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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해고 놓고 무효소송?

[1단 기사로 본 세상] 노동부장관-재벌 간담회에서 재벌 얘기만 일방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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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9월 25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14개 대기업 최고인사책임자(CHO)의 간담회에서 한 대기업 임원이 “30년 전 해고 사례를 두고도 해고 무효화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동아일보는 9월26일 8면에 이 내용을 담은 2단 기사를 썼다. 이날 간담회는 노동부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반발하는 대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간담회엔 이재갑 장관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동아일보는 30년 전 해고를 놓고 무효소송이 벌어진다고 했고, 이를 기사 제목에 반영했지만, 해당 사건을 더 이상 추적하진 않았다. 그냥 대기업 임원의 발언만 받아썼다. 누가 어떤 사건을 두고 한 발언인지도 없다.

[출처: 동아일보 9월26일 8면]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벌써부터 소송 등 기업 부담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라고 썼다. ‘하소연’의 주체는 당연히 대기업이다.

동아일보 기사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탄력근로제 도입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이재갑 장관이 발언한 문장을 뺀 모든 문장이 ‘재벌 하소연’으로 채워져 있다.

동아일보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왜 ILO 핵심협약이고,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들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이유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 재벌이 입만 열었다 하면 외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서다.

우리 노동법상 30년 전 해고에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결론은 ‘못 한다’.

해고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려면 ‘사용자가 해고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이어야만 가능하다.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하려면 이보다 좀 여유가 있다. 이 경우 민법의 일반채권 소멸 시효를 적용받아 ‘사용자가 해고한 때로부터 10년 이내’이면 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고된 뒤 1~5년 동안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않다가 특별한 명분 없이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하면 10년 이내라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

반대로 해고 직후부터 수십 년 동안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복직투쟁을 했어도 10년이 지나면 소송을 걸지 못한다. 1986년 노조 대의원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어용노조의 작태를 고발하는 유인물 한 장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 김진숙 대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씨는 올 연말 정년을 앞두고 여전히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앞에서 복직을 요구한다. 34년 동안 단 한 번도 복직의사를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