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인 이형숙 씨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삭발 투쟁에 돌입하며 적은 글이다. 사회단체들은 오는 10일 정부가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 계획을 결정하게 될 ‘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앞두고 이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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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요건이다. 실제 가족으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사람도 해당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하는 까닭에 ‘공공부조 사각지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및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7일 오후 2시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계 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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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의 핵심은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본인이 알 수 없는 ‘타인(가족)의 재산과 소득’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공공부조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자는 부양의무자의 재산과 소득, 그리고 그 재산과 소득을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은 빈곤층이 공공부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단체들은 2012년부터 시작된 5년간의 농성 끝에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로부터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를 약속받았다. 이어 2017년 8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발표될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생계 급여·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2차 종합계획을 결정해야 하는 ‘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안건에는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폐지가 빠져 있었다. 안건에는 생계 급여의 경우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가 담겨 있지만, 의료급여에서는 ‘중장기적 개선’이라는 후퇴 안이 담겼다. 2차 종합계획은 3년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수립해야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3개년 계획이다.
안건의 내용은 지난달 14일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과 같다. 앞서 단체들은 뉴딜 종합계획 수준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조치를 반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지난달 23일부터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 내용에 대해 박영아 변호사는 “생계 급여 수급 기준의 완화를 눈앞에 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의료급여에 대해선 정부가 3년 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을 담겠다고 한다, 사실상 하나 마나 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에서는 ‘건강보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논의가 달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국민건강보험이 있다고 하지만 체납자가 많다”며 “체납자의 대부분은 6개월에서 10개월 이상을 체납했던 사람들이고 대부분 빈곤 가구다. 체납 상태에서는 병원 접근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는 “심지어 ‘송파세모녀’도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모두 냈다. 그런데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체납하지 않아도 병원에 가지 못한 빈곤 가구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기준 ‘건강보험료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 190만 세대 중 월 보험료 5만 원 이하 생계형 체납자는 141만 세대로 74.2%에 달한다. 이에 대해 박영아 변호사는 “의료급여 대상자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제는 생계 급여 사각지대 해소로 자동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300여 명의 참가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으로 이동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형숙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삭발 투쟁에 돌입하며 “대통령도 폐지한다고 하는데,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며 “혼자 삭발한다고 뭐가 해결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5년의 농성과 3년간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기다린 상황에서 농성 책임자로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삭발을 결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