주장한다.(1) 전쟁은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전체적인 경제 생산(군수물자 생산)의 증가를 필요로 하는 반면, 현재의 어려움은 사람들의 이동성을 없애고 생산을 줄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는 대부분의 경제를 잠시 꺼두는 것이다. 이는 전시경제가 아니라 ‘반(反) 전시경제’다.

그렇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형성된 경제체제에서 생산은 전시경제와 같고 유통과 소비는 반(反) 전시경제와 같다. 생산에 있어서는 전시경제와 같이 국가 자원과 물자 생산을 ‘방역’에 집중했다. 반면, 유통에서는 시장교환을 중단하고 이동성을 줄였다. 이처럼 전시경제와 반전시경제가 모순적으로 결합돼 있는 경제체제에서 상품생산과 가치 관계의 일시적인 전도는 우리에게 상품의 가치란 무엇이고 경제는 누구를 위해 생산·소비돼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열어 준다.


시장가치와 사용가치 : 물신성의 한계(2)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가치 관계가 인간 대 인간이 아닌 시장에서 교환되는 화폐와 상품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를 ‘물신숭배(fetishism)’라고 불렀다. 상품 관계가 사람의 의식에 일종의 신비로운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물질적인 것이 인간보다 더 큰 자율성을 갖는다고 믿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로써 사람들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경제적 가치가 객관적이고 고유한 가치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많은 교환 영역이 중단되면서 이 물신성 역시 잠깐이지만 깨졌다. 봉쇄로 인해 인간과 상품의 교환이 갇히면서 이제 상품과 인간은 서로 비슷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수적인 여러 숨은 가치(사용가치)들이 시장 외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가사와 돌봄노동, 창조적인 여가 활동, 광장, 커뮤니케이션, 깨끗한 공기 등 사람들은 상품 영역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사용가치들을 느끼고, 생산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품 관계 내부에서도 화폐와 교환되는 교환가치보다 상품 자체의 사용가치가 더 부각되기도 했다. 값비싼 명품 옷보다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사기 위해 육탄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용가치의 사회적 부상 속에서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도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 얼마나 이윤을 많이 남기는가와 같은 이윤에 따른 가치가 아닌,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과 ‘일자리’에 대한 노동력 가치로 시각을 변화시킬 여지를 열었다. 우리 사회에서 필수재의 생산, 유통과 운송, 공공 설비 유지와 관리, 의료와 방역 등 필수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저임금을 받아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런 노동의 사회적 가치는 그동안의 경험치보다 훨씬 많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또한 가사와 돌봄 등 비경제적인 노동으로 취급받던 재생산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신경제재단(NEF)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시장적 평가 사이의 큰 차이를 발견했다. 사회적으로 유익한 직업의 보수는 가장 적고, 덜 유익하거나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직업은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3) 신경제재단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에 있어서 영유치원의 보육(돌봄) 노동자들은 지급되는 1파운드(1,500원)마다 7파운드에서 9.50파운드 사이의 사회적 편익을 창출한다. 쓰레기 재활용 노동자들은 1파운드당 12파운드를 생산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투자은행가, 세무사, 외환 딜러 등은 그들에게 지불된 1파운드마다 47파운드에서 7파운드의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들의 보수는 보육노동자나 재활용 노동자의 수십 배에 달한다. 펀드 매니저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방역과 의료부문 노동자의 노동력 가치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코로나19 위기가 보여준 계급 분열과 화폐의 역할

코로나19 위기가 보여준 경제적 현실과 가치 관계는 기존의 계급 분열을 훨씬 더 뚜렷하게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일종의 팬데믹 카스트 제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부자들은 휴양지에서 숨어 지내고, 중산층은 집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과 빈둥거리고,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은 일과 양육의 요구로 한계상황까지 몰려있다.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말이다.”(4)

코로나19의 전파는 일반적이었지만 피해는 계급, 계층,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시장교환이 멈춰선 가운데 실물부문은 축소했지만 금융시장은 더 팽창해 자본주의 역사 이래 자산불평등이 가장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스위스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7월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자산 10억 달러(약 1조1천4백억 원) 이상의 억만장자들은 평균 1/4(27.5%) 이상의 자산 가치를 늘렸다. 이들은 3월과 4월 글로벌 봉쇄 기간 주가가 최저점에 있을 때 글로벌 주식시장에 배팅해 수익을 올렸다. UBS는 억만장자의 부가 2017년 말 8.9조 달러에서 현재 10.2조 달러(1경2천조 원)에 도달했으며, 억만장자의 숫자도 2017년 2,158명에서 2,18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5)

