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3일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다음날 한겨레신문은 1면에 ‘전교조 7년만에 법외 족쇄 풀다’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8면에 ‘김명수의 대법, 1.2심.헌재 결정 다 뒤집어’란 제목으로 대법원이 전교조에 일방으로 유리한 코드 판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보도는 5일자 신문에도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5일 6면에 ‘고용부 법외노조 행정처분 취소’라는 제목으로 고용부가 대법원 판결 다음날 곧바로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해 전교조가 노조 지위를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보도에서 “당초 고용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열리게 될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결과까지 지켜”본 뒤에야 처분 취소 결정을 하려 했다는 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고용부 참 대단하다. 하긴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려 할 때 당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만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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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5일 6면 1단 기사] |
대부분 언론이 제척사유로 판결에 불참한 김선수 대법관을 뺀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10 대 2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냐 적법하냐로 갈렸다고 평가했다.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이 소수 의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갈래가 아니라 8 대 2 대 2로 삼등분 된다.
8은 법외노조 통보가 상위법인 노조법에 근거 조항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령을 통해 이뤄졌다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을 내세웠다.
2는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이다. 두 사람은 헌법재판소가 해직자를 조합원이 될 수 없게 한 교원노조법 2조에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다수 의견이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2는 김재형, 안철상 대법관이다.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관건은 법외노조 통보 그 자체의 당부가 아니고, 문제의 핵심은 원고가 법상 노조인지 아닌지, 즉 법외노조인지 여부에 있다. 노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수적 토대가 되므로, 노조 설립과 존속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노조법은 노조의 단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 적용돼야 한다. 노조의 존재 의의를 고려할 때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노조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비춰 봐도 해직자의 노조 가입 불허는 부당하다.”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노조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 행사의 기본적 토대이고, 해직자도 노동3권 보장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해직자를 노조에서 배제하는 법제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이미 국제사회의 확고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불허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원고가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할 것은 아니다. 원고 노조의 정당성은 그 활동에 따라 평가할 문제이지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보면 조선일보는 5일자 지면에 이들 비겁한 다수의 불완전한 논리를 파고들어 1면과 10면, 12면을 도배질 했다.
조선일보는 5일 1면에 ‘김명수 대법의 법해석, 내편 합법 네편 불법’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노조법 2조는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와 이 사건 1,2심은 이 조항에 따라 해직 교원 9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국제사회 규범에 맞지 않지만 8명의 다수 대법관이 기댄 법률유보의 원칙보다는 힘 있다. 조선일보는 “이 판결로 본질인 전교조의 불법은 덮이고, 박근혜 정부의 위법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5일 10면 ‘대법, 사람. 단체따라 법리 다르게 적용’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교 사법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을 이재명 경기도지사 무죄 선고와 은수민 성남시장 파기환송과 같은 급으로 묶어서 코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누가 보면 문재인 정부와 전교조가 되게 친한 줄 알겠다.
같은 보수신문인 중앙일보는 5일 ‘합법화 길 열린 전교조, 새롭게 태어나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대로 노조 스스로 조합원 자격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이긴 하다”며 해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쪽으론 아예 눈을 감고 낡은 노조법과 교원노조법만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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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9월5일 1면과 10면, 12면, 중앙일보 9월5일 사설] |
내친 김에 조선일보는 5일 12면에 ‘법외노조 7년 전교조, 누릴 것 다 누렸다’는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이번 판결 전에 이미 “대다수(76%) 교육청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전교조 사무실의 임차비용 등을 지원”했다며 7년 동안 탄압받았다는 전교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김재형, 안철상 대법관 의견대로 판결하지 않는 후과는 컸고, 이후에도 여진을 남길 것이다. 참 비겁한 ‘김명수 대법’이다. 비겁한 대법원은 쓸데없이 집요한 조선일보에 전교조를 비난할 유력한 근거를 제공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