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과 조선일보가 지난 10일 OECD 나라 청년실업률 가운데 한국이 유독 많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매경은 16면에 ‘韓 청년실업 OECD중 나홀로 뒷걸음’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B3면에 ‘청년실업률 OECD 5위 -> 29위’라는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거덜 날 것 같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문제인 건 맞다. 그러나 이건 뉴스가 아니라 해마다 반복돼온 문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저고용 저실업’ 국가다. OECD 나라와 비교하면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특성을 보인다. 전체 실업률은 낮은데 청년실업이 유독 높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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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9월10일 16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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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9월10일 B3] |
두 기사의 출처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다. 이 연구소가 뭐하는 곳인지는 긴 말 하지 않아도 된다. 통계 기사는 참 어렵다. 통계는 여러 변수가 다양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추이를 살펴보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한경연은 10년 전 통계와 최근 통계를 비교해 청년실업률이 ‘높다 낮다’고 지적한다. 이런 식의 비교는 위험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등 통계 시작 시점의 특정한 변수가 전체 결과물을 흩트려 놓기도 한다.
실제 한국의 연도별 청년실업률은 아래 표와 같다.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2009년 8%까지 올랐다가 다시 7% 중반대로 안정됐다. 청년실업률은 박근혜 정부 때 크게 올라 2016년 9.8%를 기록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조금씩 낮아져 지난해엔 8.9%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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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사는 이런 전체적 흐름을 무시하고 청년실업이 크게 높아졌다고만 말하고 만다. 사실 이런 류의 기사는 한경연이 해당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반복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지난해12월 10일에도 한경연의 전년도 통계발표를 인용해 ‘한국 청년실업자 28% 늘어날 때, OECD 국가는 14% 줄었다’(8면)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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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2019년 12월10일 8면] |
“미국 10년간 최저임금 한 푼도 안 올랐다”?
매일경제 9월 10일자 16면 기사 끝에 “한국 청년 고용 악화는 높은 노동비용 때문”이라며 “2009~2019년 한국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6%로 미국(0%)와 일본(2.4%)를 크게 앞선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10년 동안 0%라는 표현은 얼마나 정확할까. 한경연은 지난 9일 ‘청년실업률 10년간 OECD 4.4%P 감소, 한국은 0.9%P 증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09~’19년) : 한국 7.6%, 미국 0.0%, 일본 2.4%”라고 적시했다. 매경은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미국 최저임금이 10년 동안 동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약 8090원)로 2010년 이후 10년째 동결이다. 그러나 각 주마다 연방이 정한 기준과 달리 별도 최저임금을 정한다. 미국의 주 정부는 최저임금을 잇따라 올렸다. 미국 전역으로 ‘최저임금 15달러’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19년 들어 20개 주와 21개 도시가 이미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뉴욕주는 종업원 11명 이상 업체 최저임금을 2018년 13달러에서 2019년 15달러(약 1만6750원)로 15.4% 올렸다. 2016년 뉴욕주는 3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2016년 초 9달러(약 1만50원)에서 2018년 12월 31일 15달러로 3년 만에 66.6% 인상됐다. 연방정부 기준의 2배 이상이다. 2019년 12월 31일에는 10명 이하 사업장도 15달러로 오른다.
워싱턴DC는 2020년, 캘리포니아 주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에 의결했다. 워싱턴DC는 2018년 7월 1일 최저임금을 12.5달러에서 13.25달러로 10.4% 올렸고, 2019년 7월 1일 14달러(5.6%), 또다시 1년 후 15달러(7.1%)로 올린다. 오리건, 워싱턴, 메인, 콜로라도, 애리조나 등도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상의 내용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1월15일 각국의 최저임금 추이를 비교해 ‘한국은 8350원… 미국·일본·독일의 최저임금 얼마?’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조선일보마저 이미 지난해 1월에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급 15달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매경과 조선일보 둘 다 지난 10일 한경연 보도자료를 인용해 기사를 썼지만, 조선일보는 미국 최저임금이 10년간 0% 인상됐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쏙 빼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시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바보 같은 내용을 인용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