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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을 정당화하는 세련된 논리

[레트로스케이프] 필요할 땐 빈티지, 필요 없을 땐 낡고 오래된 것, 그리고 혁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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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스케이프를 곰곰이 보고 있으면 아주 단순한 논리를 발견하게 된다. 필요할 땐 빈티지로 지칭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낡았다고 말하는 논리. 이는 레트로 문화가 오래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마케팅이 가능하면 ‘빈티지’로 호명해 희소성을 가진 작품으로 의미화하거나 스타일을 복제해 신상품으로 생산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상품으로 가치가 없다면 그냥 낡고 오래된 것이고 폐기돼도 상관없는 물건이 된다. 이는 상징폭력이면서 동시에 물리적 폭력을 수반한다.

필요할 땐 빈티지한 ‘뜨는 동네’, 그렇지 않을 땐 낡고 낙후된 곳

이러한 논리는 사물만이 아닌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적용된다. 오래된 상공업지역이나 주거지역을 소위 ‘뜨는 동네’로 기획해내거나 ‘재개발’의 논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동원리는 원주민의 축출과 전치를 발생시키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만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일반적인 정의는 지대 상승으로 인해 원주민들에 대한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축출과 전치가 일어나면서 도시 공간의 계급 구성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지대 상승을 유발하는 행위자로 예술가나 문화기업가를 지목하곤 하지만, 실제 핵심적인 행위자는 기획부동산이나 시행사, 그리고 이들에게 이롭게 설계된 임대차보호법이나 도시정비법의 문제이다.

이들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근현대 도시의 고유한 경관이 남아 있는 지역을 레트로한 공간으로 의미화하고 활성화시켜 일명 ‘뜨는 동네’로 만들어내 임대료 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 그리고 재개발을 해야 하는 곳들은 어떤 경관과 어떤 의미가 있던지 간에 그냥 낙후된 곳으로 낙인을 찍고 사업을 강행한다. 둘 중 어느 경우든 도시민 세입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폭력적인 방식의 축출이 일어난다. 상품으로 필요할 때는 빈티지라고 호명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낡은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방식이 도시 공간의 변화에서는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정당화하는 문화적 논리가 된다.

지역공동체와 도심 산업의 혁신?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한 도시재생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역 공동체를 통해 낙후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이나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빈티지’한 것으로 호명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로컬리티를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치부하면서 혁신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지역혁신을 지향하는 방식은 지역혁신체계(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해 지역 차원에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역혁신체계는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이 선언되면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고 산업구조가 재편될 때, 기존의 국가보다 지역 단위에서 민관산학 간 상호작용과 공동학습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협력체계를 모델링한 것이다. 지역 내 기술혁신을 둘러싼 상호작용과 공동학습이 지역발전의 주요 계기가 된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업종들 간 유기적으로 연계된 산업 집적지에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혁신, 정의로운 표정을 지은 신자유주의

이러한 혁신 담론은 결과적으로 지역 산업을 구성해왔던 여러 요소들을 낡고 오래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혁신의 대상으로 보도록 한다. 이러한 관점은 기본적으로 생산에서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땐 빈티지, 필요 없을 땐 낡은 것’이라는 논리와 상응한다. 다만 공간을 레트로한 곳으로 장소마케팅 해서 상품화하는 방식이나, 기존의 건축물을 다 철거해버리고 건축물을 새롭게 올리는 재개발과 다른 점은, 지역공동체나 도심 산업 등을 운운하면서 더 세련된 방식으로 기존 원주민들의 축출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일상화된 저성장의 경제적 상황 속에서 ‘혁신’이라는 언표는 현실적인 문제를 발생시킨 자본주의 시스템이나 불평등한 권력 문제를 마주하게 하기보다는 막연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게끔 한다.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혁신이라는 말은 중요한 사명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혁신에 대한 강박과 그로 인한 언표의 과잉은 사회적 배제와 고통, 그리고 비참의 복잡한 원인을 비가시화시키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혁신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신자유주의, 아니 정의로운 표정을 지은 신자유주의일 것이다.
  • 와저씨

    옛 운동권님아 창희하고 그 친구는 생계 끊으시요.
    다 알다시피 그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지적 유희입니다. 고사리를 꺽어먹고 사는 것은 자신들의 인생관이니까 생계 끊으시요. 최근에도 알다시피 검경의 길을 밟았소. 그것도 약자를 괴롭히는 낙을 즐겼습니다. 5년은 생계를 끊어야 할 것입니다.

  • ㅇㅇㄹ

    뭔 소리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