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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노동현장 차별, 빈 곳을 채우자”

현장에 적용 위해…“체계적 규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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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현행 법령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가 고용상 차별 사실을 제기해도 높은 수준으로 입증해야 하거나, 임금 차별을 당해도 동일가치노동이 아닐 경우엔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한계를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처: 노동과 세계]

민주노총은 25일 오후 2시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차별금지법 노동자에게 왜 필요한가’ 토론회를 열고 실제 노동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차별 관련 법령의 한계를 짚었다.

우선 현행 법령에서도 간접차별 개념이 명시적으로 반영돼 있으나, 간접차별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이 법원을 통해 적립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됐다. 간접 차별은 외관상 차별적 기준이 드러나지 않으나,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의 노동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간접차별은 대표적으로 직군분리·직무분리를 통해 비교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 회피하거나, 특정 집단의 노동자가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 없는 고용조건을 차별적 대우에 활용하는 등의 경우가 있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토론회에서 “특정 직급에서의 승진차별과 같이 차별의 피해를 받은 집단 또는 차별을 비교할 수 있는 집단의 규모가 작은 경우 차별적 효과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그는 “간접차별의 적용이 차별개념이 확산하게 된 배경 및 입법 취지를 살려 폭넓게 운용될 수 있도록 개념 및 판단기준이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개념이 제한적으로 해석돼 차별 여부 자체가 판단되지 않는 점도 있다. 박주영 부원장은 “현재 법원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비교 대상자와 노동의 가치가 동일할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의 가치 비교 시 임금의 격차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동일가치노동이라 평가될 수 없으면 아예 임금의 비례 보장 자체를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차별금지제도가 비례원칙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기 때문에 업무 가치에 비례해 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박 부원장은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안에 “복합차별이 반영돼 있으나 판단기준에 관한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발의안에는 복합차별이 ‘2가지 이상의 차별 사유가 함께 작용해 발생한 행위’라고 규정돼 있으나, 각각 차별을 판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별 사유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차별의 조사 및 구제와 관련해 △고용차별에서 사용자의 증명 책임 및 자료 제출 의무 △차별 진정 조사 중 임시조치 제도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과 이행강제 방안 마련 △차별 시정 후 차별개선조치에 대한 사후감독 등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토론회에는 현장 노동자가 참여해 여성, 인종, 성적지향 등으로 인한 차별 사례를 발표했다. 황미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지회장은 토론회에서 성차별 사례를 발표했다. 성차별 유형은 최초 입사 등급 및 승격 차별이 있다. 2010년 KEC 입사자 중 여성(4명)은 가장 낮은 등급(J1)으로 입사했으나, 남성은 모두 J1 등급 이상이다. KEC는 노동자의 등급을 J1, J2, J3, S4, S5, 연봉대상자 순으로 나누고 있다.

황 지회장은 “근속 26년 차 노동자 중 남성(32명)은 모두 S4 등급 이상으로 승격했지만, 여성(6명)은 단 한 명도 S4 등급으로 승격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여성은 모두 J3 등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격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임금 차이도 발생했다. J3 등급은 S4 등급 대비 33만2390원이, S5 등급 대비 55만6400원이 적었다.

또한 남웅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활동가는 토론회에서 “지자체가 이태원 확진자 동선에 게이 업소를 명시하면서 당시 직장에 자가 격리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타의적인 ‘커밍아웃’이나 다름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소수자가 유흥시설에서 놀았다는 도덕적 편견 등 혐오의 연쇄를 작동시킴으로써 ‘직장 괴롭힘’과 ‘부당한 상황’이 언제든 생길 수 있음을 함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사대상이였던 성소수자들이 직장에 이태원을 다녀온 사실을 밝히며 자가 격리를 한다고 알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퇴사를 각오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일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