실물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자산가치가 증자했다는 것은 새로 발생한 부가가치의 증가가 아닌, 타인의 부가 옮겨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봉쇄 기간 대부분의 시장은 멈춰 섰지만 거의 유일하게 화폐시장과 금융시장만 제대로 작동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화폐(화폐 시스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미 전자적 교환 체계를 갖추고 있는 화폐 시스템은 봉쇄 기간에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유지됐다. 또한 일반적 등가물로서 상품의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은 화폐가치로 표현되는데, (시장의 봉쇄에도) 화폐가치는 통화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관리통화제도 아래에서 화폐의 리저브(준비자산)와 그것의 가치를 결정하는 국가의 조세징수 능력이 훼손되거나 축소되지 않는 한 화폐가치는 변동하지 않는다.

화폐 교환 시장이 유지되고 화폐 가치도 안정화되면서 이 기간 화폐는 양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양적완화로 본원통화 공급을 많게는 4배 이상 늘렸다. 정부도 재정정책 확대로 적자재정을 통해 통화의 양적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오기는커녕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물가상승률은 낮게 유지됐다. 여기서 중앙은행의 국채 인수로 정부에 공급된 화폐는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실패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고 위기 이전 상태의 수요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반면, 이런 화폐의 양적 확대는 일반적인 부의 축장 수단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금융시장을 통해 타인의 부를 ‘수탈’하는 도구로도 사용됐다. 즉, 화폐가치의 변동 없는 화폐공급을 통해 ‘부의 이전’을 가능하게 했다. 미약한 손실 보상에 반해 부를 수탈하는 화폐의 역할은 더 거대했던 것이다.

다시 만난 세계에서

시장은 결국 사람들의 경제활동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지만, 과거와 같은 교환가치의 독점, 물신화된 상품의 가치는 좀 더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깨끗한 공기, 가사와 돌봄, 슬기롭고 창의적인 집콕 생활의 가치를 느끼고 마스크와 화장지가 명품 가방보다 더 가치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며 살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전 세계 정부의 특별한 정책 반응은 사회, 인류, 생태학, 문화에 대한 논쟁과 아이디어의 쓰나미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중 한 가지 질문은 경제의 본질, 경제적 가치의 본질과 목적에 관한 것이다. 어떤 활동이 가치 있고, 어떤 것이 생존과 번영, 정의에 필수적이며, 무엇이 낭비적이고 파괴적인가 하는 것이다.

과연 자원 배분 메커니즘과 이윤(잉여가치) 축적에 기반을 둔 교환가치를 넘어, 사회적 사용가치를 생산의 중심으로 두는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기후위기와 인구위기 등으로 자본주의 생산이 근본적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인류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사용가치의 질적 성장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이제 이러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각주]
(1) “The Anti-Wartime Economy”, James Meadway, Tribune. 2020.3.19.
(2) “The holiday of exchange value”. Will Davies, CUSP. 2020.4.7. 참조. (http://www.cusp.ac.uk/themes/m/blog-the-holiday-of-exchange-value)
(3) “SOCIAL RETURN ON INVESTMENT Valuing what matters”, The New Economics
Foundation, 2017.09.
(4) ‘White-Collar Quarantine’ Over Virus Spotlights Class Divide, New York Times,
2020.3.27
(5)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20/oct/07/covid-19-crisis-boosts-thefortunes-
of-worlds-billionaires
  • 문경락

    코로나19의 전파는 일반적이었지만 피해는 계급, 계층,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시장교환이 멈춰선 가운데 실물부문은 축소했지만 금융시장은 더 팽창해 자본주의 역사 이래 자산불평등이 가장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스위스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7월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동안 자산 10억 달러(약 1조1천4백억 원) 이상의 억만장자들은 평균 1/4(27.5%) 이상의 자산 가치를 늘렸다. 이들은 3월과 4월 글로벌 봉쇄 기간 주가가 최저점에 있을 때 글로벌 주식시장에 배팅해 수익을 올렸다. UBS는 억만장자의 부가 2017년 말 8.9조 달러에서 현재 10.2조 달러(1경2천조 원)에 도달했으며, 억만장자의 숫자도 2017년 2,158명에서 2,18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