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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콜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예견된 인재”

닭장처럼 밀폐된 공간, 마스크도 없이 일해...대책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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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소재 콜센터 직원, 가족 등 9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평소 취약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는 11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독감, 눈병 등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발병하면 평소에도 취약한 근무 환경”이라며 “이를 예방하려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청의 책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콜센터 업체는 재계약을 위해서는 군말 없이 원청이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것은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몸이 이상해도 당일 연차도 안 된다. 낮은 평가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못 받기 때문에 알아서 쉬지도 못한다. 연차가 없는 경우는 어쩌란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확진 판정을 받은 구로구 에이스보험 콜센터 노동자도 오후 4시에 이상 증상을 발견했지만, 오후 6시까지 근무해야만 했다.

김라미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은 “(구로 콜센터 상담사는) 열이 있고 몸이 힘들어 퇴근하겠다고 말을 했지만 퇴근시간까지 근무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며 “콜센터 업무 특성상 상담사 한명이 퇴근하게 되면 업무량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퇴근할 수 없다. 구로센터 상담사의 경우에도 쉽게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영환 서비스일반노조 한국고용정보지회 지회장은 “열을 재고 기준치 이하면 일을 시킨다. (구로 콜센터 상담사는) 4시에 증상 나타났는데 6시에 마감을 하고 갔다. 근무시간 도중에 퇴근하게 되면 본인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패널티가 발생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들로 인해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120cm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서 적게는 몇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서 일을 한다.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는 업무이나, 마스크를 쓸 경우 고객이 항의를 할까 걱정돼 이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이윤선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장은 “실적은 하루의 통화 건수와 고객의 만족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실적에는 물론 조퇴, 지각, 무단결근이 포함돼있으며, 심지어 연차를 쓸 경우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패널티의 경우 오상담을 하거나 고객 항의가 들어오면 발생하는데 이는 인센티브에서 차감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신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콜센터는 닭장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었고,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공기청정기 하나 없이 안 좋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 8시간 근무와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집단감염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좋아서 안 걸린다고 하지만 콜센터는 건강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창문이 없는 콜센터도 많으며 창문을 열면 소음 때문에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코로나19 콜센터 노동자 집단감염 사태는) 충분히 직접고용을 통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예고된 인재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청에게 노동자가 건강 이상을 호소할 시 즉각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격리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및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무실 방역, 덴탈 마스크, 개인 손 세정제 지급, 열감지기 의무설치 등의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아울러 지방자체단체에는 전 지역 콜센터 업체 현황 전수조사와 원청사에 방역을 지시할 것, 원청사가 이행하지 않을 시 직접 방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